소비자포럼 추천 글 보고 다녀온 수선집 "잡동사니"..

50만원짜리 청바지만 버리게 생겼네요..


5~60대?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가게구요

성신여대 가는 길에 있습니다.


살 빠져서 바지통이랑 허리 줄이려고 갔구요.

2만원 달라고 하셔서 선불로 드렸어요.

이틀 뒤에 오라고 하시더군요.


이틀 뒤에 갔더니


"아, 이 바지는 아직 안했어요. 이 바지는 실 색깔이 달라서 다른 것들 부터 하고 해야 돼요. 실을 한번 끼우면 같은 실 색깔 옷부터 해야 되거든요."

"아.. 그래요?"

"다른 것 부터 하고 해야 되니깐 다음에 오세요. 내일 다시 오세요. 보자, 내일 이 시간쯤에 다시 오면 되겠네."


폰 번호도 남겼는데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미안하다는 말은 끝까지 없으시더군요.

근래에 당해본 적 없는 서비스라 이건 무슨 서비스 정신인가 싶어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이도 있으시고 해서 그러려니 하고 내일 다시 오겠다면서 좋게 좋게 넘어갔습니다.



다음날, 그 시간에 다시 찾아갔죠. 인문캠이라 버스타고 꾸역꾸역.

갔더니 안계시더군요.

"잠시 외출 중이니,,,"

적히 폰번호로 전화를 드렸더니 잠시 뒤에 온다고 기다리라 하시더군요.

한 10분 쯤 기다리니 오셨어요.

유난히 추웠던 날인데 좀 짜증나더군요.


그래도 짜증 티 안내고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아, 이 바지는 실이 없어요. 같은 색깔 실이 없어요. 바지를 자르다 보니깐 알았는데 실 색깔이 같은 게 없네. 그래서 학생한테 물어보고 하려고 아직 안했어요"

아.. 순간 속으로 욱했습니다.. 바지는 잘려져 있지.. 실은 없다고 하시지.. 그럼 전화라도 주시지.... 왔다 갔다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한마디 했죠.

"아니,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우리나라에 같은 색깔 실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동문서답 하시더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같은 색깔 실이 없어요. 그래서 내가 방금 실을 사러 다녀왔거든? 근데 실이 없더라구요. 이거 청바지 실이 나이롱 실인 것 같은데 실이 없네. 여기 벽에 있는 실들이 청바지 실이거든? 우리집이 실이 많은 편인데 실이 없네."

그래서 몇 개 실을 보여주시더군요.

"이 청바지 실은 빨래 때분에 탈색되어서 같은 색깔 실이 없어. 최대한 같은 색깔 실로 해드릴까 어쩔까?"


제가 보기엔 실 색깔이 달라보이지도 않았습니다. 탈색이라고 할 것도 없었구요. 거의 똑같은 색깔이나 다름 없었어요.

작업 아직 덜 하신 거 핑계대시려고 그러시나 싶기도 했지만 계속 없다고 하시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냥 환불받을까도 싶었지만 이미 청바지는 난도질 당한 상태...


"그럼 언제 다시 오면 되나요?"

"보자, 그럼 내가 지금 작업을 최대한 비슷한 실로 해서 연락을 드릴게. 어디쯤 살아요? 내가 미아 살거든? 내가 운전을 하니깐 가는 길에 주고 가야지, 어쩌겠어. 우리 집에 두번 왔다가는 사람 드물어요."



두번이 아니라 이미 세번인데... 휴.. 어디어디 산다 말씀 드리니 그리로 가져다 주시겠답니다.


"네 알겠습니다. 편하실 때 연락주세요."

"네, 연락드릴게요. 미안합니다." (첨으로 미안하다 하시더군요. 성격 나쁘신 분은 아니었어요. 그저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 싶었을 뿐.))

"네 괜찮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보통 9시까지 일 하신다고 들어서 10시 전에는 연락오겠지 싶어 기다렸습니다.

연락이 없으시길래 제 스케줄도 있고 해서 10시 20분쯤 전화를 드렸더니


"아, 그 청바지 지금 실이 없어서 공장에 맡겼거든요? (갑자기 무슨 공장을..??) 내가 지금 집이라서 실이 없어요.(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대답을 하시더군요) 내일 내가 아침에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드릴게."

"네. 알겠습니다."


내일 주신다니 뭐 아침 수업도 없고 해서 그냥 알겠다고 했어요.


아침 9시 30분쯤 근처에서 뵙기로 하고 받아왔습니다.

집이 어디냐, 집까지 태워주겠다 하시길래 괜찮다고 감사하다고

좋게 좋게 마무리 하려고 꾸벅 인사까지 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보니....

아....


청바지 마무리가 엉망이에요...

그냥 인치 수만 줄여 다시 봉합한 탓에

워싱된 청바지 앞뒤 색깔이 맞지 않아요.. 옆에서 보면 바보같은 청바지가 되어버렸네요..


오른쪽 다리는 색깔 맞게 해주셨는데 왼쪽은 흰색에 가까운 워싱이랑 완전 청색이랑 억지로 붙여 놓은 느낌이...

퀼트도 아니고....



게다가 허벅지 부분은 사이즈 조절도 안하셨네요... 이러실거면 치수는 왜 재셨는지....

3번 4번을 다녀오더라도 바지만 예쁘게 해주신다면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이즈에 워싱 색맞춤도 엉망.. 이미 다 자른 상태라 복구도 못하고..

한두푼도 아니고 50만원짜리 청바지를 이렇게 해놓으셨으니 참 난감합니다..


할머니 뻘이신 것 같아 싸가지 없게 화내지도 못하겠고 어찌해야할지 휴...


아무튼 여기 수선집 비추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22:4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