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은 수저를, 온반은 따뜻한 찬을 의미합니다.)


평소 제육볶음류는 모두 좋아하는터라 겨울방학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곳이었슴다. 갈 때마다 항상 오픈을 안하거나 일곱시 무렵에 가면 재료가 다 떨어졌다며 게릴라 콘서트처럼 식당을 운영하시던데요.

3월초에 한 번, 4월초에 한 번 다녀왔슴다. 둘 다 여섯시부터 줄을 서서 들어갔고 딱 들어가면 수련회에서 저녁 먹는 기분이 납니다. 마치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친구놈들이랑 샤워를 한 다음, 복도에 2열로 주르륵 서서 식당으로 처음 들어갔을 때의 그 기분입니다.

6반 녀석들은 서바이벌에서 졌으니 지금쯤 샤워를 하고 있겠지? 라고 낄낄거리며 들어가 배식대 위의 흰쌀밥을 퍼먹는 기분, 딱 그 느낌이 납니다.

분위기는 다소 수련회 식당과 다르게 모던하지만, 왜인지 어울리지 않는 사장님의 인물화가 후기 인상주의파 작품마냥 걸려있슴다. 아무래도 식당에 특별함과 모던틱함을 동시에 가져오려고 의도적으로 배치했다는 생각이 듬다.

가끔씩 유리 너머로 불이 활활 타오를때면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쳐지나감다. 계산을 먼저 한 순서대로 밥과 된장찌개, 계란후라이가 나오니 들어감과 동시에 주문을 하심을 추천함다. 메뉴는 딱 두 개 밖에 없어 고민할 여지가 없슴다. 제육볶음과 불고기로 나뉘고 가격은 둘다 육천원임다.

제가 두번째로 가고 나서 주변인들에게 매운걸 좋아하더라도 왠만하면 불고기를 시켜라고 강조하는데도 다들 난 남자야 라고 외치며 제육볶음을 시키시는데 그거 아주 그릇된 선택임다. 넷이 가셨다면 하나 셋, 셋이 가셨다면 하나 둘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매운맛은 통증을 동반하는 소수성 물질이 주로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불맛이 나는 기름진 음식의 특성상 (+뜨거움) 세 번 연거푸 집어먹었다간 혀의 미뢰가 고통의 댄스를 추는 걸 느낄수가 있슴다.

분명 이렇게 말해줘도 다 제육볶음 두 개 이상 시키는 걸로 아는데, 아침에 싸한 복부 통증을 느끼며 화장실 네다섯번 다녀도 결과(?)를 못 얻는 고통이 수반될검다.
그러니까 세 명 이상이고 처음 갔으면 제육볶음은 하나만 추천하는 바입니다. 물론 더 맛있다는게 함정!

습하스하으허 외치며 먹어도 가성비가 좋다, 여기 불맛이 좋다며 땀을 닦아내며 찌개를 한 술 뜨실텐데, 이것도 맵습니다. 마치 전날 소주로 달리고 아침에 처음 물을 들이키는 순간 정수기에서 소주가 나오나? 의심이 드는 것과 흡사할 만큼 매운맛이 납니다. 원래 된장찌개만으로도 매운기가 좀 돌기 때문에 그때쯤 되면 천장에도 같은 무늬로 도배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 천장 무늬가 궁금하신 분들은 두 개 이상 시키시면 됩니다.

두 번 모두 이렇게 설명을 해줘도 '불닭볶음면' 잘 먹는다고 세 개씩 시키고 그러는데, 다 먹는걸 본 적도 없거니와 다음날 열람실에 자리를 맡고 중광,백기,학관 모든 화장실 변기에 앉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패기와 뜨거움을 지닌 청춘들이라면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주로 주말에는 잘 안 여시고, 11시에 클럽 게스트 입장하는 것마냥 괜시리 인사를 하며 6시 15분쯤에 들어가게 됩니다. 줄을 섰다면 못 먹을 일은 거의 없으나 문이 닫힌뒤에는 남들 먹는것만 구경하므로 일찍 가십셔. 나올때는 굶주린 양민들이 계단에 주르루룩 서 있는데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수련회에서 이쑤시며 나오는 기분이 듭니다. 만끽하면서 '맵다', '볶은김치가 맛있더라' 등의 쓰잘때기 없는 말을 뱉으시며 나오시면 됩니다.

혼자 드시는 분들도 꽤 있던데, 곳곳에 앉아계시다가 천장 보는분들 많더군요. 저도 같이 보다가 눈 마주쳤는데 '불고기 한입만 주세요'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솔플 유저들은 처음부터 상급던전보다는 중급 파티플이나 하급 솔플 추천합니다.

P.S 돼지비계가 없다고 살코기만 드시다 보면 식탁 위에 왠 소주안주가 한 가득 일겁니다. 비계를 떼어내고 껍데기로 맛을 낸 음식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1 02:2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