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는 부산토박이로 돼지국밥부심이 넘쳐서 쓴 후기임을 미리 밝힙니다.
이건 돼지국밥이 아니에요. 아닙니다. 명백히 아니라구요.
돼지국밥이라는건 말이죠. 아니, 애시당초 국밥이라는건 밥을 토렴하게 되어있어요.
토렴이 뭔가 하니 상에 내오기전에 밥을 국물에 미리 말아서 알갱이를 풀어놓고 맛이 베게 하는거에요. 국밥의 기본이죠.
아하? 물론 꼭 그래야 하는건 아니에요. '따로국밥'이라는것도 있죠. 그런데 어떡하나? 내가시킨건 돼지국밥인데???
좋아요. 좋아. 백번 양보해서 내가 따로국밥을 시켰다고 해요. 서울에서 돼지국밥 먹기가 힘드니까 이정도는 양보하죠 뭐-
그러면 새우젓을 넣어어 하니까 국물맛을 살짝 볼까요?
아..아니 사장님..왜 국물에 밑간이 안되어 있어요? 아...토렴을 안하시니까 간도 필요없는거구나. 그런거구나...
그럼 이건 그냥 돼지사골국이잖아요! 아, 그게 원래 돼지국밥인가? 여튼 새우젓을 넣죠.
오호- 새우젓은 나쁘지 않네요? 구린집에 가면 중국산인지 뭔지 저질 새우젓을 쓰거든요. 짜고 쓴맛이 나죠.
좋은 새우젓은 짜지않고 칼칼한 맛을 내줘요. 이 새우젓은 나쁘지 않네요. 맛있어요.
다대기랑 배합비를 맞춰서 어찌어찌 비슷한 간으로 만들어야죠.
근데요 사장님, 국을 막 끓여 내오셔서 부글부글한데 거기에 부추넣으라고 그러면 안되시죠.
애들이 멋모르고 넣어서 부추가 다 흐물흐물 녹잖아요. 적절히 식었을때 넣어야 부추도 적당히 아삭이면서 먹고 향도 살죠.
애초에 부산에서는 부추를 자아아안~뜩 주는데 여기서는 셋이왔는데 1인분을 주시네요? 서울애들은 많이 안넣나보죠 뭐.
(사투리쓸까하다 갑자기 전환이 안되었어요. 그건 죄송하네요 ㅎ)
그래도 나중에 알아서 많이 챙겨주셔서 좋았어요. 부추도 딱딱 갓 무친거라 좋네요.
그리고 넣어서 휘휘 젓는데, 어 사장님? 소면은???
이건 확실히 문화컬쳐네요. 마치 서울처음올라와서 간짜장을 시켰는데 계란후라이가 안올라왔을때의 그 배신감?
아니 돼지국밥에 순대한두개 투척해주시는 센스까지는 아니시더라도 소면은 주셔야죠 사장님 ㅠ 어려우세요? ㅠㅠ
저 오천오백원말고 육천원 낼께 소면주세요 엉엉 ㅠ
그래도 이름은 돼지국밥이라고 어디 내놔도 크게 꿀리지는 않는맛이에요. 당최 사골육수가 어디서 나왔는지 짐작도 불가능한
서울의 수많은 순대국밥따위와는 비교자체가 불가능한 그맛이죠. 먹으면 배부르고 먹고나서 속도 편하고 뭔가 튼튼해지는느낌.
조미료 찌든 뭔지모를 국물이나 프림맛이랑은 달라요. 모르는 사람은 이게 심심하다고 하죠.
근데 사장님 너무 육수만 빼셨다. 끓이면서 기름기야 걷어낸다지만 그래도 몇방울 떠있어야 진한맛도 나는데 너무 쏙빼서.
쪼오끔 밋밋하긴 하네요. 하다못해 수육이라도 오래 삶아주시지. 이거 바로 주셔서 수육이 딱딱해 막 ㅠ
그래도 깍두기가 시지않고 적당히 익은게 맛이있어요. 풋고추가 없는건 좀 슬펏지만 그래도 양파는 있네요.
순대이천원치 사도 양파랑 고추랑 같이 포장해주는 부산이랑 여기랑 비교하면 안되는거잖아요.
여기는 순대에 막장도 안주고 겨우 소금에 고춧가루 풀어서 먹으라고 주는 흉악한 동네인데요 뭐- 구색만 맞으면 그만이지.
근데요 사장님 이건 서울친구들이 더 좋아할것 같아요. 돼지국밥의 기준에서는 좀 안타까운데 그 기준으로 볼게 아닌거 같아요.
맛이 깔끔하네요. 딱 떨어져요. 시장통맛이 아니라 어디 프랜차이즈 같은맛. 서울스타일??
그래서 옆에 돼지국밥에는 필요도 없는 들깨가루를 두셨구나.
서울애들은 들깨가루를 좋아하더라구요? 아니 그러면 국물에 부추는 넣지 말던지 이렇게 먹은거라고 부추를 실컷 때려박더니
들깨가루 뿌리는 친구를 보니 입이 딱 벌어지네요. 아 존중은 취향해야지 참.
고향의 맛은 없지만 역시 서울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급 국밥이죠. 어설프게 따라하지도 못할 ㅋ
그리고 사장님 혼자일하시는데 너무 바빠보였어요. 국밥이 오래 걸리는 음식이 아닌데 꽤 시간이 걸려서 나오더라구요.
혼자서 서빙하시고 국밥끓이시고 계산하시고 자리치우시고 바쁘시더라구요.
우리뒤에 단체로 열몇명 들어온건 어떻게 처리하셨나 모르곘네요.
그런데도 사람들 일일히 다 챙기시고 이것저것 필요한거 가져다 주시는걸 보니 친절하신듯!
아쉽게도 제기시장이라 이공계에서 가기에는 멀어도~ 너~무 머네요 ㅠ
인문캠에서 가기에는 교양관쪽문으로 슥 나와가지고 멸치국수에서 도미노피자로 쭉 내려가다가
동대문 엽기떡볶이보이자마자 그 골목으로 딱 꺾으면 옆집이잖아요. 출입문찾는다고 헤메긴했지만 가게찾기는 쉬워요.
메뉴판을 분명 보긴봤는데 돼지국밥/순대국밥/섞어국밥/따로국밥이 모두 5500원이었던거 밖에 기억이 안나요.
수육도 있었고, 술국도 있었고, 머릿고기도 있었는데 당장 먹을건 아니라서요 뭐.
필요하면 누가 아래 가르쳐줄거에요. 근데 일단 국밥이 짱.
밥먹는데 옆에 12여학우가 왜 국밥에 오소리가 들어가냐고 천연기념물인데 잡아도 되는거냐고 막 그러던데
국밥먹다 뿜을뻔 했어요. 오소리가 돼지위라는걸 알려줄까 했는데 혼자서 스마트폰 검색으로 잘 찾더라구요.
세상 좋아졌어요. 날씨 추우니까 이제 종종 뵙겠네요. 다음주에 또 갈게요.
요새 돼지고기값도 싸다는데 수육좀 많이주세요 엉엉 ㅠ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3 15: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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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후기(일반) | 등록일 : 2012-11-03 22:18:18 | 글번호 : 10009 | 0 10193명이 읽었어요 모바일화면 URL 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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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 제기시장 '한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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