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익게에 떡국을 먹고싶노라고 애처롭게 울부짖는 사연이 올라온 걸 봤는데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저께 떡국 만들때 사진이라도 찍어놓을걸 하고 생각했지만

만드는 과정이 워낙 쉬운데다 저질 폰카사진을 달가워할 사람은 별로 없기에

그냥 글로만 끄적거려보겠습니다. 해가 바뀌었어도 술에 쩔어 보내느라고 아직까지

떡국 한 그릇 못먹은 자취생이나, 2월 7일 설날을 대비해 가족간의 화목을 다지고

용돈 인상을 꿈꾸는 분들이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재료를 준비합니다. 가래떡 썰어놓은거 작은 슈퍼엔 잘 없고 큰데 가면 많은데

이맘때는 어디든 갖다놓을테니 그거 사고, 쇠고기는 정육점가서 국거리 달라고 하면

알아서 줍니다. 저는 마트에서 한근에 7천원하는 미국산쇠고기 사다가 스테이크 두개

구워먹고 남는걸로 떡국끓였어요. 그리고 1700원쯤 하는 사골곰탕(아예 요리용 육수도 좋고),

그리고 계란 두개와, 김과, 이런저런 양념이 있으면 되겠습니다.

(떡만두국으로 해드시려면 물만두나 왕만두같은거 사서 넣어도 돼요)

먼저 쇠고기를 찬물에 잠깐 담가놓아서 핏물을 뺍니다. 10분정도면 충분하구요.

건져서 물기좀 털어주고 간장, 다진마늘, 소금, 설탕, 참기름 등을 조금씩 붓고

조물조물 무쳐줍니다. (숟가락으로 해도 됩니다) 아무리 자취생이라도 저 양념들 중에

반 정도는 가지고 있겠죠.. 없으면 뭐 굳이 양념 안해도 괜찮습니다.

냄비에 식용유를 조금만 두르고 양념한 고기를 슬슬 볶아줍니다. 고기 색이 좀 변했다 싶으면

준비한 육수를..곰탕 봉지 뜯어서 붓습니다. 모자란 것 같으면 사골곰탕 하나를 더 하거나,

물을 좀 부어도 됩니다. 아무튼 그렇게 팔팔 한번 끓여주다가 거품이 올라오면 좀 걷어주세요.

안 걷으면 맛이 탁할겁니다.

육수 끓이는 동안에 중요한 일 한가지를 해야합니다. 지단 부치기인데요. 심심해보이는 떡국에

한줄기 미적감각을 불어넣어줄 유일한 데코레이션이니 신경써서 해야합니다. 일단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주는데요, 그릇을 아래 받치고 계란을 반으로 쪼개서 노른자를 이리저리 옮겨주면 흰자가

아래로 떨어져서 쉽게 분리가 됩니다. 이때 노른자에 붙어있는 알끈을 반드시 떼줘야 곱게 부쳐져요.

노른자에는 물 한두 티스푼과 소금을, 흰자에는 소금만 넣어서 각각 거품이 일지 않게 잘 저어줍니다.

팬은 달궈놨다가 적당히 온기가 올라오면 불을 끄고 식용유를 조금 부은 뒤에 키친타올로 구석구석

문지르면서 닦아내준 뒤, 다시 약한 불로 맞춰놓고 노른자부터 부칩니다. 노른자를 부친 뒤에

기름을 두르고 닦아내는 과정을 한번 더 해주면 흰자도 깔끔하게 부칠 수 있어요. 다 부치면

조금 식혀놨다가 썰어주면 되는데, 떡국에는 마름모꼴로 넓적하게 썬 지단을 많이 쓰는 듯 하네요.

한번 끓어오른 육수에 가래떡을 넣어서 같이 끓여줍니다. 떡이 좀 딱딱하다 싶으면 미리 물에다

잠깐 담갔다 빼면 돼요.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하고, 떡끼리 달라붙지 않게 잘 저어줍니다. 얘네

붙어있으면 안익어요. 떡만두국을 만드실 분은 지금 넣으시면 됩니다.

떡이 말랑말랑해지고 국물의 끈기와 간이 잘 맞는다 싶으면 불을 끕니다. 너무 오래 끓여버리면

떡죽이 돼버려서 기분이 상하실거예요. 고루 저어준 뒤에 그릇에 담고 아까 정성껏 부친 지단을

얹고 김을 가루내어 뿌려주면 떡국 완성입니다.

자, 복습합시다.

재료는 떡 고기 곰탕 계란 김. (+만두)
핏물빼고 양념한 고기를 냄비에 살짝 볶다가 육수붓고 끓인다.
끓을동안 지단을 부친다.
한번 끓으면 떡넣고 간맞춰서 또끓인다.
고명 올려서 먹는다.

어때요, 참 쉽죠?

맛도 좋고 만들기도 쉬운 떡국, 한번쯤 집에서 해보시고

혹여 집에서 언성 높아질 일은 생기지 않길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