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말로 적겠습니다. 글이 조금 길어질 것 같습니다. 요약을 원하신다면 마지막 결론 부분으로 가주세요. 감사합니다.


0. 서론

          나는 고기가 참 좋다. 이 세상엔 고기에 관한 과격하면서도 소모적이며, 불필요하고, 건강에 나쁘다고 생각되는 논쟁들이 많지만, 그래도 역시 나는 고기가 좋다. 오늘은 《육식의 종말》을 읽었더니 고기가 더 먹고 싶어졌다. 사실 스테이크 때 한 번 실망했지만, 함박스테이크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과, 요즘 진행하고 있는 할인에 낚여 또 한 번 가 보았다. 약간은 다른 경험을 했지만, 결론은 같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괜시리 글을 쓰고 싶어졌다. 이 글에는 그런 나의 경험을 적으려고 한다.


1. 주문한 메뉴

(1) 어흥스테이크(특), 어흥빵 추가 - 16900 + 500 = 17400원
(2) 함박스테이크 - 현재 할인가 6900원 (코로나 종식 때까지 할인을 진행한다고 한다.)
(눈치가 빠른 독자는 나의 2차 방문 주문 메뉴를 보고 어흥빵에 대한 내 평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1. 어흥스테이크(특)과 어흥빵

          나는 음식에 대한 대쪽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좋은 재료와 정확한(꼭 복잡하지 않아도 된다!) 조리법만 사용한다면, 무슨 음식이든 맛이 좋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나에겐 좋은 고기로, 정확한 조리법을 사용하면, 그게 좋은 스테이크다. 스테이크를 조리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스테이크가 '구운 덩어리 고기'를 기본적으로 뜻하기 때문에, 어떻게 굽느냐에 차이일 뿐이다. 결국 스테이크의 맛을 좌우하는 건 좋은 고기로 잘 양념해 구우면 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것이다. 기본적으로 덩어리 고기를 잘라서 먹는 경험에 필수적인 요소는 고기 맛이다. 다른 어떤 맛도 아닌 고기 맛이다. 훈연이나 직화, 시즈닝과 숙성법 등은 전부다 추가적인 무언가에 불과하다. 결국 고기 맛이 스테이크의 맛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어흥식당의 스테이크는 이런 내 생각과 정반대의 맛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뒤집어서 썰라는 지시에 따라 한 점을 썰어서 입에 넣었는데, 얼굴이 저절로 구겨졌다. 가게 벽에 적힌 대로 나름의 숙성법과 시즈닝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고기에서 이런 맛이 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즈닝은 고기의 맛을 보조해서 한층 더 우수하게 만드는 역할인데, 어째 이 가게의 양념은 고기를 더 나쁜 쪽으로 격하시키는 듯했다. 소고기는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해도 충분히 맛있는데, 왜 이렇게 고기 맛을 파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오래 되어 상하기 직전의 고기가 아까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구두쇠가 급하게 구워 낸 듯한 맛이었다. 좋게 말하면 독특하고, 필자의 취향을 기준으로 말하면 불쾌한 맛은 식사가 끝날 때까지 필자를 괴롭혔다. 옆에 비치된 마늘간장의 새콤한 맛이 없었더라면 완식하지 못했을 것 같다. 신맛으로 어떻게든 스테이크 맛을 덮어야 그나마 목구멍에 들어갔다. (이런 면에서 마늘간장은 아주 도움이 되는 소스였다.) '고기'를 먹고싶다면 어흥식당은 찾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은 평이 좋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해서 주문한 어흥빵이다. 이건 그냥 시중에서 파는 모닝빵에 불과하다. 보관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원래 그저 그런 베이커리에서 공급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빵의 촉촉함마저도 없었다. 탄수화물과 고기는 찰떡궁합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맛있는 탄수화물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다. 평균 이하의 모닝빵과 고기를 먹는 것은 가난함을 상기시키기까지 한다.
          다음은 기본적인 음식 맛 이외의 것들이다. 가게에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강 이렇게 적혀있었다. "어흥스테이크 특 (400g) - 1인 1치킨 가능한 사람". 나는 양이 적기로 소문이 자자한 삼성통닭 본점의 후라이드 치킨도 혼자 다 못 먹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스테이크는 다 먹고도 아이스크림 하나쯤은 거뜬히 더 먹을 수 있었다. 따라서 매장의 이 문구는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400g은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스테이크 치고는 많은 양임에는 틀림 없고, 이런 점을 고려해 가격을 바라보면 충분히 합리적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맛까지 함께 본다면… 결제 후 스마트폰에 뜬 알림을 보는 것이 정말 슬플 정도였다.


2-2. 함박스테이크

          요즘 함박스테이크를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다는 소문에 찾아가 보았다. 음식 맛을 평가하기 전에, 서빙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어흥식당에서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하면 3분을 재는 타이머와 함께 알루미늄 호일로 튼튼히 감싸진 음식을 받게 된다. 호일을 열면 나오는 뜨거운 김은 원래라면 나이프와 포크를 집고 행복을 입에 가져다주어야 할 손을 괴롭혔다. 나는 왜 이런 불필요한 일을 손님에게 시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심히 불쾌하고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추측해 보건대, 주방의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 3분이라는 시간을 주방이 아닌 손님 테이블에서 보내게 한 게 아닌가 싶다. (셀프 서빙과 500ml 생수를 병째 제공하는 것에서도 회전률을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런 경험 자체가 신선하기 때문에 손님의 기억에 쉽게 남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손님 입장에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를 받은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충분히 불평할 이유가 된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다음은 함박스테이크의 맛이다. 앞서 말한 스테이크와 비슷한 양념으로 분쇄육을 양념해 구워낸 듯했다. 신기하게도 양념의 맛이 스테이크 때보다 약했는데, 이게 차라리 나았다. 기본적으로 덩어리 고기와는 달리 분쇄육의 경우 고기 자체의 맛을 살리는 것보다 양념이 음식 맛을 좌우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다소 강한 양념이라도 함박스테이크에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 먹은 스테이크는 '다소 강한 양념' 수준을 넘어선 '고기 맛을 덮을 정도로 막강한 양념'이었는데, 함박스테이크는 그 기준에 잘 맞는 정도의 양념이 되어 있었다. 물론 이는 양념 맛 자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난, 일종의 조리법에 대한 평이다. 시즈닝 맛이 다소 약해졌지만, 내 경우엔 과거의 스테이크 때의 경험이 자꾸만 떠올라 식사의 만족도는 떨어졌다. 하지만 이 식당에 처음 방문한 손님이 스테이크가 아닌 함박스테이크를 처음 주문했다면, 나와 같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메뉴라고 본다.
          메뉴가 평균 이상이니 다른 반찬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함께 딸려 나오는 빨간 소스는 아주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소스 내에도 간 고기가 들어가 있어 감칠맛이 풍부하며, 과하지 않은 매콤함이 기름진 함박스테이크의 맛을 잘 잡아준다. 차라리 이 소스를 위에다 가득 끼얹어서 파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진 양파 피클도 꽤 나쁘지 않았다. 식초에 잘 절여 양파의 매운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술술 잘 들어갔다. 고기와 산미는 언제나 잘 어울리는 단짝이다. 종합적으로 함박스테이크가 어흥스테이크보다 훨씬 더 좋았다.


3. 결론

          스테이크의 경우 고기의 맛을 덮을 정도로 강한 양념이 불쾌할 정도였다. '어흥스테이크'를 먹고싶다면 방문하는 것도 좋겠지만,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흥빵은 흔한 모닝빵이다.
          함박스테이크는 요즘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그 맛도 준수하다. 딸려 나오는 소스와 함께라면 더 맛있다. 첫 방문이라면 함박스테이크를 추천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22: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