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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없었던 것 같은데 지난번 똥글에서 추천한 원령공주가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이에 정주행 후 후기를 남깁니다.
스토리는 대략 산골마을 훤칠튼튼남이 저주에걸려 그걸 풀고자 여행을떠나 짐승 형상을 한 태고의 신들, 그들을 몰아내려는 인간들의 갈등 사이에서 영웅적 역할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와중에 물론 늑대신이 주워기른 딸과 로맨스도 있구요. 자세한 내용들은 보시는걸 추천드리기에 언급금지하겠습니다.
어릴적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사슴신이 너무 무섭게 생겨서 이게 신인지 디아블로인지 싶었습니다. 그후에는 뭐.. 남주인공을 저주 걸리게 한 원인제공자들 나쁘다 흑흑 역시 자연은 소중해 인간은 병신이야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죠.
고등학교 입학 이후로 다시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작중 인물 중 어느 하나 나쁜 인간이 없다는 겁니다. 각자의 일리를 기준으로 하는 행동들이 빚어내는 갈등, 특히 인간과 자연 사이의 충돌을 '동물 모습을 한 태고의 신'들과 원령공주를 통해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엔? 대사마저 종종 기억하고 영상미에 취하는걸로 만족했습니다 97년작인데 정말 작화가 훌륭합니다... 이걸 보고있노라면 왜 씹뜨억 손님들이 그 길을 가려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만 합니다(매우주관적).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는 없는건가요?'
이에 대한 대답은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그 질문을 들은 캐릭터들은 오히려 반문하죠(반...moon...) '그래서 니가 뭐 어쩔건데?ㅋㅋ루ㅋㅋ' 중재자에게 있어서 이런 답없는 갈등이야말로 가히 최악의 난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거 완전 요즘 세대남녀지역갈등 아니냐?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새로 느꼈던 점은,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끊임없이 노력한다. 주인공 은 저주의 부작용으로 먼치킨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그렇다고 뭐 짱짱센건 아니고 한...야인시대 시라소니 같은 전투력?
그럼 그 힘으로 싸우는 애들을 제압하고 범죄도시 마동석처럼 강제화해 시키느냐? 아닙니다. 단지 갈등으로 인한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하는 데에 주력합니다.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고, 조율을 하는거죠.
실제로 이런 인간이 있다면 저같은경우 이 ^^ㅣ밸 회색분자 위선자스레기 몽상가라고 하고 싶지만, 세상에 필요한 사람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음... 끝장토론에 나와서 중용론 펼치는 사람 같달까요? 그래도 그럼 인간성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결말도 좋긴한데, 진엔딩이 눈에 아른아른거려서 좀 아쉽습니다. 그게 문화콘텐츠의 맛이겠지만 너무 해피해피엔딩인 것 같아서요...
-----+++결말스포+++---- 사실 이런게 스포일정도로 신작이거나 치명적이진 않지만 꼭 보셨음해서....
산과 아시타카가 헤어지는건 아주 좋습니다. 각자의 삶 리스펙하고 갈길가는 그 멋...한국식엔딩과는 좀 다르죠. 사슴신이 쫘좌좍 녹지조성하신건 감사한데...
그래서 그 마을 주민들은 어떡할까요? 사슴신이 대가리도 못갖다줬고 직장 집 음식 전부 개박살 났으니... 와일드와일드웨스트 뺨치는 그시대에 맨주먹으로 또 마을세우고... 이러면서 몇명 쥭어나고 마을세우면 또 제철을 하든 발목을 하든 할텐데... 이거는 그냥 보스잡고 엔딩크레딧 다봤더니 다시 튜토리얼창 뜨는거랑 같지않나여? 우욱 씹... 이건 좀...
아 그리고 어렸을때는 사슴신이 밟는곳마다 식물이 순식간에 자라고 죽었잖아용? 전 그거보고 이새끼 진짜 악마인건가 싶었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사슴신이라는 영생의 존재 입장에서는 새싹이 그 본분을 다하게 하는... 그러니까 엘프에게 10년은 ㅈ도아니듯 자기입장에선 그냥 개화를 시켜죽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어떤엑스트라가 '사슴신은 새싹을 틔우는 신이었나봐'하는구나 싶었습니다.
20세기말 영화지만 다시봐도 띵작이고, 속도감 영상미도 있는 원령공주 추천드립니다
야쿠르 귀여워! 와 이러니까 진짜 ㅈ토피아 하드유저같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2 05: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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