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발췌라 반말인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샤로수길 중간에는 <키요이(きよい)>라는 일본식 요리점이 있다. 만화 <심야식당>을 모방한 듯한 컨셉으로, 만화와는 달리 주방과 떨어진 테이블에서 식사를 해야 하지만 자정 이후 혼자 온 손님에게 그냥 주인 생각에 추천할만한 것을 내 주는 심야식당 메뉴가 있는 점은 만화와 유사하다.

서울대입구 쪽에서 볼일이 있어 저녁도 거르고 집에 들어가려다, 문득 키요이가 생각나 발길을 옮겼다. 이 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메뉴는 스키야키고 나도 동행이 있을 때는 대개 스키야키를 먹곤 하지만, 이 날은 혼자라서 2인 이상부터만 주문이 가능한 스키야키를 주문할 수 없었다. 여기서는 당연히 스키야키라는 동행자들의 시선에 눌려 잘 얘기하지 못하지만 나는 일식 스키야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이 가게는 스키야키 가게 중에서 별로 특출날 것이 없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 입맛에는 너무 달다.

하여튼 그런고로 스키야키는 시킬 수 없고, 맥주 한 잔을 곁들일 간단한 메뉴를 찾던 내 눈에 카츠샌드가 들어왔다. 가격은 8천원. 빵에 고기라면 식사 겸 안주도 될 것 같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기도 하니 부담없이 주문했다.

서빙되어 나온 음식의 모양은 딱 내가 생각하던 그대로였다. 돼지고기 속살에 옅은 분홍색이 남아있는 것이 딱 내가 좋아하는 정도로 익힌 돈가스 같았다. 일본 소설이나 만화에서는 돈가스 소스에 빵이 푹 젖어야 맛있다는 식으로 묘사되어있곤 했는데, 아무래도 한국사람 입맛을 고려하다보니 그렇게 소스를 흥건하게 넣은 것 같지는 않았다. 손잡이인 양 한쪽에 비계를 남겨놓은 게 재미있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그렇게 느끼하지는 않았다. 괜히 우유식빵 같은 걸 쓰지 않고 담백한 샌드위치용 식빵을 사용하여 입 안의 기름 맛이 어느정도 잡히기도 했고, 소스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돈가스 소스와 조금 다른, 아마도 카츠샌드용으로 따로 만들었음직한 질척하지 않은 소스라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튀김+빵이라는 음식의 특성상 먹다보면 물리는 면이 있어서, 간간히 술로 입 안을 정리해줘야 했다. 일본 사람들은 주식으로도 많이 먹던데, 내 입맛엔 식사 대용보다는 술안주에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엄청 맛있었다 이런 느낌보다는 한번 먹어봤다. 먹어봤는데 꽤 괜찮네. 싶은 음식이었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두툼하고 육즙이 살아있는 고기를 나름의 산미가 있는 소스와 함께 빵에 싸 먹는 것이다. 돈가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제하고 생각해보면 설명만 들어도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