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에서 발췌한거라 반말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예로부터, 진주냉면은 평양냉면과 함께 한국 최고의 냉면으로 꼽혔다. 한양서 놀이를 즐기던 선비들이 그 교통도 불편하던 시절에 냉면 한 그릇을 먹겠다고 진주까지 내려오곤 했다고 하니 그 맛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루 짐작할 만 하다. 그런 진주냉면이니,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떨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왜냐면, 그 시절 선비들이 먹던 것은 현재 유명세를 떨치는 진주냉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때 최고로 꼽히던, 선비들을 수백 리씩 행차하게 했던 진주냉면은 그 명맥이 끊겨 이제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장조림의 물을 넣어 간을 한다든지 하는 옛 문헌의 서술로 그 맛을 짐작해 보면 지금 우리가 먹는 진주냉면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가 먹는 진주냉면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 최초의 라면이 1960년대, 컵라면이 1970년대에 등장했으니 진주냉면이 한참 후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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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본고장 진주 하연옥에서 진주냉면 한 그릇을 받아들었다. 첫 향이랄 것이 별로 없는 평양냉면과 달리 그릇을 받자 마자 시큼하고 짭짤한 향이 확 피어올라 식욕을 돋구었다. 그 모양새 또한 화려했는데, 노란 육전 위에 녹색 오이채를 올리고, 멋내기용 지단과 홍고추까지 쌓아올린 폼이 마치 색동저고리를 보는 듯 했다. 이 또한 말간 국물에 면을 말고 편육 몇 점을 올려놓은 게 전부인 평양냉면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모양만큼 맛 또한 화려했다. 국물 첫 모금부터 해물육수의 찝찔하고 농후한 감칠맛이 입 안에 퍼진다. 비린내가 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해물이 들어갔다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이었다. 냉면 위에 고명으로 올라간 육전의 고소한 기름기가 육수 속에 녹아들어 입안에 느껴지는 맛과 향을 한껏 치장했다. 아마도 배에서 우러나왔을 단맛이 실로 호사스럽기도 했다. 평양냉면이 슴슴하고 담백한 육향으로 잔잔하게 승부한다면, 진주냉면은 입안을 가득 메우는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감칠맛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듯 했다. 차가운 육수에서 이런 복잡한 감칠맛이 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 안을 가득 메우는 복잡한 맛에 조금 물린다 싶을 때 쯤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마치 중국음식을 먹은 것처럼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리 기름지지 않은데도, 입 안에 맛이 오래 남았다. 끝이 개운하지는 않지만, 뭔가 한 그릇 잘 먹었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평하자면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밀어붙여 미각과 후각이 금방 피로해진 나머지 그리 양이 많지도 않은데 과하게 먹었다는, 포식했다는 느낌을 받은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요컨대, 먹다보니까 조금 질리기는 했다는 말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21:5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