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에서 발췌한거라 반말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지구당은 음식만큼이나 독특한 영업방식으로 유명하다. 모든 좌석이 카운터 석으로 되어있고, 3인 이상은 받지 않는다. 술은 맥주뿐,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한 명에게 두 잔 이상을 팔지 않는다. 가게 문앞에는 가게 안이 보이지 않도록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고, 마음대로 안에 들어가 앉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벨을 누르고 안내를 기다려야 한다. 가게 안에서는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해야 하고, 가게 스태프에게 주문 외의 말을 걸 수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답답하고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룰이다. 실제로, 이런 점 때문에 한 번 방문한 뒤 다시는 이 가게를 찾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규동이란 게 특별히 대단할 것도 없는 음식인데 뭐나 되는 양 거만하게 군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가게의 음식 맛은 인정하곤 하니, 맛있는 것을 찾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르고, 맛있는 집에서는 가게 질서를 따르게 되는 법이다.

규동을 주문하면, 다찌 앞 주방에서 바로 음식을 준비한다. 밥솥에서 약간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흰쌀밥을 퍼 그릇에 담고, 양념국물 속에서 뭉근하게 조려지던 소고기를 체로 건져 그 위에 수북하게 올린다. 부드럽고 미끈한 반숙계란 한 개와(사진은 반숙계란 하나 추가) 미소장국을 곁들이면 한 끼 메뉴 완성. 반숙달걀을 소고기 위에 올린 뒤 조심스럽게 깨서 고기와 섞은 뒤 먹는다.

얇게 썰어 양념국물과 함께 오래 끓인 소고기는 밥과 함께 자연스럽게 씹힐 만큼 부드럽다. 과도하게 짜지도 달지도 않은 양념국물이 밥알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고기와 밥을 하나로 묶어 준다. 부드러운 달걀 흰자와 진한 노른자가 소고기 향을 담은 양념국물과 섞이면 이것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먹겠다 싶은 훌륭한 맛을 낸다.

맛이 훌륭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 회사 동네(강남·역삼 일대)였다면 8~9,000원은 족히 받을 규동 한 그릇이 6,000원이니 줄 서는 것만 감수하면 가벼운 혼밥 메뉴로도 적절하다.

앞서 말했듯이,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하거나 친절한 서비스를 받기를 원할 때 지구당을 찾는 것은 별로 적절한 선택이 아니다. 처음 가보는 사람이라면 특유의 과하게 조용한 분위기에 불편이나, 심하게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의 방해도 없이 조용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그냥 음식에만 코를 박고 조용한 식사를 하고 싶을 때, 이도 저도 아니라 그냥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라면 조금 불편한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때라면 지구당이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7 1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