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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를 정하지 못해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중이다
나는 왜 아직 이곳에 살고 있는가
아름다운 광복절. 설렌 맘으로 눈 떠보니 또 국이 없어 글을 끄적여본다
이곳에 어쩌다 굴러들어온지도 1년이 넘었다
기숙사, 자취를 거쳐
주인내가 항상 어필하듯
언제나 맘대로 먹을 수 있는 밥
(이젠 12시 이후엔 주방사용을 제한한다)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화장실
공과금도 없다
귀차니즘의 승리
그러나...
밥은 제때 나오지도 않고 그것마저 맛이 없다
일단 주말, 휴일은 무조건 쉰다
여름 단골메뉴인 콩나물국이 또 나오면
사람들은 뚜껑을 들춰보고 욕만하고 도로나간다
그럼 그 불쌍한 콩나물국은 그자리에 그대로 이틀삼일을 머무른다
웃긴건 남아있을 땐 남아있다고 버티면서 어쩌다 간혹 먹을만한게 나와서 저녁 전에 사라지면 다시 주지 않는다
황금연휴가 낀 달은 사분의 일의 밥값을 그냥 가져가는 셈이다
이 집은 메뉴가 열 개도 안 되는 것 같다
카레 짜장 순두부찌개 맑은된장 제육 콩나물국 닭볶음탕 미역국 무국?
뺑뺑이의 연속
제일 어이없었던 메뉴는 오이냉국이었다
괜찮아보이는 이름에 혹하지 말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게다가 하루종일 한 냄비로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으니 위생상태도 좋지 않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머리카락. 아.
어쩌다 공과금, 화장실/주방 청소 프리함의 늪에 빠져 산지 1년이 넘었다
정말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먹고 남은 음식물을 세면대에다 붓는 사람도 있고
설거지거리늘 싱크대에 두고 가는 사람
자기의 흔적을 여기저기 뿌리고 가는 사람
남의 음식 훔쳐먹는 사람
남들과 같이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공용공간을 더럽게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건 그렇다치고
위에 말했듯이 밥이 너무 부실해서
이곳 사람들은 라면같은 비상식량이 필수다
뜬금없지만 하숙비가 싼 것도 아니다
크기마다 다르지만 보통 46만원...
무튼 개인 냉장고는 냉동실이 있지만 제대로 얼지 않는다
내 소중한 용가리를... 그것도 제일 큰 것이었다
소중히 6개를 야금야금 먹고 거실냉장고에 짱박아뒀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내 소중한 용가리는 비닐만 남아있었다
쌍욕이 나왔지만 용가리로 쪼잔하게 차마 경찰서를 갈 순 없는 일이었다
원래는 거실에 일반,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곳이 있었더랬다. 날파리가 꼬인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이젠 직접 분리배출하고 쓰레기봉투를 사서 버려야한다.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날파리는 여전히 많다. 이 집 자체가 매우 습하다
한 번은 내 방 벽에 세번째 손가락만한 돈벌레가 신나게 벽을 기고 있었다
너무나도 징그러웠다
마치 액체같이 문틈을 드나들었다
여전히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어쩌면 아직도 동거중일수도...?
화장실은 공용이다
여름에 날파리, 모기가 미친듯이 많다
여기가 그들의 알까기장소인가 의심될 정도로
덕분에 내 방까지도 따라 들어온다
밤새 고통받기 싫으면
문을 초스피드로 닫아야만 한다
주인내는 전문업체에 일주일에 두 번 화장실 청소를 맡긴다
하수구, 변기 청소가 전부다
벽엔 시체가 말라 비틀어져 붙어있고 바닥엔 조그만것들이 꿈틀대고 있다
그래도 순환이 빠르다는 것에 만족하며 쓰고있다
나는 문을 열어놓고 다닌다
하루는 집에 돌아오니 방문이 잠겨있었다
그럴리가 없는데
아저씨께 열쇠를 빌리려 전화를 했다
알고보니 완전범죄? 의 현장이었다
여름 낮, 두꺼비집이 내려갔더랬다
원인을 찾으려 이방저방 뒤지다
주인없는 방에 그냥 들어온 것이다
그래... 이까지 이해한다
그랬으면 최소 이러이러해서 니 방에 들어갔었다 알려줘야하는것 아닌가
소름이 끼쳤다
문을 원래 잠그고 다녔다면 모를 일이었다
아주머니는 1년 넘게 살면서 두세번 봤나싶다
한 번은 샤워하러 가는 길에 마주쳤다
집 보러 온 사람에게 설명을 해주고계셨다
친한척? 이라고 한 것이
그 앞에서 내 엉덩이를 때리셨다
씻지도 않은 몰골에 수치아닌 수치였다
대충 이 집은 이러하다
어서 취직해서 탈출하던지 해야지
더이상은 안 되겠다
* 그 후 계약만료 전 이사를 갔고 학우들에게 차마 권하기 양심에 찔려 그냥 위약금 50만원을 물고 떠났다고 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18: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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