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우 여러분. 거의 매번 소포게에서 글만 보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이름만 들어보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정대후문 지하 케밥집 자리에 새로 생긴 밥집에 대한, 그것도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를 써보려 합니다.

이미 한 두 번 정도 이 밥집에 대해서 정보를 들어오기도 했고, 자금상황도 넉넉치 않았던 터라 이번 기회에 한 번 방문해봤습니다.

문을 열고 내려가자 주인 아저씨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얼른 자리를 잡아서 대구탕 단 하나 내어달라 말씀드렸습니다.

양쪽 벽에 각각 큼지막한 메뉴판들이 붙어있었고, 당연지사 뉴스가 틀어져 있었을 것으로 여겨졌던 TV에선

성소와 다른 두 명의 친구들이 엠카운트다운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쁘더라구요.

어쨌거나, 혼자 방문했던 터라 찬찬히 다른 메뉴들을 살펴봤습니다.

출입구 초입에 세워진 간판에 이미 명시돼있듯, 가격들은 굉장히 저렴한 편입니다.

소주, 맥주, 막걸리도 각각 3,000원, 2,5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판매하시더군요.

일단 가격들이 착한 건 알았으니, 자연스럽게 '과연 양과 맛도 과연 착할 것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궁금증에 답을 해주듯, 머잖아 밑반찬들이 나왔고, 또 얼마 뒤에 밥과 탕도 나왔습니다.

두 번째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반찬은 매우 소박한 편입니다.

첫 번째 사진에는 밥과 탕이 나왔는데요, 입간판의 사진을 보고 한껏 기대에 차서 씩씩하게 내려온 들짐승에게 안분지족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듯 했습니다.

양에겐 한 번 혼났으니, 맛에겐 위로를 받기를 바라며 첫 술을 떴습니다.

첫 술에서부터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부족함 속에서도 풍족함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진과는 비록 많이 다르긴 했으나, 이만하면 그래도 4,500원의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습니다.

혼자 온 것이 안쓰러우셨던 건지, 지속적으로 말씀을 건네주시는 사장님도 함께였기에 더욱 더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매 12번째 식사는 5,000원 미만으로 무료라고 쿠폰과 함께 친절하게 일러주셨습니다.

내 삶은 왜 이리 부족한가. 내 삶은 왜 이토록 가난한가. 삶은 원래 고달픈 걸까.
라는 질문이 드실 때마다 방문하신다면, 잠시나마 설움을 싹 잊으실 수 있는 곳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아침식사(7시)도 가능하다고 하니 아침에 든든하게 식사하셔야 하는 분들한테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참고로, 메뉴 전반적인 가격대가 낮다보니 공기밥 추가는 500원이라는 것도 알고 계세요, 어차피 추가해도 다른 밥집들보다 저렴한 게 충격이지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00:4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