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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 쌀국수 가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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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는 특유의 향 때문인지, 외국 음식 중에 생각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이다.
그런 쌀국수를 언제부터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쌀국수를 참 좋아한다.
언젠가부터 안암에 쌀국수로 대표되는 베트남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상당히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쌀국수 성애자중 한 명으로서 기쁜 마음으로 안암에 있다 하는 쌀국수 집을 (거의) 모두 다녀봤고, 나름의 랭킹을 과 함께 가게 별 리뷰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다.
글다운 글은 아닐 테지만 뭔가를 쓴지 오래 됐기도 하고 예전부터 써보고 싶던 내용인데 심심해서 써 보는 거지 뭐.
안암에서 가 본 쌀국수집은 하노이의 별, 포몬스, 방콕 익스프레스, 미스 사이공, 꽌부이, 포하롱 (추가) 브루스리 까지 7군데다.
나름의 공정성을 위해서 가서 시킨 쌀국수 메뉴는 뭐 다른걸 추가하거나 하지 않은 쌀국수 기본 메뉴들이고 국물에 소스를 타지도 않았다.
모든 음식점 리뷰들이 그렇듯 랭킹에 대한 기준은 전적으로 주관적일 것이지만, 혹시 쌀국수를 좋아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신념이 있다 하시는 분들은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을 지적해 주시면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진은 있는 것 도 있고 없는 것도 있어서 그냥 다 안넣었음)
1위: 포몬스
위치: 참살이길 올리브영 맞은편
가격: 8000원 (점심 할인 6500원, 개인적으로 할인 받아서만 먹었다.)
음식점들은, 특히 안암에서 “체인”인 음식점들은 뭔가 평가절하되는 그런 인식이 있는데, 체인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안암에서 쌀국수를 제일 맛있게 하는 집은 포몬스인 것 같다.
메뉴를 선택 할 때 양지, 차돌, 홍두깨살 같이 여러가지 소고기 부위들 중에서 쌀국수와 함께 담아져 나올 소고기 부위를 선택할 수 있는데, 고기의 차이마다 맛의 차이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 한 게 아니라 그것은 바로 "여러 가지 고기를 함께 넣고 육수를 우리는 증거" 라고 생각한다.
쌀국수의 면은 솔직히 거기서 거기라 맛의 차이를 결정 짓는 건 결국 육수, 그러니까 국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고기를 사용해서 인지 국물 맛이 깔끔하면서 풍부하고, 깊으면서 시원하다.
또 쌀국수에서 이국적인 향을 담당하는 건 팔각 향 이라고 생각하는데, 적당히 그 향이 느껴지면서 부담이 없다.
한 그릇에 담겨 나오는 고기의 양, 면의 양도 결코 부족하지 않고, 무엇보다 여기 요리 하시는분과 서빙하시는 분들의 사소한 서비스가 정말 좋다.
숙주, 레몬, 양파, 고수같이 부가적으로 넣어 먹는 것들을 달라고 하시면 얼마든지 주시고, 그것들을 주실 때 손님에 대한 꽤 깊은 배려를 하시는 것 같다.
먹기 시작한지 꽤나 지나서 숙주 좀 더 달라고 하니까 국물이 식을까 봐 숙주를 살짝 데쳐서 주시기도 했고, 쌀국수 가게에서 고수를 달라고 하면 보통 그냥 잎이 달린 줄기 채 주는데, 여기는 먹기 좋게 줄기에서 떼어낸 잎만 그릇에 담아서 주시는 것 보고 감동받았다.
결론은 개인적으로 여기가 안암에서 쌀국수 1위라고 생각한다.
2위: 꽌부이
위치: 정후 나인헤르츠 카페 맞은편
가격: 7000원
꽌부이는 생긴지 얼마 안됐는데 안암에서 제일 맛있게 하는 쌀국수 집이라는 입소문과 함께 상당히 잘나가는 집이다.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점심 저녁 타임에 웨이팅이 없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으니까.
오래 전부터 가봐야지 하다가 실제로 가본 것은 불과 며칠 전인데, 기대가 커서 그런지 감동보다는 약간의 실망을 더 받은 것 같다.
근데 그래도 꽤나 맛있긴 함.
꽌부이의 쌀국수에는 다른 쌀국수 가게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차이점들이 있다.
사소하게는 길게 채 썰어진 파와 잘게 다진 쪽파가 함께 잔뜩 올려진다는 것이 있겠고, 인상 깊었던 것은 쌀국수에 곁들여지는 고기가 잘게 나오는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마치 수육처럼 꽤나 넓적하게 썰어져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면과 함께 먹는 고기가 참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물이 조금 특이했는데, 내가 뭐 뛰어난 미각을 가진 미식가는 아니어서 정확히 어떤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더 감칠맛이 느껴지는 국물이었다.
하지만 그 국물이 특별하게 맛있다거나 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조금 "다른 국물"이랄까.
그리고 추워진 날씨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물이 아닌 무슨 차인지 모를 차를 주는데, 그게 굉장히 좋았다.
아쉬운 점은 그릇의 디자인이 예쁘긴 했지만, 담아진 면과 고기의 양에 비해서 그릇이 작았고, 작다 보니 국물이 좀 적게 느껴졌다.
또 일반적인 쌀국수에 사용되는 면이 아닌, 팟타이와 같은 볶음 면 요리에 사용 되는 것 같은 조금 더 넓적한 면이 사용됐는데, 굳이 그 면을 사용한 장점을 특별히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냥 일반적인 쌀국수 면을 사용했다면 더 깔끔했을 것 같았다.
좋았던 점이 있는 만큼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맛있긴 했지만 안암 최고 쌀국수 집이라는 명칭이 어울릴만한 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가게 안의 테이블이 몇 개 없기 때문에 있는 웨이팅이 만들어낸 거품이 아닐까.
하지만 정후에서 가장 맛있는 쌀국수 집임은 확실하다.
정후에 쌀국수 집이 여기밖에 없거든.
3위. 미스 사이공
위치: 이공대 후문
가격: 3900원
노량진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쌀국수 집으로 대박 난 미스 사이공이 이곳 저곳에 체인의 마수를 펼쳐가고 있는 것 같은데, 안암에도 생기고야 말았다.
25기 쿠바 활동을 하면서 노량진에 갔을 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안암에서 먹어도 딱 그 정도 맛이었던 것 같다.
사실 다른 가게들과 비교했을 때, 맛에 있어서 그렇게 대단한 특별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 가게의 장점은 누가 뭐라 해도 저렴한 가격이다.
베트남 현지에 가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웃길 수도 있지만, 현지에서 전혀 비싸지 않고 저렴하고 부담 없는 요리인 쌀국수가 한국에서는 비교적 비싸게 팔리는 이유에 대해서 늘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아마 소고기 가격 때문 이려나 싶다), 이 집이야 말로 저렴한 가격에 베트남 현지 분들이 만드시는 상당히 괜찮은 쌀국수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국물도 시원하고, 양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고기가 넉넉하지는 않다)
참고로 다른 쌀국수 집의 칠리소스에 비해서 이 집의 칠리소스는 상당히 매운 편이다.
4위: 방콕 익스프레스
위치: 참살이길 기업은행 맞은편
가격: 6500원
신촌에서 태국 음식으로 대박 난 가게인 방콕 익스프레스다.
역시나 체인이다. 글을 적으며 생각이 든 건데 안암에 있는 쌀국수 집들이 거의 다 체인이구나 싶다.
이 가게가 신촌에서 대박이 나긴 했지만, 그 대박을 주도한 메뉴는 쌀국수가 아닌 저렴하면서 맛있는 푸팟퐁 커리나 꿍팟 커리 같은 커리종류지, 쌀국수는 결코 아닌 것 같다. (메뉴판 만 봐도 메인 메뉴에 자리잡고 있는 건 커리 종류다)
이 집의 메인 메뉴를 먹어보지 않고 이 집을 평가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일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쌀국수만 평가 하는 거니까 뭐…
사실 쌀국수의 맛만 따지면 3위인 미스 사이공보다 조금 나을 수 도 있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비슷한 가격인 포몬스나 꽌부이에 비해서 특별한 장점이 없다.
먹은 지 얼마 안됐는데 맛이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무난하고 평범 했던 듯 하다.
나중에 이 가게에 가서는 커리를 먹어보고 싶다.
5위: 포하롱
위치: 고대앞 사거리 멸치국수 잘하는 집 옆
가격: 포하롱 쌀국수 4500원
리뷰 하는 가게들 중에 가장 최근에 오픈한 집이다.
가격도 4500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편인데, 맛은 조금이지만 더 저렴한 미스 사이공만 못하다.
메뉴에 4500원짜리 포하롱 쌀국수와 6000원짜리 소고기 쌀국수가 있었다.
“쌀국수에는 소고기가 원래 들어가는데 뭔 포하롱 쌀국수?” 라는 생각에 포하롱 쌀국수를 시켰는데, 조금 어이가 없었던 것이 소고기가 원래 들어가야 할 자리에 어묵이 들어가 있었다 ㅋㅋㅋ
아마 소고기로 육수를 내고, 살을 접시에 담아 내면서 4500원에 팔기에는 단가가 안맞으니까 저렴하게 씹을만한 거리로 어묵을 선택 하신 것 같은데, 차라리 그 메뉴를 없애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비유하자면 미역국을 시켰는데 소고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어묵이 있는 기분이라 해야 하나.
먹으면서 “이럴거면 소고기 쌀국수 시켜 먹을걸”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국물도 그저 그랬고, 육수의 따듯함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한참 지날 때까지 숙주의 숨이 죽지 않았다.
다시 방문하기 위해서 굳이 먼 거리를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6위: 하노이의 별
위치: 안암역 사거리 kb 국민은행 옆
가격: 7000원 (?)
내 기억으로는 12년도 아니면 13년도인가 부터 지금까지 꽤나 오랜 기간 계속 있는 가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가게에 대한 좋은 평을 들었던 적이 한번도 없는데, 권리금이 비싼 안암에서 어떻게 안 망하고 있는지 신기하다.
쌀국수를 막 좋아하기 시작한 15년도 2학기때 쿠바 25기 조원들과 함께 갔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었다.
가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인터넷으로 찾아 본 결과 7000원인데, 뭔가 그때는 더 비싸게 주고 먹었던 기억이라 혼란스럽다.
그때의 기억은 “가격에 비해 맛없다” 라고 만 남아있다. 조원들이 시킨 쌀국수가 아닌 다른 메뉴를 먹고도 비슷했던 기억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건 고수 좀 달라고 하니까, 죄송하지만 가게에 고수가 없다는 대답을 들은 것이었다.
고수를 미친 듯이 좋아해서 “고수 없이는 쌀국수를 먹을 수 없어!”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베트남 음식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가게에 고수가 없다는 것은 외국에서 한식을 팔며 김치가 없는 정도의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맛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면서 이렇게까지 비난 하는 것이 조금은 오바가 아닌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쌀국수를 다시 먹으러 이 가게에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7위 (추가) : 브루스 리
위치: 정후 알촌 건물 지하 (현재 없어짐)
가격: 5000 원
친구의 제보로 지금은 없어진 외국 면 요리 전문점 브루스 리에서도 쌀국수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브루스 리 라는 가게는 2학년이 되고 나서, 그러니까 13년도 1학기에 처음 생겼던 걸로 기억한다.
정후 치고 꽤나 좋은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지만, 이 가게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 없다.
팟타이, 나시고랭 같은 동남아쪽 면 요리를 팔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느끼하고 이국적일 뿐 맛있지는 않았다.
꽤 맛에 대해 민감한 선배 둘과 함께 간단히 점심을 먹으러 갔었는데, 브루스리에 가자고 주장했던 선배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놀랍게도 이 가게에는 "치킨 쌀국수"와 "해물 쌀국수"는 있었는데, 쌀국수의 기본인 "소고기가 들어간 쌀국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그냥 면만 쌀국수를 갖다 쓴, 쌀국수 흉내 정도 낸 음식을 팔았다는 생각이 든다.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주방장이나 주인들이 다 군대에 가야 해서 가게 문을 닫았다고는 하는데, 모르긴 몰라도 내 생각에 "망해야 맞는데 이상하게 안망하는" 가게 중 하나였던 것은 분명하다.
"위치 빨" 이었나?
추운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술에 지친 속을 달래는 용도로나, 추위에 지친 몸을 달래는 용도로나 쌀국수는 언제나 기가 막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쌀국수가 먹고 싶다.
쓰다 보니 기억 난건데 이공대쪽에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붉은 지붕의 쌀국수 집이 몇 개 생긴 것 같은데, 다음 쌀국수는 거기서 먹어야겠다.
+혹시 안암에 빼먹은 쌀국수 집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2 15: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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