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맛집 정보를 막 네이버 블로그 맛집 찾아보며 보지는 않는 편입니다. 매거진이나 지인에게 듣기, 마실다니면서 괜찮아 보이는 곳 들리기 등등 여러가지를 통해 정보를 얻어요. 물론 가끔은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을 하지만 웬만하면 안믿는 편입니다. 하긴 이젠 블로그에서 보는 식당들을 나름 걸러낼 수 있어졌어요. 아 여기 맛있다고 하는데 개차반이겠다. 여기는 좀 괜찮겠다. 이런거요.
소비자포럼에서 활동하기로 하고 눈팅도 좀 해보며 저도 여기서 정보를 얻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안암 쪽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재밌는 플레이스도 존재하니까요. 맛집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저이다보니까 정보는 많을 수록 좋겠지요. 물론 네이버 블로거 헛소리 말구요. 과거의 글을 검색해 보면서 느꼈던 것은 Leinon 님과 어도비 님의 맛집 추천이 대단하더군요. 내공이 대단하신게 느껴졌어요. 저도 닮고 싶어서 이 연재를 시작한 것도 있구요. 이 연재는 소비자포럼 여러분이 추천해주신 맛집을 다녀오고 제가 첨언을 다는 기획이에요. 민슐렝 가이드는 쓰기 너무 헤비해서 가끔 이런 연재도 좋겠지요.
그러다 그러다 Leinon님이 해방촌 Comme Moa 를 추천해 주신 것을 보았습니다. 프렌치 비스트로 3대장이라.. 가고싶더군요. 위치를 찾아보니 해방촌, 해방촌에서도 꼭대기 쪽이더라구요. 제가 해방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재밌는 동네인 것은 확실하죠. 그리고 꼭대기 쪽은 제가 좋아하는게 그곳에 있는 Unbuckle, Old Knives, Twelve 세 가게의 사장님, 매니저 님들과 친해서 전 자칭 해방촌 셀레브리티라고 하며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그 위치에 있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길가면서 많이 봤어요. 그래서 안암에서 녹사평으로 쏘고 버스타고 올라가 가게에 들어섰습니다.
우선 처음부터 꼬였습니다. 레이논님의 조언을 무시한거죠. 비싸서 배채우러 가는 것은 무리다. 다른 데서 먹고 와라. 쌩깠습니다. 일단 저와 동행님은 별로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뭐 비싸봤자 비스트로가 얼마나 비싸겠어? 이런 느낌이었지요. 메뉴판을 펼쳤는데 요리들 가격이 평균 이만원선이더군요. 전 만원 중반대인줄 알고 갔는데 조금 당황했지요. 어쨌든 뭐 맛있으면 됐지 하고 엔트리 하나와 플레이트 하나를 시켰습니다. 하나는 푸아그라를 넣은 파이고 하나는... 기억이 안나네요 어떻게 어제 먹은 것이 기억 안나죠? 3년전부터 거의 매일 술을 먹듯이 해서 알콜성 치매가 온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이 한 6개월 전부터 있었는데요, 정말 걱정되네요. 지금도 기억하려 막 노력하고 있는데 안나요. 어쨌든 먹기 시작합니다.
파이는 콜드 플레이트였어요. 아아 양이 엄청나게 적습니다. 맛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냥 유럽 가정식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콜드 플레이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뭐 어쨌든. 그냥 그래요. 동행인은 간 맛이 확 난다더군요. 저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 약간 "내 입맛이 동행님한테 밀리나 궁시렁궁시렁" 대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그리 푸아그라가 푸짐하게 들어가지 않았어요. 적은 크기임에도요. 물론 그러긴 쉽지 않겠지만... 식사 느낌도 안나더군요. 그냥 그래요.
와인도 한병 시켰습니다.
재밌는 와인이었어요. 최근 와인을 4병 정도 (Yali, Trapiche, Guibon, Perez Cruz) 마셨는데 다 미디움 바디 적인 고기와 먹기 좋은 와인들이었거든요. 이건 조금 더 텁텁하고 십니다. 샐러드와 디저트 적인 것들과 잘어울릴 것 같아요. 어쨌든 근데 한병을 시켰는데, 가격이... 가장 싼 와인이었는데 5만원이더군요. 자기 전까지도 생각이 나거든요. 내가 왜 그걸 시켰지... 하우스 잔 하나씩 시킬걸... 왜 오바했지...
동행님한테 방금 물어서 생각난 두번째 요리는 관자구이. 이것도 그냥저냥입니다. 그리고 분노가 일으는 양. 제 생각에 양이 좀 더 있으면 만족도가 훨씬 높았을 거에요. 4만원 정도 시켰는데 엄청난 소식가 두명이 배를 못채운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아오 빡쳐.
결국 둘이서 9만원이 나왔습니다. 아아..... 전혀 그정도 신경쓰고 간게 아니었습니다. 밥 3만원 정도 먹고 와인 3만원 정도 먹어서 6만원정도 먹는 것을 생각했는데... 아... 그랬습니다. Leinon님 밉습니다... 하긴 배부르게 하고 가라고 하셨죠. 제가 실수했습니다. 그런데 맛도 프렌치 비스트로 3인방이라 말할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번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음식 사진 찍는 걸 싫어합니다. 그냥 거부감이 들어요. 그런데 이번엔 동행님이 이쁘다 찍으라고 해서 사진을 올립니다. 이쁘게 플레이팅 되어있긴 하네요.
프렌치는 정말 대단한 음식이죠. 맛있고 화려하고 품격있고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만들기 힘든게 프렌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적당히 만들어서 절대 맛을 낼 수 없죠. 차라리 코코뱅같은 가정식 만드는게 나요. 그런 곳입니다. 한 7의 실력으로 만들었다 싶은, (10이 최고라하면,) 그런 음식. 하지만 프렌치여서 조금 실격이란 얘기죠. 요리사님이 힘에 조금 부치신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런데도 가격을 너무 받아먹습니다. (Leinon님 죄송합니다.)
쓰다보니 그냥 일기네요 일기. 맛집 소개도 아니고 뭐 그냥 일기네요. 길어서 별로 읽으실 분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이런 글을 쓰고 싶긴 합니다. 재밌더라구요. 민슐렝 가이드만큼 반응이 좋진 않겠지만 앞으로 이 곳에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합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 조금 걸리는 게 있습니다. Leinon님과 어도비 님이 미움을 샀던 이유를 저는 압니다. 조금 사치스럽다고 보여서겠지요. 전 그분들 만큼은 아니나 그렇게 보일만한 건덕지가 있는 것은 압니다. 그냥 잘봐주시라 부탁하고 싶네요. 전 요식업계에 꿈이 있고 먹고 마시는 것이 전부라 이렇게 다녀요. 여러분과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자주는 안가시더라도 가끔 안암을 벗어나시고 싶을 때 제 글들이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그리고 혹시 더 음식 종류나 분위기, 가격, 지역 등에 관해 추천을 받고 싶으면 쪽지해 주세요. 기쁘게 열심히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01 14:1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