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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음슴체를 쓰겠음.
필자는 최근에 킹스맨을 의도치않게 2회 관람한 경력이 있으며,
한동안 검정장우산 사려고 인터넷을 검색한 전형적인 20대 중후반의 허세킹 남자임.
자취방에 쓸 전자렌지를 사면서도 이게 간지가 날까 안날까를 고민하면서 결국 디자인보고 비싼 전자렌지 샀다가
오랜만에 자취방 구경오신 어머니한테 등짝 맞은 철없는 20대임..
취업시즌이 오다보니 최근에 모출판사의 책을 자주 사다가 읽다가, 책 할인해준다는 소리를 듣고 해당 출판사 페북이랑 친추맺음.
취준 해보면 다들 알겠지만 막상 해보면 여유시간이 은근 많음. 어느 날은 페북을 하다가 출판사 페북에서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취준생 응원 댓글쓰면 상품으로 자사 책 여러권을 준다고 함. 고등학교 1학년때 책값 삥땅쳐서 갖고싶던 운동화샀던 때 이후로 한번도 두근거리지 않았던 내 범죄본능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 중학교때 교내 백일장을 휩쓸던 실력과 최근 자소설을 쓰던 실력으로 즉석에서 댓글 소설한편을 썼음. 1등이 맞춤셔츠 제작이라는데 운따위와는 거리가 먼 본인이기에 셔츠는 논외로하고 책값 삥땅칠 부푼 꿈을 안고 일주일을 기다림. 드디어 발표날! 책값 삥땅이나 쳐볼려고 들어갔던 페북 1등 당첨자에 내 이름이 올라간거보고 요시! 그란도시즌! 책값 삥땅은 물건너갔지만 나도 양복점이라는데를 가보는구나 하면서 방방뜀. 그리고 3일 후에 출판사에서 안내해준 양복점으로 감. 위치가 대략 성신여대 주변이어서 찾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매장이 지하라서 찾는데 엄청 애먹음.
매장 - 성신여대 어디라고 하는데, 지하라는걸 몰라서 못찾을뻔했음. 10분가까이 헤매다가 매장 찾고나서 사진까지 찍음. 사장님이 직접 인테리어하고 전부 꾸민곳이라고 하는데, 나름 괜찮아보였음. 그래도 양복점하면 킹스맨의 클래식한 곳을 상상했는데, 그보다는 약간 캐주얼한 옷가게 같이 되어있었음.
사장님 - 생각보다 젊은 분이었음. 20대 중반~후반. 친절함의 끝이었고, 무엇보다 본인이 하는 일에 행복해하는게 보여서 기분이 좋았음. 셔츠맞추러 간김에 양복은 어떻게 맞추는거냐고 가격 알려달라고 했더니 책장에 있는 원단을 모아둔 책을 다 꺼내서 일일이 다 설명해주시고, 가격, 그리고 원단별 촉감이라던지 다 만져보게 해주시고 만들어진 견본들 다 설명해주심. 어지간하면 자소서쓰는 시간 아까워서라도 후기는 안쓰는데, 사장님 설명이나 설명하면서 즐거워하는 표정이 너무 좋아서 결국 후기 쓰기로 마음먹음.
옷 맞추는 과정 - 사진에 나오는 소파에서 한참동안 떠듬. 어떤 용도의 셔츠가 필요한거고 평소 어떤 정장을 입는지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심. 이후에 원단을 고르는데, 셔츠 원단 종류가 엄청 많아서 고르는데 애 좀 먹었음. 아직 취준중이니 기본으로 몇가지 추천해달라고해서 그걸로 고름. 이후에 치수를 재는데, 신체검사하는 것 처럼 간단히 가슴둘레 정도 재는줄 알았는데, 어깨, 가슴, 이두근 둘레, 손목둘레며 여러부분을 다 재셨음. 이걸로 끝인줄 알았는데, 치수재고난 이후에 가슴 주머니 여부, 손목에 자수 여부, 목카라 둘레, 셔츠 두번째 버튼 위치에 따른 인상이나 얼굴형에 어울리는 것 등등. 셔츠 한장 맞추는데 족히 30분은 떠들었던것 같음. 셔츠 입는 방법부터 자세한 부분을 다 듣고나니 딱 한 시간 걸렸음.
이후 일주일 후에 셔츠 수령하러가서 오늘 받아옴. 2시에 약속 잡았는데, 중간에 공장갔다오시는 바람에 3시까지 기다려서 사실 준내 빡쳤었음. 근데 맞춘 옷 입어보자마자 생각 바뀜.
옷의 퀄 - 맞춤 셔츠라는 걸 처음 입어본 촌놈이라 제대로 된 표현이 어렵지만 걸치는 순간 '착 감긴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음. 마른편이라서 허리라인은 좀 들어가게하고, 광배근은 돋보이게 해야 옷빨이사는데, 정확히 원하는 부분이 딱딱들어가서 좋았음. 그리고 정장입어보면 남자의 경우 셔츠가 바지에서 슬슬 빠져나오면서 보기 흉하게되는데, 애초에 제작부터 기장을 좀 더 길게해서 셔츠가 바지 바깥으로 잘 안빠지게 만들어준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음. 왜 맞춰서 입는가하는지 이제 알게됌.
그래서 어쩌라고? - 사실 옷의 퀄에 비해 내가 직접 들은 가격은 내가 생각했던거보다 훨씬 저렴했음. 2년전 겨울에 급하게 면접 볼 일이 있어서 백화점가서 정장을 급하게 샀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샀던 정장가격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음. 내가 산 정장이 정장치고는 싼 AND_Z였는데, 맞춤 기본이 이 가격이랑 비슷했음. 미리 알았다면 여기서 맞춤으로 했으면 좋았을껄 하고 쪼금 후회함. 사장님도 말하길 다른 맞춤 정장이나 셔츠하는 곳보다 가격이 싼편이라고함. 매장이 지하라서 낮은 월세빨로 버티고 있는게 비결이라고 하심. 셔츠 건네주시면서 이것저것 자랑하셨는데 생각나는 부분은 원단 봉제하는 공장이 다른 곳에 비해 2.5배 비싼곳 쓰신다고함. 그러면서 옷 봉제상태를 자세하게 보여주셨음. 오늘 갔을때 나름 비싼 셔츠 입고갔는데, 봉제 비교해보니 확실히 맞춤쪽이 좋았음. 원단은 아직 입고 하루 이틀 지나봐야 정말 차이를 알 수 있을거 같은데, 훨씬 부드럽다는 생각은 들었음. 뭣보다 내가 아쉬웠던점은 정말 옷 맞추는 사람에 대해서 세세하게 신경써주고 가격도 나름 착한데 손님을 보기가 어렵다는 거였음. 오픈한지 이제 만으로 1년되었다고하는데, 지하에 있다보니 동네사람들도 이 매장이 있는줄 모름. 사장님이 옷만드는건 좋아하시는데 마케팅이나 광고는 잼병이라고 본인이 말함. 조만간 팜플렛 비슷한걸 만들어서 뿌릴 예정이라고 하는데, 성신여대 근처에서 뿌릴거라는 말씀듣고 경악함.. 취준이나 정장 맞출일 많은 고대생한테 좋을거 같아서 추천글을 써봄. 기왕에 기성복으로 비슷한 가격이라면 얼마 차이도 안나는데 여기서 맞춰입는게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 듬.
정리
* 이 집의 장점 - 가격 저렴. 사장님이 세심하고, 무엇보다 옷만드는게 돈버는 일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일하는게 존좋이라서 하는게 보임.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짐. 양복 입는 방법에 대해서 알게됌. 특히 킹스맨 덕후들에게 강추. 여자친구랑 같이가서 설명들으면 나름 이색적인 경험이라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
* 이 집의 단점 - 매장 접근성 X, 지하에 있어서 찾기 힘들었던거 생각하면 ㅡㅡ.. 그리고 오늘 시간 약속 안지켜서 이건 꼭 적고 싶었음. 그리고 설명 오래듣거나 그냥 셔츠만 빠르게 맞추고 싶은 사람한테는 비추. 사장님이랑 대화하면서 대화를 치고받고 한다면 정말 재밌을거임.
혹시나 면접때문에 정장 찾거나 셔츠찾는 사람들 있으면 필히가보기 바람. 같은 가격이면 옷빨쩌는 정장이 좋을거 같음. 끝!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0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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