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오전에

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학관 쪽문 건너편
와인이야기를 또!! 추천하고자 합니다ㅋ 사장님과 한참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그분 이야기도 전하고 싶었고요.

종종 가는길에 아예 그 집에서 커피를 사서 마시려고 원두 한컵 좀 사려고
아침에 혹시나~ 하면서 전화를 했는데, 앗. 9시가 안되었는데 받으시더군요.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는 여성센터 등에
다니시면서 커피 강좌를 하시고요 ^^ 그래서 덥기 전에 가려고 아침부터 가서
문을 두드려서...

+ 이야기꽃이 피었는데

여긴 12시부터 5시까지 맛있는 커피가 서비스로 나오는 식사를 팔기 때문에
그 시간대가 황금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런 해피아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오전 시간에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고소하게 커피를 볶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고, 커피 원가와 공정무역, 좋은 커피를 고르는 방법과
주변 상인들 이야기를 해주신답니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자기의 몸에 맞는 커피가 어떤 것인지, 어떤
잘못된 상식이 있고 카페인을 어떻게 조절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시면서 향을
맡아보고 함께 즐기면서요.

사장님께선 20대 후반처럼 보이시지만 꽤 나이가 있다고 하십니다. 보헤미안
사장님과도 아시는 사이여서 그 분 커피 시작하신 것부터 해서 우리나라
커피숍의 역사와 원두커피의 발전에 대해서도 아주 즐겁게 이야기해 주세요.

+ 그분의 이야기는

정문 앞쪽의 발전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는데 이쪽에서 쭈욱 자라왔다고 하시면서
나이드신 분들께서 좀 더 학생들의 취향을 고려하고, 정말 자기가 먹고싶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학생들도 함께 상가의 잠재력을 끌어내 보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예를 들면 주말에 정문 건너편에 학생들이 벼룩시장 같은 것을 열면
재미있기도 하고 사람도 모이니, 주말특가 음식을 제공하는 것 등으로요... 혹시
학교에서 홍대친구들처럼 그런 사소하지만 정기적인 이벤트를 꿈꾸는 학생들은 없는지
물어보시더군요.

+ 재미있고 자부심이 넘쳐서

아참, 식사 음식을 하시는 분은 아내분이세요. 일본을 왔다갔다 하시면서 요리를 하셨
다는데, 맛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문이 잘 남을까 싶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지요.
밥집들 맛도 맛이지만 (하루이틀 문제가 아닌) 반찬재활용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요, (원두를 직접 볶아 마시는 사람들이 그러하듯)단호하십니다.
자기 손으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을 모욕주는 일이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욕되게 하는
일이라고요.

원체가 재활용을 할 수 없는 집이고 음식이긴 하다만, 그런 마음으로 만드는 식사가,
커피가, 대접하는 와인이 맛이 없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 크게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사랑방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주시고 가르쳐 주시는데
그냥 용량 재서 받고 나가는 커피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요.

+ 공간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만큼

가게에 들어가면 공간 모서리마다 붙여놓은 와인 코르크의 개수에 놀랄 수밖에 없는데
다 가게에서 직접 딴 거라고 하네요. (초기에는 잘 오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사장님이
홀짝거리셨대요ㅋㅋㅋㅋ) 더불어 화장실도 청결하고 냄새도 안나는데 화장실 입구는
유화로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여러가지 봐도, 금방 생겼다 몇년 하고 돈벌면 나갈
곳이 아닌 오래 있을 가게를 생각하고 만드셨다고 합니다. 코르크와 와인병, 커피
찌꺼지가 많이 남아서 버리고 있으니 필요한 사람들은 와서 가져가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또 주목해봐야 할 것은 가게 탁자!! 옆집 철물점 아저씨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합니다. 와인상자를 드리면서 이걸로 만들어 주십사 부탁했더니 멋지게 나왔다
하시면서, 엥간치 생각하는 바를 말씀드리면 다 만들어주신다고... 특히 구리주조를
하시는데 일품이라고 하시더군요. 숨은 달인이라고ㅋ 잘 안어울릴 것 같지만 철물점
아저씨께서 커피 볶는 냄새가 좋다고 심심하면 뒷짐지고 오시더군요. 

+ 마음에 들어.

가게 규모상 많은 사람을 가르쳐 줄 수는 없지만 고대생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손수
만들어 마시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다음 학기 학복위 강좌는 아저씨네
커피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오전 시간에 찾아가서
원두 100g정도 사면서 좀 가르쳐 달라고 해보세요. 생활의 소소한 기쁨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은 일이 일어납니다. (100g 정도면 큰 머그컵 가득정도?)

이상, 소규모 행복 광고였습니다. 설마 이런 스크롤 압박, 다 읽으시는 분 있으려나.

(네. 저 완전 추천하기 싫었지만 아저씨랑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공짜로
다 얻어먹고 와버려서 마음먹고 알바짓 하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