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mlbpark.com

(스포: 그치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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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자 남자가 모이면 이야기가 생긴다고 합니다. 다들 몰라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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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작년에 책임(=과장)을 딱 달자마자 각 부서에 차출되어 무슨 혁신 뭐시기 하는 TF-task force 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대기업 다니시는 분들 알겠지만 '혁신'이니 '이노베이션'이니 '크리에이티브'니 하는 것들 다 개떡같은 TF라는거 알겁니다. 일만 많고 자료조사 죽어라 하고 ppt만 열라 만들고 성과는 안나고. 뭐 그런.


TF에 끌려 온 첫 날 회의실 하나 잡아서 TF룸이랍시고 PC 세팅되어 있고 칠판 있는데 끌려온 사람들도 표정 썩어 있고 뭐 그런 분위기 였습니다. 

부서 복귀일 따져보니 올해 고과는 그냥 죽으라는 TF아닌가 모두들 설왕설레 하며 열댓명 인원이 모두 모이자  TF 장이라는 수석이 간단히 인사를 시키고 난데없이 조마다 10만원짜리 직불카드를 나눠주고 나가서 놀다 오라는 겁니다.

그냥 놀라는 건 아니고 길거리에서 뭐든 관찰하고 그걸로 인사이트 발굴해서 담날 간단히 발표하라고 하는데 그냥 구두로 하랍니다. 자료 절대 만들지 말고. 뭐 아무튼 신기한 양반이네 하면서 같은 조인 저 말고 3명을 데리고 궁시렁대면서 나가는데

남2 여2 이 어딜갈까. 신입사원도 아니고 이런거 처음이네- 하면서 궁시렁대는데 남1 대리는 원 부서 전화 받더니 진짜 죄송. ㅜㅜ 하면서 갑자기 사무실로 가고 다른 여1은 제가 이렇게 밖으로 나가는 건줄은 몰랐어요. 하면서 쓰러질 듯 가을동화 송혜교 뺨치는 창백한 얼굴로 여직원 휴게실로 가버렸습니다. 어 황당.


결국 다른 여자 책임 한명과 둘만 남겨져서 난데없이 명동에 쇼핑이나 가죠. 해서 뻘쭘히 잘 모르는 성인 남녀가 지하철을 타고 갑니다. 부서에서 무슨 일 하시나요 이야기하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인데. 많이 보던 사람인데. 머릿 속에서 잡힐듯한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이 분은 힐을 신고 나섰다가 불편하다고 제일 먼저 단화를 하나 사달라고 해서 그걸로 5만원을 쓰고 나머지로 명동에서 파는 그냥 흔하디 흔한 주전부리 신나게 먹다가 딱 만원이 남아 이걸로 아이스 커피 딱 먹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힘든지 표정이 굳었는데 딱 두시간 지나고 커피집에 들어설 땐 무슨 대학생같았어요. 

그분의 직함도 책임이었고 성은 안가였습니다. 안책임.

처음엔 썩어 있었는데 햇빛을 받으면서 살기가 돌더니 마지막에 커피집에 가서 아이스 라떼를 그냥 후루룩 숭늉 먹듯 들이키면서 완전히 살아나더라고요. 마치 마른 화분에 물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커피를 들이키더니 하는 말이
안: "손책임님.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의 기분은 올해 최악이었는데 오후는 올해 최고의 낮이에요.'
나: "앗 왜요?"
안: "안 좋은 일도 겹치고 TF끌려와서 우울하고 진짜 울고 싶었는데 오후 두시에 이렇게 도심을 활보할줄 몰랐고 신발도 하나 생기고. 남자랑 막 데이트 한것 같고. ㅎㅎ "


난데없는 소개팅 분위기에. 아... 관우 아세요? 라고 할뻔했는데. 학번을 물어보고 저보다 두 학번 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님일 줄 알았어... 근데 사실 노처녀 과장-책임들은 뭔가 가늠하기 힘든 면이 있는데 그렇지 않고 되게 편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저도 오늘 재미있었네요.. 하는데 저도 괜히 마음이 동했습니다. 정말. 정말 이뻐 보였습니다. 그리고 진짜 누구 닮았는데... 누구더라.. (전 그 당시 미혼 )

대충 다 논? 것 같아서 회사로 복귀할 일이 생겨서 지하철을 타는데 안책임도 회사 가야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같이 타는데 퇴근이 가까운 지하철은 만만치가 않죠. 근데 둘이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일단 붙어는 있는데 사람이 많아지자 더 끼게 되버렸습니다.

모르는 사람이면 마주볼 필요가 없고 아예 친하면 그냥 서로 각자 핸폰이나 보며 갈수도 있는데 서로 예의 차리다보니 어느덧 밀착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샴푸냄새.  

그리고...어쩌다 제 팔이 결국 여자의 얇은 블라우스와 가슴을 스치기 시작합니다...
제 팔꿈치는 너무 민감해서 이 여자의 속옷 레이스 무늬도 그려낼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왜. 이 사람은 굳이 몸을 안 빼는 걸까. 가슴이 크면 민감하지 않아서 모른다는데 그런건가. 내 앞에서 꼬리치는 건가. 날 시험하는 건가. 나중에 날 곤경에 몰아 넣는게 아닐까. 별의 별 생각하는 와중에.. 
아....
그 곳이.그 곳이. 

대뇌의 신경 전달물질에 의해 해면체에 혈액이 모이고 말았습니다.


캐주얼 비즈니스로 셔츠를 바지 속에 다 넣은 상황에서 ㅂㄱ 라니요. 제가 아무리 내세울만한 사이즈가 아니어도 75도짜리 곡사각은 젊고 쪽팔린 리비도를 보이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아 생각났다. 닮은 사람.
아오이 츠카사. 


닮은 사람이라고 대뇌에서 매치시킨다는 사람이 아오이 츠카사라니. ㅜㅜ수지나 태연 뭐 이런 연예인이 아니라 AV배우라는 사실에 황망해 하는 와중에....


내릴 역이 되어 가까스로 몸을 꺼내는 동시에 열차에서 내리면서 황급히 가방으로 하반신을 가리면서 한 마디 던집니다. 물론 약속 없으면 저녁 먹자고 할까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는데..

"저는 사무실 올라가는데... 안책임님은 전 부서에 일 또 있으세요?"

하지만..
그녀의 답은.제 흥분을 모두 정상 상태로 그리고 이성적인 상태로 모두 돌려놓았습니다.

"애 픽업 가야해서. 애기가 회사 얼집에 있거든요."




아.....
유부녀.

마흔을 코앞에 두었지만 노쳐녀 느낌 보다는 뭔가 안정적이고 방어적이지 않아 오히려 제가 잠깐 매력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유부라니. 남편 이야기는 하나도 안 했구만.. 
이럴 수록 나의 발기가 더 없이 불쌍하고 한심해졌습니다.

아오이 츠카사. 아니 안책임님은 그렇게 회사 얼집으로 총총히 사라졌고 회사 빌딩 식당에서 저녁 혼밥을 하며 심야 이불킥을 예약하고 있는.....



하지만 3개월 짜리 TF에 뭔가 일이 일어나긴 합니다.
분량 조절이 안되네요. 별 일 쓰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길게 쓰면 지겹다고 안 읽는데... ㅜㅜ

내일 또 쓸게요 죄송.



쓰고 나니 재미없어서 반응보고 내일 쓸게요 ㅎ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18:2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