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https://www.koreapas.com/bbs/view.php?id=gofun&no=172475)에 이어 씁니다. 
 

지난 월요일 퇴근 후 집에서 아내와 맥주 한 잔 하다가 우연히 MBC를 틀었는데 퀸 특집프로그램을 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요즘 퀸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제가 신입생이던 91년 11월에 사망했으니 저도 프레디가 살아있던 시절의 퀸을 꽤 오랫동안 라이브로 겪었다고 할 수 있는데 요즘 드는 솔직한 심정은 프레디가 살아있던 시절보다 지금이 몇 배는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때에도 나름 인기 밴드이긴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프레디 사망 이후 국내에서 정식 발매되지 않았던 초기 음반들이 출반되고 헌정 공연도 하면서 잠깐 붐이 일긴 했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잠잠해졌거든요.

사실 추모 열기만 따지면 프레디보다 정확히 1년 전(90년 11월)에 사망한 김현식 붐이 훨씬 더 했어요. 유고 앨범인 6집은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고 타이틀곡인 <내 사랑 내 곁에>는당시 최고 인기곡이었습니다. 과장 좀 보태면 91년 내내 저녁 술자리에서 학생들이 부르던 노래 중 절반은 쟁가, 절반은 김현식 이런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두 사람을 비교하자는 건 아니고 당시 프레디나 퀸의 인기가 지금만큼은 아니었다라는 거구요. 그럼 제가 기억하는 프레디가 살아있던 시절 퀸 이야기를 끄적거려 보겠습니다. 요즘 퀸에 대한 온갖 정보들이 난무하므로 거기에 정보 하나 더 보태는 건 의미가 없을테고 그냥 제가 기억하는 퀸과 프레디에 대한 이야기를 지극히 주관적으로 끄적거려보려고 합니다. 오로지 기억에 의해 쓰는 글이므로 당연히 팩트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NEVER MORE

지난 월요일 밤에 방영되었던 MBC의 퀸 특집 프로그램 <내 마음을 할 퀸>에서 수많은 퀸의 히트곡들이 나왔는데 이 곡이 잠깐 나왔다는 걸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프로그램 후반부에 아주 잠깐 나왔는데요. 저는 프로그램 보다가 ‘아니 어떻게 이 곡이!’ 이런 생각이 들어 살짝 놀랐습니다. 크게 히트한 곡이 아니거든요. 퀸 2집에 수록된 곡인데 아주 좋은 곡이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고 좀 찾아서 들어야 하는 그런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프로그램 내내 히트곡 퍼레이드였는데 일종의 레어템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이 들리니 반갑기도 하고 이곡에 얽힌 옛날 생각도 났습니다.

제가 중3이던 1986년 봄, KBS 심야 FM에 한시간짜리 전문 음악프로그램이 소리소문 없이 생깁니다. 팝 칼럼니스트 전영혁씨가 진행하는 ‘25시의 데이트’라는 프로그램이었죠. (후에 1시의 데이트, FM25시, 전영혁의 음악세계로 이름이 바뀝니다)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팝, 락, 재즈, 블루스 등의 명반, 명곡을 소개해주는 보석 같은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새벽 1시에 진행하는데다 워낙 매니아틱한 프로그램이라 첫 몇 년간은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운좋게 저는 프로그램 시작 초창기에 접할 수 있었는데요. 저에겐 완전 음악의 신세계와도 같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 정식 발매되지 않은 수많은 명반, 명곡들을 접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프로그램에서 매년 연말마다 인기곡 100곡을 선정하여 방송을 해줬는데요. 빌보드 연말 100선과는 완전히 다른 명곡들의 향연이었죠.

그렇게 그 프로그램에 입덕해서 86년 연말 100선을 듣는데 퀸의 곡이 소개되는 거에요. 바로 NEVER MORE와 THE MARCH OF THE BLACK QUEEN이었죠. 원래는 두 곡인데 퀸 2집이 컨셉 앨범이어서 곡들이 연결성을 가지는지라 이 두 곡을 묶어서 NEVER MORE와 THE MARCH OF THE BLACK QUEEN의 접속곡이라고 소개를 해주더군요. 당시 음악 잡지를 보면 퀸 최고의 앨범으로 4집 A NIGHT AT THE OPERA와 2집 QUEEN II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는데 86년 당시까지 4집, 2집 모두 국내 미발매 음반이었습니다. 2집, 4집 뿐만 아니라 1집, 3집도 80년대말까지 전부 미발매였고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 88년인가 89년인가 그쯤 4집이 BOHEMIAN RHAPSODY가 빠진 상태로 첫 발매되었으며 1, 2, 3집은 모두 머큐리 사후에 발매되었습니다.

사정이 그러다 보니 당시 퀸의 초창기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80년대 초반에 발매된 GREATEST HITS 앨범 밖에 없었는데 그 앨범 역시 퀸의 3대 금지곡 BOHEMIAN RHAPSODY, KILLER QUEEN, ANOTHER ONE BITES THE DUST(이곡은 심지어 빌보드 1위곡이었는데도)가 빠진 버전이었어요. 초기 앨범 특히 2집과 4집을 들어봐야 왜 퀸을 오페라틱 록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는데 정작 그 판들은 들어볼 수도 없고 히트곡 모음집만(그것도 앙꼬가 빠진) 겨우 들어본 수준이었으니 오페라틱 록이 뭔지 이해가 안되는 게 당연했겠죠. 게다가 저는 맨 처음 접한 퀸 노래가 제가 중1 때(84년) 나온 I WANT TO BREAK FREE였으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사실 RADIO GA GA와 I WANT TO BREAK FREE가 크게 히트했던 THE WORKS 앨범은 신디사이저 많이 쓰고 해서 당시에 들었을 때 락밴드라기 보다는 그냥 팝밴드네 이런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그냥 당시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곡을 뽑으면 항상 상위에 랭크되는 LOVE OF MY LIFE의 코러스 화음을 들으면서 뭐 이런 느낌을 오페라틱 록이라고 하는구나 하는 정도로 어렴풋이 이해했었죠.

그렇게 살짝 어중쭝한 상태로 퀸을 알고 있다가 NEVER MORE와 THE MARCH OF THE BLACK QUEEN을 듣게 되었는데 그제서야 아 이래서 퀸을 오페라틱 록이라고하는구나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그래봤자 수박겉핥기지만)  이 두 곡을 녹음해놓고 친구들 사이에서 잘난척하는데 써먹고(너네가 퀸을 알어? 이런 식의 허세) 또 NEVER MORE는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기면 테잎에 A면 첫곡으로 녹음해서 선물하곤 했었죠. 그렇게 학창시절 테잎이 닳도록 듣다가 한동안 잊고 지내던 곡이었는데 아주 잠깐이었지만 공중파 TV에서 듣게 되니 참 감회가 새롭더군요.

**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다음에 이어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