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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0
익명
2020-01-03 13:44:15
명문이라서 텍스트로 찾았습니다.
댓글로 남겨둡니다.
권리는 권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되찾아야한다.txt
ᄋᄋ(45.33) 2019.12.30 01:06 조회수 4284 추천 312 댓글 93
포병으로 kh179 만지다 만기전역한 병장이다. 군대가기 전까지 자라오면서 숱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군대라는 곳은 무서운 곳이고 2년간 자유를 박탈당한 채 힘든 훈련을 받다 나와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니 군대가기전 20여년의 세월동안 군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어느 때고 내 마음속에 자리잡아 나를 괴롭혔다.
막상 가보니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달콤했던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 게되었다. 자고싶을때 잘 수 없고, 먹고싶을때 먹을 수 없으며, 전화하 고 싶을때 할 수 없고, 나가고 싶을때 나갈 수 없었다. 그게 사람이 태어 나면서 하늘이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임에도, 군인이라는 존재는 항상 그런것을 갖지못해 갈망해야했고 또 괴로웠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항상 도처에 부상위험이 존재했다. 수십키로 나가는 포탄을 들면서도 무서웠고, 자키봉을 돌리면서도 어깨를 걱정했으며, 방열할때마다 아픈 무릎과 허리는 항상 스스로를 책망하게 했다. 왜 나는 나약한 존재인가 하고 말이다.
비상이라도 떨어지면 포상에서 밤을 세웠다. 잠은 잠대로 못자고 긴장은 긴장대로 했다. 눈은 떠도 뇌는 잔다는 느낌이랄까. 몸은 너무 피곤 했다. 비라도 오는 날엔 온 몸이 비와 진흙에 절어서 피부가 간지러웠다. 발바닥은 뜨겁고 발뒷꿈치는 너무 아팠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대한의 아들이라면, 남자라면'이라는 말들은 이 당연한 것을 더욱 더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나에게 자유를 빼앗아갔다.
법을 공부하면, 아니 상식을 갖춘 자라면 당연히 '권리'와 '의무'는 단단 한 줄로 묶여져 있는 관계에 놓여있음을 알수있다. 권리를 주장한다면 이미 그에 맞는 의무를 이행했다는 것이 전제로 깔려있다. 그러나 나에겐 공허한 의무만 있을 뿐 어떠한 권리도 없었다.
호봉? 월급? 군인으로서의 존경? 그 어떠한 것도 매일같이, 그리고 2년 이 안되는 나의 청춘을 보상해 주지 못했다. 나에게 남은것은 견인포를 다루는 지식과 소총을 다루는 지식, 그리고 허리질병과 무릎통증이 고스란히 남았다. 지금도 조금만 무리를 하면 4번과 5번요추에서 불쾌한 통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나의 20대였다. 자유였다.
스키장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리프트에 적힌 광고문구가 눈에 띄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20대의 겨울은 10번 뿐입니다. 즐기세요!'
틀렸다. 남자에게 20대의 겨울은 8번 뿐이다. 단백질이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한 짬밥을 먹으며,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한 월급으로 아껴쓰며 얻은 것은 '8번의 겨울'과 얼마안되는 휴가, 그리고 눈물젖은 면회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자유가 박탈당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안다. 내가 일하고 싶지 않은 곳에서 '일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한 공 익 역시 나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매일아침 졸린눈을 비비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어나는 것이, 내가 아팠던 20대의 2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것도 안다.
공익들의 고충 역시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한번은 대학후배가 공익출신인 내 동기에게 '어 오빠 꿀빠셨네요?'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에 익숙한듯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듯 수긍하는 내 동기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어떠한 국방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안보무임승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기지가 않을 뿐이었다. 고개 숙일 필요가 없는 자가 고개숙이는 것 이 역시도 공익이 갖고가야할 숙명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분노했다.
그러나 더욱더 잘알게 된 것은, 입을 다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이런 괴로움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좋든 싫든 나라를 지켰고 그것이 당연한것이라 생각하여 괴로워도 버텨냈다. 입을 다물게 됨으로써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공허한 의무만이 남았고 아무것도 아닌 전역증 쪼가리 한 장만이 남았다. 어떠한 국방의 의무도 이행하지 않는 여성들의 웃음기어린 조롱만이 남았다.
이로써 분명해졌다.
권리는 권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입을 다물고 그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 그냥 그렇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아니, 몸과 마음에 상처 하나쯤은 더 늘어날까.
명심해라.
대한민국 남자에게 겨울은 8번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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