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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전공 강의에서 C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교수님께 문의했더니 절대로 바꿔줄 생각 없다고 말씀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부터 미국의 한 대학생이 교수님이 안 바꿔준다 하니까 아예 헌법을 바꿔버려서 C에서 A로 성적을 정정했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1982년 텍사스 대학 오스틴의 19살 새내기 그레고리 왓슨은 정치학 수업에서 과제를 제출했습니다. 평범한 대학생 왓슨의 과제는 무슨 내용이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미국헌법에 대한 간단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주가 연합해 만들어진 합중국 체제이기 때문에 개헌 절차가 우리와는 다릅니다. 먼저 연방의회의 2/3 이상 찬성해야 헌법 개정안을 상정할 수 있고, 3/4 이상의 주가 이를 비준해야 개헌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때는 정조가 조선을 통치하던 머나먼 1789년 9월 25일, 미 의회에 12개의 헌법 수정안이 상정되는데 그중 10가지는 비준되어 헌법으로서 효력을 발하지만, 두 개의 수정안이 정족수 미달로 비준되지 못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No law, varying the compensation for the services of the Senators and Representatives, shall take effect, until an election of Representatives shall have intervened."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의 급여 변경에 대한 법안은 다음 하원 선거가 있을 때까지 효력이 없다"
즉 의원들의 셀프 급여인상을 막는 조항이었습니다. 어느나라와는 다르게요.
왓슨은 보통 수정조항은 기한을 정하고 그때까지 비준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폐기된다는 단서조항이 걸려 있지만 위 조항은 그 기한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지금이라도 각 주들이 비준해 준다면 이 조항이 헌법에 추가될 수 있다는 내용의 레포트를 써서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는 그에게 C를 주었습니다. 납득할 수 없었던 왓슨은 항의하러 갔으나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200여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정신청을 반려합니다.
왓슨은 분노하여 자신이 옳고 교수가 틀렸음을 입증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각 주의회 의원들에게 편지를 써 위 조항의 비준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리고 의원 입장에서도 셀프 급여인상이라는 꿀을 뺏어버리는 일이니 협조하고 싶진 않겠죠.
그때 메인주의 상원의원 윌리엄 코헨이 긍정적인 답을 보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윌리엄 코헨 의원의 제안으로, 1983년 메인주가 처음으로 이를 비준합니다.
자신감이 붙은 왓슨은 더 많은 수의 편지를 돌리며 모든 주 의원에게 비준을 설득하였고 그런 그의 이야기가 유명 잡지에 실리게 되어 전국에 알려지게 됩니다.
의원들이 연례행사 마냥 셀프 급여인상을 자행해왔다는 소식에 분노한 미국인들은 이를 비준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그 압박에 못 이겨 표를 잃기 싫은 주 의원들은 이를 비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92년 5월 7일, 정족수인 3/4가 넘은 38개의 주가 모두 비준함에 따라 위 조항이 공식적으로 Amendment XXVII, 즉 수정헌법 27조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이는 상정 202년 7개월 10일 만의 비준으로 미 역사상 가장 오래 걸린 비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왓슨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REVENGE에는 성공했으나 이미 그는 학부 졸업 몇 년이 지나간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동 대학의 자크 앨킨스 교수는 위 사례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왓슨과 그 교수를 추적합니다. 왓슨은 지방의회 보좌관이 되었고, 교수는 고향에서 과일농장을 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엘킨스 교수와 만난 그 교수는 '당시 레포트로만 봤을 때 딱히 뛰어나진 않았기에 C를 주었다. 그렇지만 어느 법학 교수보다도 미 헌정사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이로써 미 헌법에 대한 법학적, 정치적 이해가 훌륭함이 증명되었으니 A로 정정하고 싶다'라고 합니다.
학교 측의 협조로 왓슨의 정치학 학점은 C에서 A로 정정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0 04: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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