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이하은.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두가 인정할 만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남들처럼 별거 아닌 축복이 아닌 가히 대단하다고 말할 만한 축복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1개도 아닌 2개나 말이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살아있는 모든 존재로부터 사랑받아 왔다. 동시에 모든 존재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었다.

매 삶이 지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한솔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그녀였다. 모든 순간에 그녀는 항상 중심에 있었고 그 흔한 시기나 질투를 받은 적도 없었다. 모든 존재가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녀의 관심을 받기 위해 노력했고, 그녀 또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는 사랑스러웠고 응당 그래야만 했다.
이러한 축복을 바탕으로 그녀는 ‘싫다’라는 감정조차 아닌 ‘무감정’이라는 감정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아왔다. 그녀한테 존재하는 감정은 어떠한 형태를 하든 ‘사랑’일 뿐이었다.
모두가 자신을 사랑했기에 별 어려움 없이 자라났고, 자신 또한 모두를 사랑했기에 다른 이를 위해 베풀 줄도 알았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입을 모아서 이야기한다. 천사가 내려왔다고.

그리하여 그녀는 생각했다. 이러한 삶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70억 인구 중 유일하게 선택받은 사람이기에 자신도 거기에 보답해야 한다고, 그녀는 그것이 자신이 태어난 이유이며, 진리이며, 자기 삶의 목표라고. 자신이 이 세상의 중심에 서서,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최종 목표였으며, 이를 위하여 그녀는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그녀를 배신하지 않았다.

“우리가 헌법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 기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는 일단 대한민국 주권자이고 좀 더 개별적으로 들어가면….”
수업 첫날, 대략적인 수업 안내만 해도 끝내도 될 법도 하지만, 교수님은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계셨다. 대다수의 학생은 이러한 교수님의 기행에 투덜거리며 수업에 임하고 있었지만, 이하은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교수님을 멘토로서 사랑해서도 아니며, 자신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에 이 수업이 적절하다고 생각되어서도 아니다. 그러한 이유가 조금은 있겠지만 적어도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수업 시작하기 전, 강의실 끝 편에 홀로 앉아있던 한 남자. 우연히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첫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 기분은 무엇일까? 왜…, 나는 그에게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 어째서… 내 축복이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걸까…’
‘무감정’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도 더 느낄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예외였다. 그녀는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사랑을 느낀다. 우정의 형태로든, 신뢰의 형태로든, 존경심의 형태로든 말이다. 하지만 한솔에게 그녀는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
‘무감정’은 발전하여 호기심이 되었고, 그러한 호기심은 하은이 한솔에게 관심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녀는 이러한 이유는 틀림없이 그한테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와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이러한 미묘한 감정에 휩쓸린 것은 비단 그녀만이 아니었다. 한솔 또한 그녀한테 난생처음 겪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사랑’을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이성 간의 사랑만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애적 감정에서의 ‘호감’을 포함한 개념 있기에, 그는 ‘호감’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그녀를 보는 순간 어떠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축복을 제외하고도 분명히 아름답다고 말할 만한 그녀의 외모와, ‘호감’에 무방비한 그의 마음의 합작품이었다.

두 남녀가 두 눈이 마주친단 몇 초. 그 몇 초는 두 남녀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일종의 관념을 무너뜨렸다.
여자는 난생처음으로 ‘무감정’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남자는 생애 처음으로 ‘호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남자의 첫 만남이 이었다. 서로에게 모든 것이 처음인 두 남녀, 이 남녀의 만남은 과연 우연일까? 이 둘의 만남은 과연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흠... 제가 대화문을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자꾸 안쓰게 되는 것 같네요...
아시는 분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중간 수업 부분은 대한민국 헌법의 역사에서 아주 조금 가져왔습니다.
별로 재미없는 작품이지만 모쪼록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비문이나 맞춤법에 어긋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양이 많지 않지만 되도록 자주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롤로그&1화] 링크
https://www.koreapas.com/bbs/view.php?id=gofun&page=2&sn1=&divpage=44&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31958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1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