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캔자스시티 소개
캔자스시티는 그 형태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각각 미주리주와 캔자스주에 속해 있는 동명의 도시가 하나의 대도시권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광주시가 하나로 합쳐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캔자스시티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중심은 미주리주라는 것도 재밌는 사실입니다. 200만이 넘는 인구가 이 흥미로운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캔자스시티의 명물들은 사람들이 발길을 쉽사리 떼지 못하게 붙잡습니다. 캔자스시티의 대표 음식인 캔자스시티 바비큐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여러 종류의 고기에 양념을 발라 숙성시킨 후 소스를 얹어 훈제한 것입니다. 100개가 넘는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이 지금도 사람들의 코와 혀를 사로잡습니다. 그러는 동안 세계에서 로마 다음으로 분수가 많이 설치된 캔자스시티의 경관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대도시권답게 캔자스시티엔 여러 프로스포츠 구단이 존재합니다. 먼저 예전에 다룬 바 있는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한국 팬 이성우 씨의 일화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다음으로 MLS 소속인 스포팅 캔자스시티는 스몰마켓임에도 불구하고 슬기로운 영입 정책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입니다. 하지만 역시 캔자스시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단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리그인 NFL 소속의 캔자스시티 치프스입니다.


2. 통합의 주역
1960년 댈러스 텍산스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치프스는 본래 이름대로 텍사스를 연고로 하는 구단이었습니다. 당시 NFL의 경쟁 리그였던 AFL 소속이었던 텍산스는 NFL 소속인 댈러스 카우보이스와 흥행 경쟁을 벌입니다. 신생 리그 소속이라 경쟁에서 밀린 텍산스는 캔자스시티로 연고를 이전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준 해롤드 로 바티 시장의 별명이었던 ‘Chiefs’를 새로운 이름으로 삼게 됩니다.
이후 AFL의 강호로 성장한 치프스는 연고 이전을 단행한 1962년 우승을 차지합니다. 마침 NFL과 AFL의 우승팀이 맞대결을 펼치는 AFL-NFL 세계 선수권 대회, 즉 지금의 슈퍼볼이 처음으로 개최됩니다. 치프스는 AFL 우승팀 자격으로 첫 슈퍼볼에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당대의 스타 쿼터백 바트 스타가 이끄는 명문 그린베이 패커스였고 10대35로 대패하며 AFL의 수준을 드러냈다는 비웃음을 삽니다.
2회 슈퍼볼 역시 패커스가 AFL의 오클랜드 레이더스, 지금의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를 꺾으며 AFL의 위상은 더욱 낮아집니다. 하지만 3회 슈퍼볼에서 AFL의 뉴욕 제츠가 볼티모어 콜츠를 이기며 사람들의 인식을 처음 뒤집게 됩니다. 결국, 4회 슈퍼볼까지 AFL 구단이 승리하며 NFL이 대등한 조건으로 통합을 제의하게 만듭니다. 4회 슈퍼볼 우승팀이 바로 첫 패배 이후 절치부심한 치프스였습니다.


3. 오랜 부진
슈퍼볼 우승 이후 치프스는 여러 악재를 만납니다. 구단을 이끌던 행크 스트램 감독의 사퇴, 주전 쿼터백 렌 도슨의 은퇴, 그리고 신인들의 이탈까지 더해집니다. 무명 대학 출신임에도 팀 전술의 중심으로 기대받던 라인배커 조 딜레이니가 물에 빠진 어린이들을 구조하려다 사망했고 전체 7순위로 지명한 토드 블랙리지는 부족한 실력으로 방출되었습니다. 결국, 중하위권으로 전락한 치프스는 1971년 이후 18년간 플레이오프 진출 1회에 그칩니다.
1990년 마티 쇼튼하이머 감독의 선임과 라인배커 데릭 토마스의 지명은 치프스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쇼튼하이머 감독은 전설적인 쿼터백 조 몬태나, 최초의 10000 러싱 야드 기록 러닝백인 마커스 알렌 등의 베테랑을 영입하여 경기력을 끌어올립니다. 토마스 위주의 수비 전술까지 빛을 발하면서 치프스는 6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는 등 다시 강팀의 면모를 되찾습니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선 무리한 전략으로 성적이 좋지 못하던 쇼튼하이머 감독은 1998년 사임했고 설상가상으로 토마스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2000년 사망하며 다시 부진이 시작됩니다. 2009년 단장으로 부임한 스캇 피올리는 지나친 개혁을 시도하면서 코칭 스태프와 프런트 간의 불화를 발생시켰고 거기에 주전 라인배커 조번 벨처가 동거녀를 살해한 후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치프스의 암흑기는 길어졌습니다.


4. 바다코끼리를 닮은 감독
초대 구단주이자 AFL의 창설을 주도했던 거목 라마 헌트가 사망한 이후 자리를 물려받은 아들 클락 헌트는 피올리 단장을 해고한 후 구단을 새로이 이끌 지도자를 수소문합니다. 2013년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이끌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자 헌트 구단주는 전용기를 타고 직접 찾아가 그를 선임합니다. 게다가 보고 체계 하에선 단장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기까지 합니다. 그토록 공들여 선임한 감독이 바로 앤디 리드입니다.
후덕한 인상의 리드 감독은 1982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이었습니다. 1999년부터는 이글스의 감독을 맡아 NFL 동부지구의 강자로 성장시킨 바 있으며 2004년 슈퍼볼 39 준우승도 이룬 명장이었습니다. 비록 이글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은 부진했으나 그의 기상천외한 공격 전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경지에 올라있었습니다. 거기에 투견 도박으로 감옥에 갇혔던 쿼터백 마이클 빅을 갱생시킬 정도로 인품 역시 훌륭했습니다.
리드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구단의 체질을 개선합니다. 강한 수비력에 비해 허약했던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알렉스 스미스를 영입한 것입니다. 스미스는 실패한 1순위 유망주라는 평가를 뒤집고 맹활약했으며 3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끕니다. 이후 여러 선수의 부상과 부진이 한꺼번에 쏟아졌던 2014년을 제외하고 매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다시금 강팀의 지위를 되찾습니다.


5. Rookie, MVP, Super Bowl
플레이오프 단골이 되었지만, 슈퍼볼에는 한 발짝 떨어져 있던 치프스는 2017년 한 신인 쿼터백을 얻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패트릭 마홈스였습니다. 대학 미식축구 내에서 약체였던 텍사스 공과대학교를 이끌고 훌륭한 활약을 펼친 그는 벤치에서 프로 수준의 전술을 익히며 실력을 가다듬습니다. 2018년 노쇠한 스미스 대신 주전으로 도약한 마홈스는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질주합니다.
마홈스는 엄청난 어깨 힘으로 번개 같은 패스를 뿌려대며 전설적인 쿼터백 페이튼 매닝만이 달성한 단일 시즌 5000야드, 50터치다운을 기록합니다. 비록 AFC 챔피언십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패했지만, 역대 최고의 쿼터백 톰 브래디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인 마홈스는 정규 시즌 MVP 수상으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실질적으로는 데뷔 시즌을 치른 것에 불과한 유망주가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것입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돌입한 2019년 마홈스는 청천벽력같은 무릎 부상을 얻어 한동안 결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초인적인 회복력으로 복귀해 팀의 선전을 지휘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뛰어듭니다. 휴스턴 텍산스를 상대로 0대24에서 51대31로, 테네시 타이탄스를 상대로 7대17에서 35대24로, 마지막으로 포티나이너스를 상대로 10대20에서 31대20으로 역전한 마홈스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치프스는 54회 슈퍼볼의 주인으로 우뚝 섭니다.


6. 후일담 및 근황
50년 만의 슈퍼볼 진출 및 우승의 주역이 된 마홈스는 역사상 최초로 25세 이전에 MVP와 슈퍼볼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되었습니다. 지도자 경력 사상 첫 슈퍼볼 우승을 차지한 리드 감독 역시 그동안의 숙원을 이룹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우승에 기뻐할 이들은 암울했던 시기에도 항상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뜨거운 응원을 보냈던 치프스의 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젊은 영웅과 지혜로운 노장의 행보를 행복하게 지켜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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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번 글은 많은 과제에 고통받다가 살짝 늦어졌습니다. 더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압도적인 승리도 기분 좋지만, 역전승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데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치프스의 우승은 팬들에겐 엄청난 청량감을 선사했을 것입니다. 다음 글의 주제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모쪼록 재밌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7 12:0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