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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조선

19일 새벽(한국시각) 지구 반대편 브라질 리우에서 '아테네 탁구영웅' 유승민(34)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당선 소식이 전해졌다.

최다득표자 1위 브리타 하이데만(독일, 펜싱, 1603표)에 이어 2위, 두번째로 "승민류! 코리아!(Seungmin Ryu, Korea!)"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정몽규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단장과 관계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투표자 5815명 중 총 1544표를 획득했다. 후보자 23명 중 2위, 당선 기준인 상위 4위 안에 포함되며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 2008년 문대성 위원 이후 두번째 쾌거다. 3위는 다니엘 지우르타(헝가리,수영, 1469표), 4위는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육상,1365표)가 차지했다.

국내에선 '깜짝' 당선이라지만 선수촌 현장에서 그를 바라본 선수들에겐 당연한 결과였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한발 더 뛴 유승민의 진심을 선수들은 알아봤다.

유승민은 지난달 22일 일찌감치 리우행 비행기에 올랐다. 개막도 하기 전인 지난달 23일, 24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올림픽선수촌에 여장을 풀었다. 8월18일 오후 2시 모든 선거운동을 마칠 때까지 27일간의 외롭지만 아름다웠던 승리의 기록을 재구성했다.

▶IOC 최종후보 선정부터 당선까지 '나홀로' 고군분투

IOC 선수위원 선거 준비과정부터 현장 유세과정까지 유승민은 지독하게 혼자였다. 유승민이 나홀로 선수촌에서 발품을 팔고 있을 무렵, IOC가 문대성 선수위원의 자격을 정지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에선 22명(24명 중 2명 사퇴 및 기권)의 쟁쟁한 후보 틈바구니에서 인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당선이 쉽지 않다는 식의 암울한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유승민은 개의치 않았다.

탁구스타 유승민은 '할 수 있다' 긍정의 아이콘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기적과 반전의 캐릭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에서 그가 중국 에이스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딸 거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유승민은 2000년대 올림픽 탁구사에서 남녀를 통틀어 비중국선수로 금메달을 딴 유일한 선수다. '원모어' 정신 하나로 그는 만리장성을 넘었다. 선수위원 당선 과정 역시 반전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IOC선수위원 후보로 나서 장미란 진종오 등 걸출한 선후배들과 겨뤘을 때도 그의 낙점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경쟁에 가세한 유승민이 면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내며 한국 후보가 됐다. 첫 '반전'이었다. IOC의 서류 전형, 전화인터뷰 등을 통과, 유승민은 지난해 말 24인의 IOC선수위원 최종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IOC선수위원 준비과정 내내 그는 철저히 혼자였다. 정부나 체육회, 유관기관이 IOC의 정치적 독립을 이유로 어떤 유무형적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상황, 나홀로 분투하는 유승민을 위해 그의 인품과 재능을 사랑해온 '능력자' 지인들이 가까이서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용기를 북돋웠다. 유승민은 현장 유세를 위해 각국 인삿말을 연습하고, 선수위원으로서의 포부를 담은 영어 스피치 원고를 준비했다.

22일 인천공항, 그의 출국길은 외로웠다. 선수위원 후보에게 배정된 이코노미 좌석을 대한탁구협회에서 업그레이드해주었다. 남녀유도대표팀이 출국 인터뷰를 하는 새 혈혈단신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혼자라도 상관없어요. 최선을 다해 한번 해보는 거죠!" 그는 씩씩했다.

▶'선수촌 이사도라' 선수들이 선수를 알아봤다

개막 전인 23일부터 리우올림픽 선수촌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후보자중 가장 먼저 선수촌에 도착해 동선을 파악했다. 첫날 무려 3만3000걸음을 걸었다. 발에 물집이 잡혀 밤새 선수촌 방에서 물집을 터뜨렸다. 삼성생명 선수 시절, 평생의 스승인 강문수 탁구대표팀 총감독이 강조하던 '원모어!(One more, 하나 더!)'를 떠올렸다. "하나 더, 한번 더 하면 이긴다!" 몸에 밴 그 '원모어' 정신으로 날마다 다른 후보자들보다 한걸음 더 걸었다. 매일 아침 5시반에서 6시에 일어나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선수촌을 돌기 시작했다. 복장은 대한민국 선수단복으로 정했다. IOC의 선거규칙은 엄격했다. 선수들이 모여드는 식당내 선거활동은 엄격히 금했고, SNS도 공유, 태그 등을 철저히 제한했다. 기념품, 선물, 선거도구 사용 등은 일절 불가능하다. 식당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끼니를 때우기도 쉽지 않았다. 컵라면과 빵 등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선수들이 돌아올 밤 8~10시 무렵이면 어김없이 선수촌 입구에서 이들을 반기고 응원했다.

수많은 나라, 수많은 종목, 수많은 선수들을 매일매일 만났다. 선수들이 자주 다니는 검색대 앞, 버스 정류장 앞 등 '좋은 목'에 자리를 잡았다. 하이데만(독일), 코지(일본) 등 선수들이 유승민의 좋은 목으로 찾아들면서 후보자들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처음에는 "저 사람 뭐야" 하던 시선이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친근한 시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땡볕 아래 대한민국 선수단복을 입고 매일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서있는 그에게 먼저 손을 흔들고 말을 거는 선수들도 생겼다. '체조 요정' 시몬 바일스가 속한 미국 체조대표팀은 처음엔 본척 만척하더니 나중엔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너를 뽑겠다"고 약속했다. 까르르 웃으며 사진도 찍었다. 절친한 일본 탁구스타 후쿠하라 아이는 주먹밥과 간식을 슬며시 놓고 갔다. 루마니아 조정선수는 "힘내라"며 에너지바를 건넸다. 북한이 자랑하는 다이빙 요정들은 "우리도 추첨('투표'를 이르는 북한말)했습네다"라고 귀띔했다.

유승민은 전세계 선수들의 친구가 됐다. 태릉에서 소문난 폭풍 친화력은 글로벌 선수촌에서도 통했다. 선거 막바지엔 동료 후보들도 인정하는 후보가 됐다. 날마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곳에 서서 "굿 럭!(Good luck)"을 외치는 유승민을 향해 "너는 정말 당선될 자격이 있다. 너라면 내가 인정할 것같다"고들 했다. "너 뽑았다!"며 투표 인증 스티커를 보여주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선수들은 "트웬티포, 세븐(24, 7)"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일주일, 24시간 내내 현장을 지키는 그를 향한 최고의 찬사였다. 유세 종료 후 유승민의 소감은 "진인사대천명,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후회는 안남을 것같다"였다.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시종일관 정직하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선거 운동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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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6 11:2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