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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3
익명
2016-03-06 15:46:44
시계가 새벽 3시 52분을 가리켰다. 그는 아직도 분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뭐라도 한 마디 쏘아붙여 주어야 산산조각난 자존심의 마지막 파편이라도 주워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 댓글을 달까? 지금 댓글 달면... 내가 계속 이걸 신경쓰느라 잠을 못 잔 것 같잖아...'
머리 속에서는 온갖 상념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변명이야 많았다. 올린 글에서 수준 타령을 하다 깨부수어질 때에도 지푸라기처럼 잡을 변명은 두어개 갖고 있었던 것처럼. '원래 야행성', '놀다 이 시간에 들어와', '잠깐 목이 말라 깬 것' 등,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바삐 놀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재치있게 돌려주고 싶은데, 상대가 했던 말을 공허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할 뿐이었다. 상대에게 조롱거리가 될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긴 댓글 다느라 수고하셨어요^^" 라는 식으로 비꼬면 어느 정도는 마음의 위안이 될 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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