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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7
익명
2015-07-31 16:30:41
개인적인 사정으로 피드백이 늦어 죄송합니다만 몇 자 남겨봅니다. 차후에 접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연구의 실질적 효용에 대해
1) 실험을 무한 반복하면 최강의 덱이 탄생할 수 있는가?
대답은 no입니다. 이 실험을 무한 반복하더라도 그 결과물로서 인공지능인 ‘여관주인’ 상대로의 최강의 덱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실험의 초기 단계에서는 분명 덱이 강해질 것입니다. 하스스톤에 쓰이는 카드들은 그 상황에 따라 효용이 다른데, 통상적인 상황에서의 카드간 성능 차가 존재하고 실험을 반복할수록 통상적인 상황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카드들이 다수 남겨질 것입니다.
3코 하수인을 예로 들면 통상적인 상황에서 용암 광전사보다 타우렌 전사가 나을 것이고, 타우렌 전사보다 거미 전차가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험을 반복할수록 출현빈도에서 용암 광전사는 낮아질 것이고 거미 전차가 증가하겠죠.
그런데 이러한 알고리즘은 특정 상황, 특히 특정한 조합에서 높은 효용을 보이는 카드를 선별해내지 못합니다. 예컨데 손놈덱의 키카드인 전쟁노래 사령관의 경우 거품 무는 광전사나 험상궂은 손님과 조합되지 않는다면 효용이 굉장히 낮기에 위의 알고리즘에서 보존되기 힘듭니다. 우연히 전쟁노래 사령관과 험상궂은 손님이 1장씩 같이 잡히더라도 조합과정에서 둘 중 하나가 버려질 가능성이 50% 이상입니다. 로또 1등보다 훨씬 낮은 확률로 전쟁노래, 거품, 손님이 각각 2장씩 총 6장이 잡히더라도 소용돌이, 죽빨과 같은 1뎀 광역기나, 각종 드로우 수단이 잡히지 않으면 높은 승률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설령 경쟁 덱에 비해 높은 승률을 거두더라도 조합되는 덱이 이와 같은 손놈 덱에 필요한 카드를 다수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 또한 로또 1등보다 훨씬 낮은 확률이구요.
결국 이 실험의 최종 결과물은 여관주인 상대로 쓸만한 미드레인지 덱이 될 것입니다. 본 실험의 유전 알고리즘은 특정 카드 조합에 의한 시너지를 간과하고, 이를 보존하는 성질이 없기에 컨셉덱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적적인 우연이 아닌 이상 컨셉덱이 출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TCG의 장르 특성상 특정 카드 조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야 하고, 그러한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컨셉덱이 강할 수 밖에 없기에 본 실험 알고리즘 덱을 통해 최강의 덱은 탄생할 수 없습니다.
2) 실험의 결과물로 손놈 덱은 출현할 수 없나?
이론상으로 출현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우연의 산물이고 보존되지 않을 것이기에 무의미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손 세대보다 최초 세대에서 출현할 가능성이 더 높기에 의미가 없습니다.
무작위 추출 방식에 기반하면 어떠한 경우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 전국민 사이에서 축구를 가장 못하는 팀을 만들어내기 위해 본 실험과 유사한 알고리즘울 돌리다보면 우연하게 국가대표팀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최초 세대에서 우연하게 국가대표팀이 뽑힐수도 있고, 혹은 최초 세대에서 국가대표 6명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5명으로 구성된 팀이 K리그급 팀과 맞붙어서 지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팀과 2차 세대에서 조합을 해서 국가대표팀이 탄생할 수도 있겠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58플 내용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을뿐더러 애초에 손놈덱은 현재 트렌드의 PvP상에서 승률이 높은 덱이지 여관주인 상대로의 최강의 덱도 아닙니다. 72시간이라는 시간도 지나치게 짧구요.
3) 실험을 보완하면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본 실험의 알고리즘은 특정 카드 조합에 의한 시너지를 간과한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내재하고 있습니다. 조합 시너지를 보존하는 알고리즘을 포함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설령 그러한 알고리즘을 누군가가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하스스톤에서는 조합 시너지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기에 컴퓨터로 실험해서 조합 시너지를 추려내는 것이 효율적일지 의문입니다. 조합 시너지를 추려낸 이후에 또 다시 조합 시너지 간의 시너지도 고려하는데 이 또한 다른 차원의 문제이구요.
그리고 고정된 덱의 여관주인과 다양한 덱의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것 또한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애초에 TCG게임의 특성상 상성이 존재하고, 어느 덱이 많이 사용되면 그에 유리한 덱들이 유행하기에 심각한 밸런스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최강의 덱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2. 연구의 수준에 대해
제 주변 사례를 예로 들었더니 저의 평가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분들이 많기에 몇가지 찾아보았습니다. 과학발표대회는 그 규모에 따라 교내 대회, 지역 대회, 전국 대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교내 대회 수상작은 수준차도 심하고 찾아보기도 힘들어 지역 대회 수상작을 몇 개 찾아보았습니다.
[바실러스 균을 이용한 물 정화에 관한 탐구]
http://www.ssp.re.kr/student/prizeView.jsp?sFromList=prizeList&greatAttachPK=5556&pageCnt=3&tableName=icemanattach03&cd_menu=&sColumn=&sValue=&sGreat=
초등학생 장려상 중 가장 위에 위치한 연구를 링크해드립니다. 보고서의 수준은 이쪽이 확실히 높습니다. 목록으로 가시면 다른 수상작들도 찾아보실 수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이건 주관적인 평가입니다만, 만일 심사위원들이 게임에 대해 잘 알고 부정적인 시작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본 하스스톤 연구는 초등학생 지역 대회에서 낮은 확률이지만 입상이 가능할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부분에서는 부족할지라도 발상이 특이하고 경쟁작들에 비해 스스로 해낸 부분이 많아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학생 지역 대회로 가면 입상이 불가능할 것이고, 고등학생 수준이 되면 교내 대회도 입상이 간당간당할 것입니다. 물론 이 학생이 입상에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심사위원들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었을테지만요. 참고 삼아 지역 대회 고등학생 장려상 수상작도 하나 링크해 드립니다.
[유전 알고리즘을 이용한 ABS의 제동성 증가]
http://www.ssp.re.kr/student/prizeView.jsp?sFromList=prizeList&greatAttachPK=5532&pageCnt=1&tableName=icemanattach03&cd_menu=&sColumn=subject&sValue=유전&sGreat=
3. 발상의 가치에 대해
1) 유전 알고리즘과 연구 방식
초등학생 퍼즐 문제를 성인이 되고 보니 어렵더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종종 접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중 대다수는 해법을 알고나면 간단해보입니다.
유전이라는 소재는 대다수 성인들에게는 중고등학생 때 잠깐 배우고 성인이 되어서는 활용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이 떄문에 신선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 과학발표대회에서 유전은 단골 소재입니다. 위 대회에서 작품명에 ‘유전’이 포함된 것만 검색해보아도 16년 사이에 18건의 입상작이 나타납니다. 물론 세부적인 방법론은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생물학에서 나온 방법론에서 과학발표대회에 써먹을 법한 것은 유전 말곤 거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덱에 이름을 붙이고 자손덱을 굴리고 하는 방식들이 대단하다고 평가하시던데 그러한 연구 방식은 연구한 학생이 전국 대회나 여타 지역대회의 입상작들을 참고하여 구성하였을 것입니다.
2) 게임 - 하스스톤이라는 소재
결국 본 연구에서 특별한 것은 유전 알고리즘을 활용한 대상이 하스스톤이라는 소재란 것 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인정합니다만 그렇다고 아주 대단한 것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할까 합니다.
저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쯤 5년 사이에만 게임을 10,000시간 이상 하였고, 그 시기에 인터넷 상에 게임과 관련된 글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쓴 사람 중 한명일 것입니다. 제가 인벤에서 활동한 것은 그 시기 이후임에도 관리자 인증 게시물이 100개가 넘습니다. 혹여나 이걸 자랑으로 받아들일 분이 있을까봐 몇자 덧붙이자면, 저는 이 시기를 제 인생의 흑역사로 생각하고 게임 플레이 대신 게임 플레이 타임의 반의 반만 공부하였거나, 혹은 플레이 타임의 반만 다른 활동을 하고 놀았어도 제 인생이 훨씬 풍요로워졌으리라 생각하고 많은 후회를 합니다.
인벤이나 플포 등의 게임 커뮤니티에 글을 쓸 때 약간의 데이터와 그래프를 첨가하면 논리가 아주 막장이 아닌 이상 굉장한 호평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글을 관심있게 살펴보고 분석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실수의 경우에는 피드백을 받아 수정되곤 합니다만 고등학교 수준의 확률론만 들어가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럴 때는 논리보다는 댓글 분위기에 의해 찬반이 갈립니다.
몇 년전에 누군가가 롤 인벤에서 어떤 지표를 만들어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에는 통계학과 2학년쯤에서 배울 기초적인 회귀분석이 잘못 쓰여졌습니다. 초기에 많은 추천을 받은 그 글에 대해 뒤늦게 몇몇 사람이 태클을 걸었으나 작성자는 비논리적이지만 그럴듯해보이는 반박을 하였고 그러한 주장들을 이해할 능력이 없던 대다수의 댓글러들은 작성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체로 이러한 논리였지요. ‘부분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보완되면 쓸모가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노력이 가상하다.’ 거기에 대한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닙니다, 그것은 보완되어도 쓸모가 없습니다.’ 이번 연구에 대한 제 생각도 똑같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게임이라는 소재의 약간의 고급 지식만 첨가하면 굉장히 좋아들 합니다. 과거의 저는 그러한 호평을 수도 없이 받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게임을 하고 더 많은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것들 중 대부분이 게임 외적으로는 전혀 쓸모가 없고, 저 자신의 자기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들을 객관적으로 봐주고 그 효용과 한계를 명확하게 짚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는 그러한 사람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4. 마치며
본 연구 결과는 하스스톤이라는 게임 전략으로는 쓸모가 없고 보완 및 발전시켜 활용하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물론 유전학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이미 훨씬 높은 수준의 유전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본 연구의 제목에 포함된 인공지능 향상 방법과 본 연구는 실질적으로 관련이 없습니다. 물론 이 학생의 게임 전략에 유전 알고리즘을 도입한 발상이라든지, 연구 열정의 가치는 저도 인정합니다.
더불어서, 저는 인터넷상에서는 의미있는 토론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경험들도 한몫하였지만, 인터넷상에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는 불편해하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경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이상할 정도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남들이 하지 못한 경험이 (조심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언급되면 그것을 인정해주기 보다는 무언가 깍아내리려 합니다.
깍아내리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분들이 정작 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든 깍아내리고 비하하려 합니다. 그리고 창의적 사고를 운운하는 분들이 자신의 것과는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
작성자에게 경고나 강등(이용정지) 처분이 필요한가요? 매일 무작위로 선정되는 고파스 배심원들에게 판결을 맡깁니다.
(주의) 신고 내용에 욕설,폭언 등 불필요한 글을 쓰시면
[]님이 강등됩니다.
사유만 간단히, 감정을 배제하고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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