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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익명
2015-07-12 09:41:12
동감합니다
아닌건 아닌거죠
힙합에 주제와 표현의 제약이 적다고 하는게 결코 생각이 없어도 된다는 소리가 아닌데.
세 가지 문제가 있네요.
첫째로, 텔레비젼에 나와서 '여자를 벌린다'는 표현을 쓰면 몰매를 맞는게 당연하죠. 게다가 산부인과 굴욕의자는 정말 굴욕의 상징인데. 제작진측에서 이걸 걸러내지 않은 부주의가 첫째 문제입니다. (송민호가 잘못을 했어도 제작진이 자를 수 있는 거였는데. 제작진이 못 걸러낸게 문제란 말이 송민호가 잘못 없단 말은 아닙니다. 송민호의 잘못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말합니다.)
둘째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면 안되니까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해도 그걸 말하는 건 자기 자유라이며 힙합이 원래 그런거라고 쉴드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겁니다. 표현의 자유의 수위는 청자가 누구냐에 따라 원래 유동적으로 조절되는것이 맞습니다. (존 롤스의 정의관에 입각해 말하자면) 당위란 합의의 정당성에서 도출되기 때문에 그 어떤 룰도 합의만 봐진다면 용인될 자유가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1) 규칙 적용의 구성원이 달라지면 합의의 내용은 바뀔 수밖에 없고 (2) 따라서 합의된 표현의 수위도 청자의 구성에 따라 그때 그때 바뀌는게 맞습니다. 즉 힙합 매니아들끼리 자극적인 가사로 킥킥거리는게 아무리 신나고 재밌고 정당한 일이라고 해도, 쇼미더머니처럼 불특정 다수가 청자일 경우엔 힙합 매니아들 대상으로 공연할때와는 합의되는 검열의 수위를 다르게 조절해야 정당한건데, 무턱대고 insider joke를 public 상황에 들이 밀면서 몰매를 맞을 때 '우린 원래 이러고 놀아! 표현의 자유 모르냐?' 라고 하는 건 사회적 지능이 낮은거죠. 로마엔 로마의 법칙이 있죠. 그러나 로마 밖은 로마가 아니죠. 쇼미더머니 출연자들은 자기들이 로마 밖에 나온 로마인들이란걸 의식해야합니다. (그리고 로마인들도,로마 밖의 로마인에게 '왜 너는 로마인인데 로마 룰대로 행동하지 않는거냐'라고 하면 안됩니다. 청자 구성이 이미 씬을 벗어났는데 랩퍼가 씬 안에 있을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프로그램을 비판하는건 무슨 힙부심입니까. 그동안 매니아 시청자들이 제작진에게 '힙합을 온전하게 표현해라'라고 압박을 가해서 제작진의 검열 수위가 낮아진것도 이런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힙합 내적인 이야기인데, 2008년부터 스윙스가 한국 힙합씬에 펀치라인을 유행시키기 시작할 때 스윙스 본인이 사실 메타포식 펀치라인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 목적 없이 비슷한 대상을 무조건 비유랍시고 갖다 썼었고, 그래서 그게 참신하고 세련된 비유라고 오해한 랩퍼들이 많아졌습니다. 무슨소리냐면, '내가 끌어오는 보조관념이 원관념에 어떤 뉘앙스를 더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안 하는 랩퍼들이 많습니다. 송민호가 쓴 라인도 그런 '잘못된' 라인입니다.
예를 들어,
'비오면 생각나는 너는 순하리같은 여자. 달콤해서 니 향기에 나도몰래 넘어가지만 아침이 오면 숙취처럼 골치아프지.'
이런 표현은 표현의도가 분명한 비유죠. 끌어온 보조관념을 통해 원관념의 특성을 비유적으로 확장해서 표현하려는 목적을 달성했으니까요.
근데 요새 쓰이는 펀치라인은 이런식입니다.
'난 새로나왔어. 마치 어제 출시된 갤럭시.'
아량을 발휘하자면 갤럭시를 왜 갖다 썼는지 이해가 되지만, 보조관념을 끌어오는 것의 목적이 그냥 비슷한 거 갖다 붙이는 퍼즐놀이인거지, 원관념에 어떤 뉘앙스를 붙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작사가는 거기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저 갤럭시를 아이폰이나 페라리나 맥도날드 신메뉴로 대치해도 문제가 없어지는 표현이네요. 즉 끌어온 보조관념에 딱히 용도가 없습니다.
아마 그래서 송민호도 '나는 여자 잘 꼬신다고 자랑하는 가사를 써야겠다. 여자를 잘 꼬신다면 여자들을 다 벌리고 다니겠지? 이걸 비유적으로 표현해보자. 뭐가있을까? 오 산부인과 굴욕의자!! 기발한듯 ㅋㅋ 써야지' 딱 이만큼만 고민했겠죠. 뻔합니다. 아예, 어떤 뉘앙스가 전달될지에 대해 촉을 세우고있지를 않은 거죠. 스윙스의 태도와 목소리는 멋지지만 이 점에서 큰 해악을 끼쳤습니다. 타블로가 2002년부터 완성하려고 노력해온 걸 거꾸로 돌림. (제가 이런 불만을 갖는 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자는게 아니라 저퀄 상품에 클레임을 거는 소비자심리에요. 애초에 '저퀄'을 장르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건 절대로 그게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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