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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6
익명
2014-12-16 13:03:37
음...고려가 몽고와 강화를 맺었을때를 보면 고려가 40년간의 항쟁 끝에 강화를 맺기로 하고 태자인 원종을 사신으로 보냈을 때, 당시 몽고는 대칸인 몽케칸이 죽고 내전이 일어난 상황이었습니다. 초원지역을 장악하고 쿠릴타이를 통해 대칸으로 선출된 이라크 부케와 북중원의 총독으로 북중원을 차지한 쿠빌라이간에 내전이 벌어졌죠. 초원지역 장악+쿠릴타이를 통해 대칸으로 선출된 이라크 부케가 정통성을 가진 쪽은 이라크 부케쪽으로 반군은 쿠빌라이쪽이었죠. 이때 태자인 원종은 어느쪽에가서 강화를 맺어야하나(강화라기 보단 거의 항복이지만요) 고민하다 쿠빌라이에게 항복합니다. 당시 쿠빌라이에게 가장 필요했던것은 정통성이었기에, 쿠빌라이는 이 고려의 방문을 굉장히 좋아햇습니다. 고려의 태자가 쿠빌라이에게 가서 항복을 함으로써, 쿠빌라이는 정치적인 입지를 내세우는데 큰 도움이 됬던거죠. "고려는 만 리나 되는 큰 나라다. 옛날 당나라 태종도 정복하지 못했는데, 그 태자가 왔으니 하늘의 뜻이다." 이후 내전은 쿠빌라이가 승리하게 되고, 원제국이 세워진 이후 쿠빌라이는 불리한 상황이었던 자신을 지지해준 원종에게 감사의 뜻으로 '세조구제'라 불리는 약속을 하게 됩니다. 고려의 풍습과 제도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불개토풍(不改土風)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 세조구제 때문에 고려는 이후로도 자주성을 확보할수 있게 되지요. 고려가 몽고에 정복을 당했느냐, 그렇게 보기에는 자주성이 너무 크다고 봅니다. 고려가 몽고에게 정복당했다고 본다면, 고려와 마찬가지로, "칸의 인정"을 받아 세습되는 "대공직" "징세 납부" "부마"를 하던 러시아 공국들도 지도에 포함되어야하는 속국이겟지요. 몽고와 고려의 관계에 대해 위에 레이논님이 잘 설명해주셧습니다만 이와 관련되어 좋은 글이 있어서 가져옵니다.
고려는 원에 정복되었는가?
단순히 이런저런 간섭을 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독립성을 상실하여 복속된 것의 구분을 해야할 듯 합니다.
1) 왕실의 존속 여부
고려의 왕실이 없어지고, 몽에서 나온 관리가 다스렸다면 정복당한게 맞지요. 중동이나 동유럽은 일한국, 킵차크한국으로 불리며 몽골에 의해 다스려졌습니다. 이에 반해, 고려의 경우 왕실이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2) 풍습/제도의 유지 여부
이미 언급한 대로, 원종과 쿠빌라이 사이에 맺은 '세조구제'에 의해 고려의 풍습/제도는 유지하게 됩니다.이후 다시 언급하겠지만, 제도가 격하되고 호칭이 바뀐 부분은 있습니다만, 고려가 유지해왔던 근본이 백지화된게 아닌, 부분적인 수정뿐이었습니다.
3) 입성론
신라 왕실이 왕건에게 항복하고 혜택을 얻은 것처럼, 복속되어도 왕실이 해당 지역의 지배권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엔 새로운 행정구역으로 편제가 되었는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원나라는 중국을 하나의 지방으로 편입하여 여러 개의 성(省)을 두어 다스렸습니다. 고려에도 일본을 정벌하기 위해 설치한 정동행성(정동행중서성)이 있었습니다만, 중국처럼 해체되어 편제된 것과 달리, 고려라는 나라가 유지된 상태에서 설치된 정동행성의 성격은 많이 달랐습니다. 내정 간섭에 머무르면서, 형식적인 업무에 그쳤으니까요. (지금의 대사관보다 좀 더 센 기관으로 보시면 됩니다.) 결국, 세월이 흐르면서 고려도 중국처럼 행성(行省)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여러차례 생겼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그야말로 고려도 원에 복속되어 버렸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고려의 강력한 입성반대운동에 의해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서, 쿠빌라이와 원종이 일찌감치 맺은 '세조구제'의 역할도 컸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고려는 하나의 지방으로 해체되어 원에 편제된 적은 없다는 점입니다.
4) 그렇다면, 완전한 독립국인가?
원종과 쿠빌라이의 밀애관계 이후, 고려는 원의 '부마국'이 됩니다. 즉, 고려에 왕이 즉위하면 무조건 원의 공주가 시집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누가 원한것인지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진 않았습니다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현재 보고 있습니다. 즉, 고려는 혈족으로서 든든한 후원자를 얻게 된 것이고, 원은 고려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거지요. 특히 당시 고려는 무신정권에 의해 왕권보다 신권이 높은 상황이었는데, 원종이 몽고의 부마가 된 이후 원종은 무신들을 제거하고 왕권을 강화할수 있게되지요. 또한 고려가 원에 대해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도 있지요. 물론 결과적으로... 고려왕실의 용어는 대부분 제후국의 수준으로 격하되고, 정치기구도 축소되게 됩니다. 결국, 고려가 완전한 독립국으로 보기엔 문제가 있으므로, 그 시절을 '원 간섭기'로 구분하고, 고려를 원의 속국/제후국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
4. 원간섭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
몽골이 이민족에 정복활동을 벌이며 내세웠던 조건은 6사(六事)라 하며, 이중에 하나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살육/파괴해버렸습니다. 여기서 6사란 1- 왕족/자제를 인질로 잡아들이는 입질. 2- 해당 국가의 재정원을 파악하는 호구조사. 3- 몽골군에 식량과 조부를 바치는 일. 4- 정복 사업에 군사를 제공하는 조군. 5- 몽골의 관리인 다루가치의 주둔. 6- 몽골군의 물자 보급과 연락을 위한 역참 설치.
그런데, 고려에게 제대로 관철된 것은 '입질' 과 '조군' '조부' 정도였습니다. 특히, 식량과 조세의 수납, 호구조사 등은 끝까지 거부하였습니다. 이런 조건은 고려를 모두 드러내게 되어, 고려가 원에게 완전 종속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루가치의 경우엔 원종의 부마국확립 이후 철수되었고요. 중국/중동/동유럽을 모두 쓸어버렸던 세계 역사상 어떤 국가보다도 강력한 몽골제국을 상대로,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고, 저항과 협상을 오가면서 고려라는 왕조를 유지시켰다는 점에서, 우리는 탁월한 고려의 외교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민족사관의 영향으로... 외교에 의한 국익보다는, 나라가 망할지언정 저항했던 투지를 더 높이사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80만 거란족을 외교로 돌려보내고 강동6주라는 땅까지 얻어낸 서희의 존재보다는, 16만이 처들어온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더욱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무시하자는게 아닙니다. 서희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을 지적한 것입니다.) 고려의 외교술은 지금도 실리를 추구하는 '등거리 외교'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명분만 내세우며 '명나라 짝사랑'만 외쳤던 조선의 외교와는 크게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비록, 고려가 원나라에 부분적인 지배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우리가 창피하게 생각하며 기억에서 지워버려야될 역사인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외교의 본질은 '국가의 존속'이지 자존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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