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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함박초 6학년 문영수(가명·12)군은 4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 오면 항상 책상에 턱을 대고 엎드려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하지만 지금 문군은 수업 시간에 곧은 자세로 앉아 공부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선생님들에게 인사도 잘한다. 문군은 "'엄마쌤'과 함께 배구를 하면서부터 내 모습이 달라졌어요"라고 말했다.
함박초 주변은 '월세방촌(村)'이다. 재학생은 한 부모 가정 등 교육 소외 계층 학생이 많은 편이다. 학생 절반이 소외 계층인 반도 있다.
김은주(44) 교사가 이 학교에 부임한 때는 2012년 초.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 학생들은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같았어요. 정말 순수하고 착했거든요. 하지만 돌봄이 부족해서 그런지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부족했죠." 체육부장을 맡게 된 김 교사는 "이 천사 같은 학생들을 '스포츠'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2012년 3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학생, 부모 없이 혼자 사는 학생 등 소외 계층 학생 6명을 모아 배구부를 만들고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중단해야 했다. "아침 운동을 나온 아이들이 기운이 없었어요.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아침밥을 못 먹고 왔더라고요."
김 교사는 새벽같이 학교에 나와 아이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며칠 만에 아이들 눈동자에 힘이 돌아왔다. 전국체전을 준비하던 지난 겨울엔 하루 세 끼를 모두 지어 먹였다. 그새 배구팀원은 16명으로 늘었다. 겨울 동안 먹은 쌀만 100㎏이 넘는다. 김 교사의 이런 정성에 학교 배구부 코치와 영양사도 급식실로 들어와 거들었다.
전지훈련이나 다른 지역으로 시합을 갈 땐 학생들을 모두 김 교사 집으로 불러 먹이고 재웠다. 땀에 전 운동복도 깨끗하게 세탁해 입혔다. 다른 학교 운동부 같았으면 모두 학부모들이 했을 일이지만, 김 교사는 제자들의 '엄마' 역할도 자처했다. 그런 김 교사를 학생들은 '엄마쌤, 우리 엄마쌤'이라고 부른다.
평소 자기를 위한 머리핀 하나 사지 않는 김 교사지만, 올 초에 확인해보니 통장에 2000만원의 빚이 생겼다. 아이들 먹이고 입히느라 생긴 '훈장'이었다.
함박초 배구부는 올해 인천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8강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 8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 교류전에선 일본 초등 대표팀을 이겼다.
김 교사가 무엇보다 기쁜 것은 운동을 시작한 후 학생들 눈빛이 달라진 것이다. 방황하며 가출을 수없이 하던 김진영(가명·12)군은 요즘 배구 연습 시간만 기다린다. 배구부 주장 김태연(12)군은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집중력이 좋아졌어요. 전에는 국·영·수·사·과 5과목 전부 D등급을 맞았는데, 이번 시험에선 수학만 빼고 전부 B등급 맞았어요!"
김 교사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외할아버지가 있는 전남 진도에서 혼자 학교를 다녔다"며 "그때 한 여선생님이 나를 항상 집에서 먹이고 재우고 친딸처럼 돌봐주셨는데, 지금 그 빚을 갚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16: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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