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츠노 킨고(辰野 金吾)라는 일본의 건축가 아저씨입니다.

에도시대에 태어나서 (1854년) 공부(공업)대학교 (현 도쿄대 공학부)에 1기로 입학하였고,
1875년 영국에 도항해 유학 후 귀국한 그 당시 엄청난 해외파 엘리트였죠.
(운요호 사건이 있었던 해가 1875년입니다)

그래서인지 귀국해 이 아저씨가 설계한 건물이 그 당시 성장가도를 달리던 제국 일본
여기저기에 세워지게 됩니다.

1. 일본은행 본부 (일본, 도쿄도)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한 건물이지요)

2. 일본은행 오사카 지점 (일본, 오사카부)
     

3. 조선은행 본점 (한국, 서울시)

(타츠노 켄고가 한국은행 본부 건물 설계 후 아주 만족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허연 건물만 디자인 한건 아닙니다.

4. 도쿄역 (일본, 도쿄도)


수도에서 전국 각지를 잇는 도쿄역의 설계에도 일조했습니다.

------------------------ 여기서 잠깐, 도쿄역 story

도쿄역의 현재 모습인데요, 원래는 3층짜리 건물인데, 2차대전 때 폭격을 맞고 불타버렸습니다.
그래서 복구공사를 시작했는데, 전쟁 직후라 3층을 날려버리고 2층으로만 복구해서
건물 외부 장식들이 다 없어진 것은 물론, 짜리몽땅하게 변해버렸죠.



도쿄역의 원래 모습입니다. 메인 동에 솟아있던 장식, 3층, 그리고 양 가에 있던 돔의 모습이 보이네요.
(도쿄역은 1914년에 완공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5년부터 도쿄역 제모습 찾아주기 공사가 7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진행중입니다.

우측에 돔이 지어지고 있네요.

완성되면 이런 모습이 된다고 합니다.

5. 오사카 중앙 공회당 (일본, 오사카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서울역과 묘하게 닮았단 말이죠...

그럼 서울역도 타츠노 아저씨가 지은거!!??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울역은 츠카모토 야스시(塚本 靖)라는 건축가가 설계했는데...(라고 추정만 합니다. 그 아저씨 집에서 서울역 설계도면이 나왔거든요)
이 아저씨가 타츠노 긴고의 제자였습니다.

------------------------ 여기서 잠깐, 서울역 story

(세웠을 당시 경성역의 모습)

원래 서울의 메인 기차역은 용산역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남대문 정거장'이라는 조그마한 목조 간이역 건물만 서있었지요.
헌데 서울 (1900년 당시 경성부) 인구가 늘어나고, 용산역은 도심에서 많이 떨어져있어서
1922년 서울역 건설에 들어갔습니다.

애시당초 구상은 일본-조선-만주를 잇는 국제적인 수준의 역을 짓는 것이었고,
부산에서 북경까지는 직통열차를 다니게 함은 물론
거기서 바로 시베리아를 넘어 모스크바 및 베를린까지 연결시키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역은 도쿄역에 이은 동양 제2의 규모로 계획되었습니다.

하지만 1922년 착공되었는데,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일본 국내가 아수라장이 되어
경성역 공사비가 크게 삭감되어 원래 계획보다 2년 늦은 1925년 완공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시 흔한말로 "동양 제1역은 도쿄역, 동양 제2역은 경성역"이라 했다고 합니다.

6. 일제시대 부산역.......(?)
솔직히 위 서울역 이야기는 알고계신 분들이 많을텐데요 (그래도 살다가 지나가며 들어본 적은 있잖아요?)
그럼 일제시대 부산역에 대해서도 들어보셨나요?

 

와~~~ 내가 알던 옛날 부산역은 이거야!
그치만 이게 부산에 처음 생긴 기차역이 아닙니다.

1905년 일본이 경부선을 개통할 당시 부산역 모습입니다.
사실 일본에게는 한반도의 관문은 어디까지나 부산이었고, 위에서 세운 원대한 계획을 실행하려면 시발점인 부산역 인프라가 중요했지요.
그래서 엄청난 공사비를 들여 지은 부산역은 서울역에 필적할만한 커다란 역사였다고 합니다.

위치도 지금이랑 조금 다른데 (중앙동 빌딩가 자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 위치로만 따지면 지금 부산역보다 훨 나음)
이게 1953년에 부산 대화재로 홀랑 다 타버리고 전소됩니다.
역은 불에 타서 없어졌고, 기차는 다녀야 하겠고, 전쟁 직후라 돈은 없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돈이 문제!)
그래서 결국 정부는 지금 부산역 자리에 있던 원래 초량역이던 역을 "부산역"으로 만들어버렸죠.

전해지는말 반 + 농 반인데, 이 당시 부산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팔았었다고 합니다:)

+ 보너스, 일제시대 경성

경성스캔들도 아니고... 왠 경성!!?

1. 경성부청 - 현 서울시청 (대한민국, 서울)

세울 때 당시 모습이랑 똑같습니다...
원래 경성부청으로 지어진 건물이고, 이와이란 사람이 설계했는데, 참여자들이 다들 경성제국대 (현 서울대학교의 전신) 출신입니다.
전체적으로 장식이 없고, 밋밋해서 권위적이고 멋대가리 없게 지어놓았다는 말을 그 때도 자주 들었다고 하네요.

(향간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일, 시청 건물이 본 합쳐서 일본이다 라는 소문이 돌았었는데,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습니다.
원래 주어진 땅이 이런 모양이었고, 당시 설계에 참여했던 사사 의 노트를 보면 "弓자로 설계했다"고 하고있습니다)

지어진 당시 경성부청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원구단의 황궁우입니다.
(원구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하늘에 제사는 일왕만 드릴 수 있다고 일본이 원구단을 헐어버리고 거기에 철도호텔을
지어놓았습니다. 웨스틴조선호텔 경내에 있는 황궁우라는 3층 팔각정은 부속건물이었죠) 

2. 경성우편국 (대한민국, 서울)

한국은행 본관 왼편에 서있는 서울 중앙우체국 다들 아시죠?
그 자리에 있던 경성우편국 건물입니다.

지금 중앙우체국 자리에 있던 경성우편국과, 현재 신세계 본점으로 쓰이고 있는 당시 미츠코시 백화점 경성점의
모습입니다.

1915년 완공된 이 건물도 상당히 공을 들여 만든 건물이고, 옆의 한국은행 건물과는 달리 장식도 어마어마한데
내부도 수려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건물이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고 뼈대만 남게 됩니다....... -_-

안습......

역시 전쟁 직후이고, 부산역도 홀랑 태워먹어서 고쳐야되고, 돈 들어갈 때가 많았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 건물을 원형대로 복원하기보다는 다 헐어버리고
우리 손으로 같은 층수, 같은 건축 형식(?)의 서울 중앙우체국을 새로 짓게 됩니다.
(멀리서 보면 지붕 빼고 비슷하게 생겼음)

(하지만 폭탄맞고 지붕이 날아간건 한국은행 본관도 매한가지였는데, 거기는 규모가 비교적 작고,
피해도 덜해 한국은행은 살아남고 서울 중앙우체국은 헐리게 되었습니다)
 

3. 조선총독부 (대한민국, 서울)

새내기분들은 모르시겠죠?
1학년 입학하시는 분들이 93년생인데 조선총독부 철거한게 YS때 95년이니까...
난 안에도 들어가 봤는데 말이죠...

(참고로 저 광화문은 박정희 대통령때 복원한 시멘트 광화문... 저 나무 부분도 나무가 아닌 세멘으로 모양을 냈음)

이렇게 경복궁을 막고 있는 기형적인 건물이라 철거할수밖에 없었고, 또 철거해야 했던 건물이었습니다.

흥례문을 비롯해 경복궁을 훼손하고 총독부 건물을 짓는 모습

동십자각도 이 때 삼청동 길을 낸다고 뚝 떨어지게 되고, 보시는 것처럼 경복궁을 거의 다 부셔놓았습니다.

한국전쟁 끝나고 역시 폭격맞고 엉망이 되었으나, 고쳐서 중앙청(정부중앙청사)로 잘 썼던 시절도 있었죠.
- 세종로에 정부청사 짓고나서는 오랫동안 이 건물이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였습니다.
(1995년까지의 일이에요. 얼마 안 됐죠)

그리고 YS가 헐어버리고, 지금은 꼭대기에 있던 첨탑만 홀로 남아 천안의 독립기념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부수는 중...
(지폐도 안 들어갈 정도로 정교하게 지어놓아서, 철거하는데 많이 애를 먹었다고 했더랬지요)

+ 참고로 같은 식민지배를 받았던 대만은 대만총독부 건물을 지금까지도 총통부 건물 (우리의 청와대)로 사용 중입니다.

이것도 역사다 보존하자, 치욕이다 부수자 의견이 많았지만
조선총독부는 한 나라의 정궁 한가운데 흉물스럽게 위치한 건물이여서
철거하는게 맞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외에도 서울대학병원 앞에 있는 대한의원 건물, 위에도 잠깐 언급된 미츠코시 백화점 경성점 (현 신세계 백화점 본점), 동양척식주식회사 본관, 경성재판소 본관 (현 서울시립미술관), 경성전기 주식회사 (현 명동 한전 건물), 조선저축은행 건물 (현 한국은행 맞은편 SC제일은행 본점), 경성부민관 (현 서울특별시 의회 건물 - 제헌국회 건물 - 원래는 덕안궁이 있던 자리입니다), 조지아 백화점 (정자옥 백화점, 구 미도파 본점, 현재 명동 롯데 영플라자 건물) 등이 있는데, 일일히 소개하지 못해 아쉽네요.

새벽에 서울역 쓰다가 진지먹고 몸통보다 꼬리가 더 커다란 글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한 번쯤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