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오기 전에 영어를 배웠군요?"
나: "네. 영어 공부 아주 열심히 했었어요."
택시운전사: "이민 온 지 10년이 지나도 영어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영국에서 우버나 택시를 부르면 열에 아홉은 과거 영국 식민지 경험이 있는 서남아시아 국가 (파키스탄, 인도 등) 배경을 가진 영국인이다. 그들도 당연히 엄연한 영국인이다. 보통 조부모나 부모가 이민한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이들은 주로 운전을 생계 목적으로 하고 운전 중에 목적지 확인과 요금 말고는 승객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오늘은 로컬 택시를 불렀더니 백인 영국인 할아버지가 왔다. 이런 분들은 생계가 목적이라기보다 노후에 용돈벌이로, 그리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승객에게 먼저 말을 걸고 때론 수다를 떤다. 젊은 시절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기를 고대했던 사람처럼 말문이 트이면 별의별 얘기를 다 한다.

English
1. 영어
2. 잉글랜드(인/어)의, 영어의

사전의 정의대로 영국인 또는 영어와 관련된 얘기를 연재에 담아 보고자 한다. 여기서 영국은 잉글랜드만이 아니라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가 포함된다. 엄밀히 말하면 영국인은 British라고 해야 옳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잉글랜드니 부제는 'English'라고 정했다.

이날 택시운전사는 영국에 와서 6년째 살지만, 그렇다고 영어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상기시켜 주었다. 영국에서 아주 오래, 심지어 평생을 살아도 (알아듣고 의사 표현하는) 내공은 쌓일지언정 영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다. 어릴 때 영국에 와서 영국의 초등학교 (프라이머리 스쿨)를 다니지 않았다면 높은 확률로 엉터리의 임시방편 영어를 구사할 능력을 터득한 셈이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잘 하느냐. 난 솔직히 아직도 영어에 자괴감을 느끼는 때가 많다. 난 영국이나 영미권 국가에서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한국에서 성문 기초영문법, 기본영문법, 맨투맨, 토익, 토플, IELTS, GRE 등 책이나 교재로 영어를 공부했다. 그래서 일하느라 매일 영어를 쓰지만, 답답한 경우가 있다. 그래도 이제 의사소통에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고 느낀다.

하지만 가끔 매우 허탈하게도 오늘따라 영어가 잘 안 된다거나 잘 안 들리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내게 언어장벽의 실체를 느끼게 한다. 내가 정말 영국인이었다면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채야 할 순간 '뇌정지'가 오거나 알아들은 척하고 대강 넘겨야 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건 잘 못 알아들으면 "Pardon"이나 "Sorry" 하고 되묻곤 하지만, 흘려 들어도 될 거 같은데 잘 안 들리면 그냥 알아들은 체 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요령이 그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도록 도와주고 안도감을 주지만, 허무한 감정이 뒤에 물밀듯이 몰려 올 때가 있다.

"Language barrier is significant." 10년 전 미국인에게 들은 이 말을 영국에 와서 나는 수없이 맞말이라고 상기해야 했다. 내게 일할 기회를 준 나라지만 언어장벽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하며 내게 늘 실존적인 화두이다. 이제 제법 하니까 그렇게 불편하진 않다고 느끼다가도 BBC 드라마를 보다가 여전히 처음 듣는 단어가 나올 때가 있다. 계속 공부하게 만들어주니까 고맙기도 하다. 한국에 살아도 신조어는 계속 찾아 배워야 할 거고, '이게 영국 사람이라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단어는 아니지 않는가' 하고 자위한다. 그래도 점점 더 늘고 나아지고 있으니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12-13 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