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때 그랬다


너는 공부잘하니 착하다고, 잘하고 있는거라고. 저기 머리 길고 염색한 애들보다 잘하고 있는거라고 수십번 들었다.


고등학생때 그랬다


너는 야자도 빠지지 않고 성적을 올리려고 노력하니 잘하고 있는 거라고. 노력하는 자는 배신당하지 않을거라고.


대학생때 그랬다


너만큼 공부하면 취직 잘할거라고. 대기업도 물론이고 공기업도 널 데려가지 않을까? 난 그렇게 믿어 라고.


막상 남들이 가지라는것을 얻고나보니 내심 흐뭇했다. 각종 복지가 보장되고 평생을 다닐수 있는 최고의 공기업에 내가 입사했구나.


철저히 노력하지 않은 자들보다 낫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게 정의이고 원칙이라고 배웠다. 나랑 다른사람이 얼마나될까?


막상 입사하고 1년 2년... 6-7년쯤 흘렀을까. 나는 2020년 적폐가 되었다.


협력업체들이 우리가 적폐란다. 갑질하지도 말고 동일노동 동일 임금을 내놓으란다. 우리는 동일노동을 한적이 없다 내가알기로는.


그리고 가스 공공성을 강화하는길이 협력업체 직고용이란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수 없는 말들을 들으며 적폐가 되었다.


같은 공기업이자 우리회사에서도 가고싶어하는 인국공 정규직 전환이슈가 논란되었다.


아직 취준생활에 전화도 한통 안오는 후배들이 생각났고 경찰공무원 학원 근처를 지나갈때 봤던 수많은 청년들이 생각났다:


우리는 단 한번도 갑인적이 없었고 그들의 노동을 비하하거나 폄하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임금과 소속이 다르다고 우리를 이기적이라고 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독서실에 수많은 포스트잇을 붙여 외울 부분들을 정리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밥먹는 시간빼고 공부에 매진했었다. 공채에 낙방할때마다 스스로 못난놈이라 자책했다.


난 과연 그 시간들이 팔자좋은 학자의 모습이었을까? 대학내내 알바하며 장학금받으며 지냈던 내 모습은 그래도 가진자였을까?


내 미래의 가족에게 줄수있는 월급을 조금씩 포기해가며 사회에 이바지해야할까? 그리고 그것이 정의인가? 그 포기한 월급에 대한 감사는 받을 수 있을까?


허무하고 허망하여 잠들수가 없다. 지금 이 무분별한 채용이 정당화 되려면 내 부모는 틀렸다. 내 선생도 내 교수도 틀렸다. 노력보다 공부보다 빨리 사회에 나가서 목소리를 내는것이 옳았다.


나는 온전히 틀린 삶을 살아온 것이다. 적어도 이 정권 안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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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블라인드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24 0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