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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익명
2020-06-12 16:51:31
사도세자가 태어났을 때 영조는 이미 42세였고, 조선왕 평균 수명이 겨우 47세 정도였기 때문에 영조는 사도세자가 심하면 열 살도 되기 전에 즉위'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도세자가 이걸 버티나 시험해보고 뭘 시키는 게 아니라 자기 페이스에 맞춰서 키워내려고 합니다.
5 기록상 영조가 사도세자를 갈구는 기록이 생겨난 게 사도세자가 겨우 4살 때부터입니다. 사도세자 입장에서 보면 무슨 4살을 혼내요 미친 아부지야 하겠지만, 영조 입장에서는 45세 넘어가는 시기니까 진짜 나는 내일이라도 죽을 거 같은데 세자는 아직 한참 먼 것 같고 자기도 급해 죽겠다 이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욕을 먹던 사도세자는 9살 무렵부터는 영조를 만나는 걸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역대 국왕 평균수명을 넘어선 영조는 자기 얼굴 보는 것도 두려워하는 세자가 갈수록 마음에 들지 않고, 10살부터는 아예 대놓고 혼내기만 하는 수준으로 굳어버립니다.
사도세자가 15살 때는 대리청정을 시켜놓고 '나는 뒤에서 지켜보겠다'고 합니다. 그러다 정승들이 "함길도 방위사령부를 성진에서 길주로 옮기져. 길주는 육진으로 다 통하는데 성진은 3개 진밖에 통하지 않습니다" 건의를 올립니다.
세자가 다시 "근데 함길도 방위사령부를 길주로 옮겨도 성진에 군졸이 남아 있니?"라고 물어보고 "지역방위군은 남아 있습니다"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 "ㅇㅋ 그러면 길주로 옮기는 게 맞겠다"라고 결정합니다.
그런데 바로 뒤에 있던 영조가 갑자기 "임마 그거 성진으로 옮긴 게 난데 니가 그렇게 옮기면 어떻게 하냐?"라고 갈구고 자기가 마음대로 처리한 다음 한 번 더 세자를 갈굽니다.
사도세자가 20살 때는 자기 생모인 영빈 이씨가 아프다기에 문병을 갔는데, 거기서 같은 영빈 이씨 소생인 화완옹주도 문병을 와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화완옹주는 영조가 귀여워하던 딸이고, 사도세자는 이미 15년 넘게 갈구던 못난 자식입니다. 영조가 와서 이 상황을 보더니 대폭발해서 당장 나가라고 고함지르고, 명색이 세자라는 양반이 문도 아니고 창문과 담벼락을 넘으며 허겁지겁 달아나야 했습니다.
사도세자가 21살 때는 갑자기 세자의 거처로 들어가놓고 자다 일어난 세자의 몰골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술 먹었네 임마'라고 또 갈굽니다. 결국 세자가 먹지도 않은 술을 먹었다고 자백(?)하고, 세자의 보모상궁이 "술내가 나는지 한 번 맡아보소서" 하고 항변하는 해프닝이 터집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상궁이 임금한테 말대꾸를 한 꼴이 되니 세자가 상궁더러 낄끼빠빠하고 물러가라고 한 마디 했는데, 영조는 자기한테 무례한 상궁을 꾸짖어주는 걸 또 트집잡아서 "얌마 어른 앞에서는 개도 함부로 혼내는 법이 아닌데 니가 감히 내 앞에서 누굴 혼내?"라고 하면서 '세자궁의 관원'들을 불러다가 세자를 꾸짖으라고 모욕을 줍니다.
세자궁 관원들을 본 세자가 폭발해서 "시바 니네가 내 전담 관원이 되어서 내가 이 꼴이 되는데 한 마디도 실드를 안 쳐? 다 꺼져!"라고 난동을 부리다 촛대가 넘어지고 불이 납니다. 영조는 이게 고의적인 방화라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모든 신하들을 불러다놓고 그 앞에서 세자를 또 갈굽니다.
이 외에도 생일마다 생일상 대신 모든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혼내기 등등 정말 갖가지 창의적인 방식으로 세자를 혼내는 아이디어가 많은데, 너무 길어지는 관계로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1 상술한 바와 같이 창의적으로 궁내부조리를 일삼는데 세자가 어지간히 정신력이 강했어도 이걸 견디는 건 힘들었을 겁니다. 심지어 성인도 아니고 4살 어린이일 때부터 시작한 부조리인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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