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ream Team
스포츠에서 드림팀이란 단어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강력한 전력을 가진 팀이라는 의미대로 역사에 길이 남을 법한 전설적인 팀들만이 이 명칭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드림팀이라는 명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은 어디일까요? 축구 팬이라면 FC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꼽겠지만, 드림팀의 시작이었던 미국 농구 국가대표팀을 제치는 건 어려울 것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결성된 미국 대표팀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습니다. 역대 최고의 농구 선수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필두로 매직 존슨, 래리 버드, 칼 말론, 찰스 바클리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던 것입니다. 상대를 압도하며 손쉽게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미국 대표팀의 모습에 언론과 팬들이 찬사를 보내며 등장한 단어가 바로 드림팀이었습니다.
사실 드림팀의 탄생은 악몽 같은 패배 때문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건 바로 1988년 서울 올림픽 4강입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의 처음이자 유일한 올림픽 무대 패배를 안겨준 소련 농구 국가대표팀에게 또다시 패배한 것입니다. 역대 최악의 오심으로 꼽히는 뮌헨 올림픽과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에 자극받은 NBA가 프로 선수들의 참가를 허락하면서 비로소 드림팀이 출범한 것입니다.


2. 권불십년
드림팀이 결성된 이후 미국 대표팀은 다시 무적의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열린 1994 FIBA 세계 선수권 대회, 1996 애틀란타 올림픽, 2000 시드니 올림픽까지 전부 우승한 것입니다. 비록 그리스에서 열린 1998 FIBA 세계 선수권 대회에선 3위에 그쳤지만, 대학 선수들 위주로 나갔기 때문에 드림팀의 위상은 건재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에서 영원한 강자라는 말은 너무나 공허한 것이었습니다.
2002년 FIBA 세계 선수권 대회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였습니다. 안방 무대에서 반드시 우승을 가져오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결성된 드림팀이었지만 이미 그 전력은 예전만 하지 못했습니다. 잦은 대표팀 차출을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리그를 대표할 만한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대부분 빠진 상태였습니다. 차출된 벤 월러스, 폴 피어스, 배런 데이비스 등의 선수들은 기량이 훌륭했지만, 최고라고 하기엔 부족했습니다.
타국 대표팀보다 떨어지는 조직력을 개인의 실력 우위로 만회하던 드림팀이었기에 이는 꽤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선부터 미국 대표팀은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하고 맙니다. 결국, 아르헨티나 대표팀에게 패배한 데 이어 스페인, 유고슬라비아에 연패한 미국은 6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맙니다. 공교롭게도 드림팀이 처음으로 결성된 지 10년 만에 일어난 참사였습니다.


3. 굴욕의 후속편
엄청난 굴욕을 맛본 미국 대표팀은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로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고자 다짐합니다. 우선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우승을 이끈 명장 래리 브라운 감독을 선임했고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명장 그렉 포포비치 감독을 수석코치로 임명합니다. 또한, NBA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인 팀 던컨과 NBA 최고의 스타로 성장할 르브론 제임스 등을 필두로 앨런 아이버슨, 카멜로 앤서니, 드웨인 웨이드 등의 스타들을 차출합니다.
하지만 새천년 이래로 꾸준히 제기된 드림팀의 여러 문제, 예를 들어 센터 포지션 부족으로 인한 높이 싸움 열세, 훈련 기간 부족 및 국제 대회 경험 미비로 인한 조직력 저하 등은 여전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예선에서 푸에르토리코, 리투아니아 등에 패배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미국 대표팀은 4강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에 패배하며 동메달에 그치고 맙니다. 이는 드림팀 결성 이후 12년 만에 겪은 올림픽 금메달 실패였습니다.
미국을 꺾고 우승한 아르헨티나의 대표 선수는 마누 지노빌리였습니다. 포포비치 감독, 던컨과 스퍼스에서 한솥밥을 먹던 지노빌리는 화려한 개인기와 뛰어난 농구 지능을 모두 갖춘 선수였습니다. 사실 그는 팀에서 선발 출전 대신 교체 출전으로 기용되는 식스 맨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스퍼스의 전술에 따른 기용이었고 실력은 주전 이상이었던 그의 활약은 미국 대표팀을 무너뜨리는 데 손색이 없었습니다.


4. Redeem Team
연이은 수모, 쏟아지는 비난은 미국 대표팀을 진지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먼저 NBA 출신 감독 대신 대학 농구의 전설이자 국제대회 규칙인 FIBA 룰에 익숙한 ‘Coach K’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을 선임합니다. 대학 농구의 위상이 매우 높은 미국이었기에 슈셉스키 감독의 명성은 NBA 스타들을 통솔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미국 대표팀은 드림팀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미의 리딤팀이라는 명칭을 붙인 채 각오를 다집니다.
2년 전엔 풋내기에 불과했지만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제임스, 앤서니, 웨이드와 함께 크리스 폴, 크리스 보쉬, 드와이트 하워드 등이 뭉친 리딤팀은 일본에서 열린 2006 FIBA 세계 선수권 대회에 나섭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4강에서 만난 그리스 국가대표팀에게 패배하며 3번 연속으로 국제대회 우승에 실패하게 됩니다. 심지어 그리스 대표팀은 스페인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기에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패배의 이유는 이번에도 높이 싸움에서의 열세였습니다. 당시 미국 대표팀의 센터진은 하워드, 보쉬, 브래드 밀러가 버티고 있었지만, 보쉬와 밀러는 수비보다 슈팅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었습니다. 엄청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하워드 역시 버티는 힘은 비교적 평범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그리스 대표팀의 센터이자 체중 140kg의 괴물 소포클리스 쇼르챠니티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5. 역사는 반복된다
3번 연속 당할 줄 몰랐다는 한 프로게이머의 발언이 떠오르는 결과에 미국 대표팀은 이를 갑니다. 다시는 이런 굴욕을 겪을 수 없다는 각오 아래 NBA의 슈퍼스타들이 합숙훈련까지 불사하며 조직력을 다집니다. 그 결과 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터키에서 열린 2010 FIBA 세계 선수권 대회, 스페인에서 열린 2014 FIBA 세계 선수권 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되찾습니다.
5년 만에 열린 2019 FIBA 농구 월드컵은 최초의 세계 선수권 3연패로 미국 대표팀의 신화를 마무리 지을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17년 전 미국 대표팀의 첫 실패가 떠오르는 듯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미 국제대회의 영광을 마음껏 누린 선수들이 부상, 컨디션 조절 등의 이유로 대표팀 차출을 고사해 그 자리를 젊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로 메운 것입니다. 더군다나 계속 대표팀 사령탑을 맡던 슈셉스키 감독도 리우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사임한 상태였습니다.
명장 포포비치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되었지만, 그는 이미 최신 전술 유행에 살짝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고 15년 전 실패의 당사자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NBA에서 활동하는 외국 선수들의 양과 질은 어느 때보다도 최고조였습니다. 결국, 여러 악조건을 극복하기엔 부족했던 미국 대표팀은 프랑스, 세르비아에 연패하며 7위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습니다. 13년간 이어오던 국제대회 58연승이 끊긴 순간이었습니다.


6. 후일담 및 근황
많은 팬과 전문가는 이제는 미국이 농구계에서 절대적인 강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NBA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각국의 전력이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2019 FIBA 농구 월드컵은 그러한 의견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로 보입니다. 하지만 NBA와 미국 대표팀은 수모를 겪은 뒤엔 언제나 자신들의 전력을 유감없이 뽐냈습니다. 농구 팬들은 세계의 도전에 맞선 미국의 방어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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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430&aid=0000000768&viewType=COLUMN
2019 FIBA 농구 월드컵에서 어떻게 프랑스가 미국을 꺾을 수 있었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도움이 될 칼럼 하나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글은 처음으로 주인공의 상대가 언더독인 사례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언젠가 우리나라 대표팀도 미국 대표팀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실력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축구 대표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야구 대표팀, 그리고 2002 부산 아시안 게임과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의 농구 대표팀처럼 불가능은 아닐 거라 믿습니다. 다음 글은 NFL의 캔자스시티 치프스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