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소설] 더 이상 이 세상에 미워할 사람이 없어 프롤로그&1화

축복과 저주- 프롤로그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각각 한가지의 축복과 저주를 받고 태어난다. 이것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이 세상의 진리이다. 다만 각각이 갖는 축복과 저주는 그 무게부터 다르다.

누구는 잘 받은 축복 하나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저주로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축복과 저주는 사람마다 미치는 영향이 달라, 모든 사람이 축복의 은혜를 받거나 저주의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극소수의 사람만이 유용한 축복이나 저주를 받는다고 할 수 있으며 대다수 사람은 유의미한 축복과 저주를 받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떨어지는 낙엽을 잘 잡는 축복’, ‘정각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축복’ 이던가 ‘노래를 부를 때 항상 음 이탈이 있는 저주’, 혹은 ‘돈을 셀 때 최소 2번은 세야 하는 저주’라는 식이다.

이 규칙은 인류의 기록이 시작된 이래 어긋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20년, 현재 이 규칙을 벗어나 사는 사람이 있다. ‘정한솔’. 감히 이 세상에서 가장 불운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남자. 모두가 축복과 저주를 하나씩 가질 때, 혼자서 2가지의 저주를 가진 남자. 그 2가지 저주도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저주’,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저주’ 이다. 이러한 저주 때문에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버려졌다. 보육원에 맡겨졌지만, 그 어떠한 형태의 ‘사랑’을 받을 수 없었다. 철저히 무관심 속에서 자라났고 학교에 다니면서는 차라리 무관심이 좋았을지도 모를 괴롭힘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또 다른 저주 때문에 의지할 사람 하나를 찾지 못했다. 주변 모든 사람을 혐오했고 주변 모든 사람으로부터 혐오스러운 시선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끊임없이 인내하면서 살아왔다. 수많은 모욕과 혐오를 받으면서도 참고 살아왔다.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피나는 노력을 하며 훌륭하게 자라났다고 말할 수 있게 성장했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으며 자신의 꿈을 찾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그리고 대학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그런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1화

3월 2일, 대학교가 개강하는 첫날에도 그는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지옥 같았던 학창 시절의 악몽에서 그는 벗어날 수 없었다. 수차례의 발길질이 그를 향해 날라왔지만, 그는 그것에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 교과서나 여타 물건들은 항상 찢겨 있거나 망가져 있었지만, 선생님과 경찰은 그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원통하고 분하였지만 어디 하나 의지할 때 없는 그였다.
기분 나쁜 꿈을 잊어버리고자 그는 일어나자마자 찬 물로 세수를 했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과거는 끝났다. 그런 개만도 못한 놈 때문에 내 앞으로의 인생이 망가질 필요는 없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 암시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혹자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것을 새로운 희망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그에게는 또 다른 지옥일 뿐이다. 물론 대학에 온 만큼 직접적인 괴롭힘을 받지 않겠지… 라는 보잘것없는 작은 희망을 품고만 있다.

그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시기에도 치열하게 공부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최소한 상위권 대학에 진입하면 버러지만도 못한 사회 쓰레기들한테서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이다. 그 누구의 괴롭힘을 받지 않고 조용히 혼자 살아가는 것, 오로지 그뿐이었다.

설레는 대학 생활이 시작되었다.
OT에 다녀와서 미리 친해진 아이들은 옹기종기 앉아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술을 먹자고 하니, 하은이도 온다고 하니 꼭 가야 하니, 한솔의 입장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대화들이 오가고 있었다.
사전 OT에 전혀 나가지 않아 아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그의 타고난 저주 덕분에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편이 그에게는 편하게 다가왔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일생에,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접근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전공 교재나 들춰보고 있었다.
아직 전공에 익숙하지 않아 이해가 잘 안 되는 전공 책을 한참이나 보던 중, 교수님이 오셨는지 주변이 더욱더 부산스러워졌다. 이제 슬슬 수업이 시작하려는가 싶어 고개를 들어 앞을 봤지만, 눈앞에는 교수님이 계시지는 않았다. 단 한 명의 여자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을 뿐이다. 하지만 그 여파는 전혀 작지 않았다.
“어! 하은아 왔어? 자리 맡아놨어. 여기에 앉아!”
“오늘 저녁에 동기들이랑 술 마시기로 했는데 너도 올 거지?”
“하은아! 혹시 우리 동아리 들어올 생각 없어?”

그녀가 등장하자마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강의실에 있는 대다수의 학생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하은은 웃으면서 모두를 맞았고 저녁 술 약속에 꼭 가겠다며 인사했다. 그녀는 반갑게 이야기하면서 자리를 맡아놨다는 친구 옆에 앉았다. 옆 친구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 하은과 더욱 친한 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교적 앞자리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주변에 꽤 많은 학생이 있었다. 그에 비해 한솔은 거의 맨 뒷자리에 앉았고 당연하게도 주변에는 그 누구도 있지 않았다.

한솔은 하은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금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러한 기분은 그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동시에 한솔을 잠깐 본 하은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에게 가려고 했으나, 곧바로 교수님이 들어오시는 바람에 다시 자리에 앉는 수밖에 없었다.

어... 음... 비문이 많고 재미도 별로 없긴 합니다.
하지만 꼭 소설을 쓰고 싶었기도 하고 마땅히 올릴 곳도 없어 고파스에 연재 해볼까~ 합니다.
한번 쭉 읽어 주시고 부족한 점은 아낌없이 지적해 주시길 바랍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8 04: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