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마지막 날의 BGM은 대만의 국민밴드 오월천(五月天)의 노래 '돌연호상니(突然好想你)'입니다.
갑자기 너를 그리워한다는 뜻인데, 여행도 그런 것 같습니다.
즐거운 여행이었기에 자꾸 생각나고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습니다.

1. 대만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아침.
이 사진에는 사실 슬픈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전날 중정기념당 교대식이 앞당겨졌다는 소식을 듣고, 6시에 일어나자자 중정기념당으로 향해 국기게양식을 보고, 호텔로 돌아와 다시 자고, 8시 반에 다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간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알람을 두 개 맞춰 놓고 잤는데... 6시 알람은 전혀 못 듣고 8시 반에 깼습니다 ㅠㅠ 평소에는 알람에 잘만 일어나는데... 제가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정기념당으로 호다닥 달려갔지만 전날과 비슷한 시간에 도착을 했고, 국기는 이미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펄럭이고 있더군요... 슬픈 마음을 뒤로 하고 시먼으로 돌아옵니다.
아침의 시먼은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2. 전날 아침을 먹었던 가게를 또다시 찾아갑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알아보시더라고요.

3. 공항철도를 타고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향합니다. 아침 일정이 꼬여 출발이 예정시각보다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급행열차가 마침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여담이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도 원래는 중정 국제공항이었는데, 천수이볜 정권 하에서 개명되었습니다.

4. 돌아오는 비행기는 대한항공을 탔습니다. 이왕 마일리지 태우는 거 비즈니스 타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마일리지 태워서 대한항공 탈 일 있으면 비즈니스에 도전...
기내안전영상을 슈퍼엠이 찍었더라고요. 보이그룹 알못이라 한동안 방탄소년단으로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5. 그렇게 6박7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무사 귀국했습니다.
태극기와 청천백일만지홍기가 나란히 놓인 모습이 새롭게 다가와 사진 한 장 찍어 보았습니다.
한때는 미국에 버금가는 혈맹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공산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애매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편함도, 오해도 많이 생겼지만 저는 아직도 양국의 국민들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6. 이 사진은 사실 이번 여행이 아니라, 2016년 12월에 대만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원래는 면세점에서 이런 물건을 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1터미널 면세점을 다 돌았는데도 안 보이더라고요... 물론 제가 못 찾은 걸수도 있겠지만요.

7. 그래서 장 총통은 모시고 오지 못했지만, 그 대신 중산 선생을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뜻깊은 여행의 마무리는 뜻깊은 술로 해야지요 ㅎㅎ

<epilogue>

귀국한 지 벌써 열흘이 넘어가고, 르웨탄과 처청역과 상산과 단수이의 아름다운 풍경도 어느덧 눈에서 가물가물해져가, 결국 사진에 의존해야만 하는 현실이 야속하네요.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만큼 개인 위생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고, 지금까지도 별 이상 없이 매우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대만 여행을 계기로 대만의 역사와 정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지금의 닉네임과 프사를 정하게 된 것도 지난번 여행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그런 욕구를 가득 채우고 더 많은 것을 배워 가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수천 년의 유구한 중화 문명, 알면 알수록 신기한 원주민 문명에 일본과 미국 등 서구 문명을 더한 찬란한 문화의 땅.
거기서 한 발짝 벗어나면 그 동안 낯설었던 자연이 크게 다가와 더 큰 행복을 주는 곳.
다양한 먹거리와 친절한 시민들에게서 소소한 감동을 받는 곳.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닮아서 슬픈 나라.
저는 서태평양의 진주, 대만 섬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시련을 이겨내고 그곳에 뿌리내려 꽃피운 중화민국을 사랑합니다.
다음 목적지가 또다시 타이베이나 타이중이 될지, 화롄이 될지, 가오슝이나 타이난이 될지, 아니면 저 멀리 진먼이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전세계가 역병으로 고통받는 작금의 시국을 생각하면 다음 여행까지는 좀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벗이 먼 데서 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랴(朋友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공자님 말씀처럼, 멀고도 가까운 우리의 친구 나라와 다시 만날 그 날을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로써 2월 12일부터 2월 18일, 6박7일간의 여행기를 마무리합니다.
질문 및 코멘트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함께 읽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完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9 04:2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