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U2 내한 공연이 있었죠. <JOSHUA TREE>를 라이브로 접했던 세대라 너무 감회가 깊었습니다.
공연의 여운과 더불어 빌보드 키드 시절이 생각나 개인 SNS 계정에 썼던 글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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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 나무와 1987년>

1.
<JOSHUA TREE>가 발매된 1987년은 개인적으로 팝 음악 역사상 최고의 해라고 생각함. 초반에 조지 마이클의 <FAITH>와 위트니 휴스턴 2집이, 이어 봄바람 불 때 U2의 <JOSHUA TREE>가 나왔고 여름 방학을 앞두고 마이클 잭슨의 <BAD> 발매. 한여름에 <DIRTY DANCING> OST, 하반기에 제니퍼 원즈의 <FAMOUS BLUE RAINCOAT>(이 음반 엄청 명반임) 등 1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명반들이 우루루 쏟아짐. (프레디 머큐리의 'THE GREAT PRETENDER' 45RPM 싱글이 87년인 거 같은데 가물가물함) 그래서 그런지 보통 한 해에 빌보드 5주 이상 1위 하는 곡이 여러 곡 되는데 그 해엔 최장 1위곡이 4주였음.(뱅글스의 ‘WALK LIKE AN EGYPTIAN’. 1월 첫주부터 4주간 1위 했고 87년 빌보드 Song of the year도 이 곡이 차지함) 검색해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최장 1위곡 기간이 4주밖에 안되는 해는 87년 뿐일 것임.

2.
<BAD>의 첫 싱글 ‘I JUST CAN’T STOP LOVING YOU’도 2위 자리에 3주 정도 있다가 겨우 1위에 올라감. 세상에 마이클 잭슨이 <THRILLER> 이후 4년만에 낸 앨범의 첫 싱글인데 1위 먹기까지 꽤 오래 걸림. 그 앞에서 3주간 버티고 있던 곡은 ’LA BAMBA’였음. ’LA BAMBA’는 당시까지 외국어(비영어) 노래로 빌보드 1위에 오른 세번째 곡이었음. (첫번째는 큐 사카모토의 ‘스키야키’, 두번째는 수녀들이 부른 ‘도미니끄’) 그 이야길 김기덕이나 박원웅이 지 프로그램에서 자주 했음.

3.
<JOSHUA TREE>는 발매 당시에 <여호수아 나무> (또는 여호수아 트리)라고 부르는 평론가들이 꽤 있어서 나도 그렇게 불렀음. 정확진 않지만 음악세계(음악 월간지)에서 그렇게 명명했던 거 같음. ‘죠슈아 트리’보다 ‘여호수아 나무’가 더 있어보였음. <JOSHUA TREE>는 발매 전부터 전문가들이 꽤 떠들어댔음. 최고의 밴드 U2 신보가 곧 나온다고. 그 시절 U2 위상이 이미 그 정도였음. 솔직히 난 그 때까지만 해도 U2 이름은 들어봤어도 그렇게까지 대단한 밴드인줄 몰랐음. ‘U2가 뭐라고 저리 호들갑이지. 마이클 잭슨 새 앨범 나오면 싹 올킬인데’ 이랬음.

4.
4월쯤이었던 같은데 첫 싱글 ‘WITH OR WITHOUT YOU’가 HOT100에 진입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가더니 단숨에 넘버 1까지 올라감. 2주인가 3주 1등 하고 내려옴. 그 때까지도 별로였음. ‘에이. 뭐 흔한 사랑타령이잖아.’ 이상하게 지금까지도 수많은 인간들이 최고로 꼽는 이 곡을 나는 별로 높게 쳐주지 않음. 그 때 선입견 때문임. 그래서 테잎도 안샀고 앨범 들을 생각도 없었음. 근데 두번째 싱글에서 뻑이 갔음.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전주 기타 쟁쟁쟁쟁거리는 소리에 1차 뻑이 가고 멜로디에 2차 뻑이 가고 나중에 가사 보고 3차로 뻑이 갔음. 이 곡도 1위에 오름. ‘와 이거 뭐지. 뭔 이런 음악이 있지.’ 테잎을 샀음. 가사는 잘 모르겠는데 우쨌든 ‘WITH OR WITHOUT YOU’ 빼곤 다 좋았음. 거의 버릴 곡이 없는 앨범이었음. 와 이건 많이 들어야겠다 싶어서 싸구려 공테잎 사서 따블데크로 복사 떠서 옮기고 본 테잎은 고이 보관. 마르고 닳도록 듣고 또 들음. 그리고 20년쯤 지나 U2는 폴 매카트니, 롤링 스톤즈에 이어 내 인생 3대 버킷이 됨. 이제 롤링 스톤즈만 남았는데 찰리 할배가 몸이 안좋아서 공연 보는 건 불가능일 듯.

5.
공연은 너무나도 U2다웠음. HOW TO SAY와 WHAT TO SAY의 완벽한 조화. 초반에 보노가 목이 좀 덜 풀린 느낌이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엄청 터졌음.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를 지가 다 안부르고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구간이 좀 있었는데 그건 좀 아쉬웠음. 그냥 다 불러주지. 'ANGEL OF HARLEM' 부를 때 ‘이곡은 컨추리 앤 웨스턴인데 여기서 부르니 컨추리 앤 이스턴’이라고 했던 멘트 찰졌음. 당연히 ‘ONE’ 나올 때 아일랜드랑 한반도 관련 멘트 칠 줄 예상했지만 막상 노쓰, 사우쓰 피스 이러고 노래 들어가니 살짝 뭉클했음. 난 쿨하게 단 한 장의 사진도 동영상도 촬영 안하고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했음. 다음부턴 절대 스탠딩 안할 것임. 체력을 과신했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22:5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