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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9
익명
2019-05-29 11:14:35
너무 슬프고 너무나 궁핍했던 학창시절이 떠올라서 눈물짓고 있었는데 댓글이 더 슬프게 하네요.
'못사는 집 사람들이 성격이 더 엉망이다-악한 빈자'류의 이야기는 몇년전부터 꾸준히 보이는 것 같아요. 지난 몇십년간 '선한 빈자 악한 부자'가 분명한 편견임에도 거의 신성불가침의 헤게모니였던 느낌이 있긴 했죠. 현대사회로 들어오며, 그리고 기성의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대로 주류가 변화하면서 과거의 헤게모니에 반하는 '악한 빈자' 담론이 반등하는것 같기는 해요.
사실 누구나 '악한 빈자'든 '악한 부자'든 다 편견에 불과하다는건 알아요. 굳이 '돈으로 갑질하는 부자'나 '성격 파탄난 빈자'의 예를 하나하나 들지 않아도 다들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많이 느끼셨을거에요. 분명 머리로 알지만 피부로 다가오는건 각자가 처한 상황, 누구를 더 빈번하게 만나는가, 나는 경제적으로 어느 집단에 속해있는가, 심지어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글은 어느쪽의 사고를 강화시켜 주는가에 따라서 휙휙 바뀌기도 하지요.
다시 말하지만 악한 빈자도 많고 악한 부자도 많아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둘 케이스 모두에 심신에 심대한 손상을 입어보기도 했구요. 결국 다 개개인의 성향이 더 큽니다. 환경결정론 충분히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타고난 성격이 훨씬 중요합니다. 같은 동네에서 평생 살아왔다고 그 사람들의 성향이 다 동일하던가요.. (고인 동네일수록 공유하는 가치관이 비슷해질수는 있지만 그런 고인물 이론을 한국, 세계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건 어불성설이죠..) 기본적으로 누군가 혹은 어느 집단을 매도하는건 원초적 쾌락의 영역이라 완전히 근절되는건 어려우나, 그래도 성인이고 대학생이면 말하기 전에 한 번쯤은 생각을 더 해보는 버릇을 기르는게 낫겠죠.
굳이 따지자면 '악한 빈자'담론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은 합니다. '악한 부자'의 담론 속에서도 어쨌든 부자는 많은 권한과 기회를 잡고 살아가죠. 하지만 '악한 빈자'의 담론이 지배적이 된다면 정말로 빈자가 설 자리는 없어지거든요. 얘네는 정말로 약자니까. 아무리 몸부림쳐도 벗어날 수 없는 늪에 처박아버릴수 있는 위험을 가진게 악한 빈자 담론이에요.
저는 빈자로 태어나 쭉 빈자로 살다가 서른을 넘어서야 부자들과 같은 지위에서 일하는 그런 운 좋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통장잔고 800원으로 3주를 살아가야하는 막막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나가고 희망을 바라볼 수 있었던건 빈자에 대한 편견 없이 온전히 저를 아껴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많은 "사람" 덕분입니다. 아무런 편견없이 저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도 빈자와 부자 담론을 떠나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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