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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익명
2018-10-08 17:53:27
어그로 글인 걸 알고는 있으나 그래도 고파서들의 명확한 팩트체크를 위해 자료 조사와 공부를 좀 해보았습니다
1. 궁중음식은 여성이 아닌 남성 요리사가 하였다?
->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궁중음식은 일상식과 연향요리, 즉 의례식으로 나누어지는데, 경국대전에 따르면 이러한 큰 연회에에 차려지는 의례식 준비는 여러 잡무와 조리를 맡기 위하여 390명의 차비노(差備奴)가 동원됩니다. 이 중에는 천민이지만 조리업무를 맡는 숙수(숙수는 남자 요리사를 칭합니다.) 당연히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대령숙수(궁중에 전속되어 있는 숙수)를 포함한 여러 인력들은 숙설소라는 가건물을 설치하고 연회요리를 준비합니다.
과거 방송된 김상보 교수 출연 KBS 방송에서는 세종 때의 출입명부로 보았을 때 370명 가량이 남성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궁궐 주방은 남성에 의해 돌아갔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는 황읍읍씨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죠. 아마 여기서 인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근데 일단 직접 조리와 관련있던 차비들은 390명 중 총 112명이라고 문화재청 자료(경국대전 인용)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외는 물 긷기, 땔감 공급, 식기세척 등 잡역이기 때문에 400명 내외의 남자요리사가 궁중 음식을 만들었다는 건 어폐가 있죠. 첫번째 논리적 비약입니다.
정확히는 '큰 연회 시' 동원된 400명의 인력중 110명 내외가 남자 차비였겠지요...
2. 한희순 상궁의 자격?
-> 일단 상술한 대로 궁중음식은 일상식과 의례식이 구분되었습니다. 일상식이 소주방 즉, 수라간의 상궁들이 담당하였고, 의례식은 위에 말한 것처럼 수많은 인력, 특히 남성들이 대다수 동원되어 차려졌지요.
안타깝게도 조선 궁중의 일상식은 의례식에 비해 그 문헌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거의 유일하게 일상식에 대해 알 수 있는 문헌이 원행을묘정리의궤로, 정조가 혜경궁홍씨의 회갑을 맞아 화성을 갔다 돌아오는 8일간의 행차 중 대접한 일상식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마저도 1세기 정도 지난 구한말의 궁중음식과는 또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요.
궁중요리를 맡는 대표직인 상궁과 대령숙수들은 직접 그 후계자(상궁은 13세 전후의 나인, 대령숙수는 10살 내외의 아들)에게 직접 요리를 가르치며 그 요리법 등이 구전되어왔기 때문에 일상식에 대한 문헌이 부족한 것은 문화적으로 큰 손실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주방 상궁들의 존재를 깎아내릴만한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희순 상궁의 자격으로 돌아오면, 13살에 나인이 되어 궁내부가 해체되는 21살 경술국치 때 상궁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대개 주방상궁의 자리는 15년 이상 배움을 받고, 15년 정도의 경력을 더 쌓아 40살 정도의 나이가 되어서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말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한희순 상궁은 이씨 왕조가 무너지고 왕가가 창덕궁에 들어오고 이완길, 최연옥 상궁과 함께 왕가의 수라 및 반상을 계속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순종 사후에도 유명한 창덕궁 낙선재에서 순종의 황후 윤비의 수라를 1966년까지 무려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라를 담당하며 더 이상 계승되기 힘든 궁중요리를 유지해오고, 또 제자 황혜성씨를 통해 유산을 남긴 것이죠.
조선왕조가 망하면서 상궁이란 호칭은 못 쓰게 되었겠지만, 계속 상궁들에게 배우고 함께 일해오며 그 요리를 전해 온 한희순 여사를 마지막 주방 상궁이라고 부르는 게 과연 문제가 있을까요? 읽는 분들의 의견에 맡깁니다.(ㅎㅎ)
3. 조선왕조가 망하면서 일본 황족에 복속했기 때문에 어쩌구저쩌구
-> 알아서들 걸러 들으시기 바랍니다.
+) 그리고 추가로 한희순 상궁은 숙수가 될 수 없습니다. 남자 요리사를 칭하는 단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희순 상궁에게 대물림의 숙수가 아니라고 비판한 것 역시 말이 애초에 안되는 거죠.
이건 조사도 했지만 제 상식으로도 알고 있던 내용인데, 적어도 평론가, 칼럼니스트라는 간판을 걸고 활동하는 사람이 이렇게 팩트를 몰라서야...
길지만 한번쯤은 봐주세요ㅎㅎ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거나 지적할 점이 있으면 주저말고 고쳐주세요. 겸허히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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