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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익명
2018-01-16 16:05:52
근데 저는 고파스에서 이런 류의 글 올라올 때마다 늘 거의 100% 똑같은 반응을 보거든요? '애가 사람 잡는다', '부모가 공부를 안 해봤고 똑똑하지 않아서 그렇다', '저렇게 자란다고 영재가 되는 게 아니다', '무조건 저런다고 되는 게 아닌 걸 모른다', '멍청하다' 등등.
당연히 그 의견들에 100% 동의하고 저런 짤이나 사연 볼 때마다 가슴이 탁 막힌 듯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정말 똑똑하고 공부 잘했고 좋은 대학 나왔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건전한 교육관을 가졌'으리라' 생각되는 선배들,
형, 누나들, 지인들이 아이를 낳고 양육을 하는 걸 보면,
막상 인터넷에서 보는 답답한 사연들과 대부분 크게 안 다르더라고요.
다들 학원 몇 개씩 보내고, 사립유치원/초등학교 넣으려고 새벽 댓바람부터 추첨하러 쫓아다니고, 애가 영어 단어를 또래에 비해 많이 모른다고 속상해하고 합디다.
그걸 보면서 느낀 건, 이게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내 일이 되어서 닥쳤을 때는 정말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저도 머리로는 애 키우는 시뮬레이션 해보면 '야 그깟 학원이 뭐가 중요해~ 놀아야지~' 할 것 같고, '과외 됐고 아빠랑 일주일 책 한 권씩 읽자! 그게 사실 최고의 교육이야!' 할 것 같고, '선생님이 그러셨어? 거기에 대한 너의 생각은 뭐였니? 그거 좀 모른다고 아무런 상관없단다' 할 것 같지만, 솔직히 막상 제 일이 되었을 때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점점 없어요.
물론 '야 너는 세상에 제일 합리적으로 키울 것 같지? 니가 애 낳아봐' 라는 말이 부모들의 말이 비겁한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제 주변에서 나름 똑똑하고 합리적이라는 사람들(즉, 고파서들)도 애를 키우다보면 이렇게 될진대, 이 사람들이 모지리라서 이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자기 일이 되고 자기 아이가 되면 말처럼, 생각처럼 쉽진 않은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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