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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익명
2017-12-07 11:42:41
17/
1.
“페미니즘을 욕하는 대명사가 '메갈'“이라고 쓰셔놓고 메갈이나 워마드가 페미니즘의 모든 걸 대표한다고 말한 적 없다고 하시는 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해놓고 나서 뒤의 비난은 또 페미니즘 일반을 대상으로 하시는군요. 님께서 쓰신 글을 보건대 사실 무엇이 무엇을 대표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요지는 페미니즘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으시다는 것인 듯하니까요.
2.
우선 페미니즘이 여성의 권익만을 추구한다는 주장에 대해 좀 짚어보고 싶네요.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의 압력이 여성에게만 가해진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가부장제는 남성들에게도 폭력이 될 수 있죠. 특히나 가부장제에서 요구되는 기준들을 충족하지 못하는 남성들의 경우 가부장제는 특권이 아니라 배제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예컨대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남성들도 (더 심하게는 돈을 못 번다고 무시당하고 괄시당하는 남성들)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는 거죠. 또는 남자답지 못하다고 욕을 먹는 남성들도 가부장제의 피해자일 겁니다. 페미니즘은 이와 같은 상황들 역시 문제로 인식하며, 이것이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만을 위하는 사상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사회적 소수자와의 연대를 중시하는 3세대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익만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소수성의 범주 아래서 여성문제와 다른 문제들(트랜스젠더, 동성애 등)의 관계를 분석하고 고민합니다(물론 그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도 있긴 합니다. 워마드가 대표적이겠네요). 인터넷상에서는 워마드가 난리를 치고 있지만, 워마드가 존재하기 전부터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했던 사람들 중 다수는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3.
'여성우위', '남성우위' 이런 표현들이 아주 불편하신 듯합니다. 하지만 방금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남성우위'라고 해서 무조건 남자들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가부장제의 억압과 배제의 기제가 어느 성별에 더 크게 작동하냐를 따졌을 때는 여성 쪽에서 더 크게 작동한다는 의미에서 '남성우위사회'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죠. 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 중에서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한국이었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 중에서 한국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비율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여성정치인의 비율은 OECD 국가들 중에서 30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이 대략 5배 정도 더 많은 가사노동을 담당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남성육아휴직자는 여성육아휴직자의 14%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육아에 의한 경력단절도 여성쪽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통계치는 OECD 홈페이지와 몇몇 신문기사를 참고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두고 "여성만 차별받는 게 아니다", "남성우위/여성우위사회는 자의적 분류의 개념이다"라고 말하는 게 "너무나도 속편하게, 단순하디 단순한" 생각을 개진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만 고통받는 게 아니라는 건 페미니스트들도 압니다. 다만 여성이 더 억압된다는 것을 문제 삼는 거죠. 그리고 저 통계치들은 먼 옛날에서 온 것들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죠. 대부분의 페미니즘은 현재 한국 사회가 "조선시대처럼 극단적인 양성불평등사회"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워마드는 그렇게 주장할지도 모르겠네요.) 불평등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거죠. 또 불평등이 존재하는 조건에서는 권리의 신장이 불평등의 해소가 된다는 것이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권리를 신장해야 된다는 게 아닙니다. 그 정도로 단순하고 무식한 사상이었으면 애초에 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4,
물론 페미니즘 안에는 다양한 하위분파들이 존재하고 그 중에는 님이 상정하는 그런 페미니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사실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다만 저는 그게 페미니즘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을 뿐이죠. 그런 제 말이 그렇게 보기가 싫으신지 "너무나도 쉽게 눈감아버리고" 페미니즘 일반을 싸잡아서 "자신의 권리만 추구하고 이기적"이라는 주장을 반복하시는데, 제가 보기엔 님이야말로 "이기적으로" 남을 함부로 재단하고 계시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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