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크러시-라는 영화는 지적능력을 가진 사람들 보다 상대적으로 정크한 사람들이 번식에 열을 올리기 때문에 먼 미래에는 인류의 지능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고, 현대인이 그런 사회에 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주연은 루크 윌슨와 마야 루돌프(아마 snl 'dick in the box'에서 상자를 여는 아낙네인거 같습니다.)캐스팅으로 봐서는 프랫-팩 멤버들이 으레 찍는 저예산 코메디 영화가 아닌가 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돈을 좀 들였더군요. CG장면도 나름 멋지고..양키센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매우 좋아할만한 유쾌한 코메디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본 건 꽤 오래전에 한 번, 그리고 두 달 전쯤에 한 번-이렇게 두 번인데 한동안 별 생각이 없다가 최근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티비에 방영되고 있던 '거시기를 차이는 연예인'이였습니다. 그냥 티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예인의 그 곳을 박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보고 미래인들은 엄청나게 껄껄거리면서 웃고 있죠. 그런데 이 영화는 코메디 영화이고, 우리는 이걸 보면서 웃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웃죠. 다시 말하자면 실제 영화속의 저능한 미래인이나 현실의 우리들이나 같지않는가-하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아니 꽤 많이 무섭더라구요.

세상이 좁아지고 보다 복잡해지면서 현대 사회는 지나치게 고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어지고, 개인은 사회 속에서 보다 더 작은 부품이 되어버린 셈이죠. 부품 주제에 전체를 파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지하철이 파업을 해도 우리는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나도 연일 쏟아지는 각종 기사와 뉴스들은 사람들을 자극하기 바쁘고 오히려 사람들의 머릿속을 뱅뱅 돌려서 답을 찾기 어렵게 만드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사람들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보다는 눈앞의 이익이나 자극적인 소재에 눈을 돌립니다. 최저임금 이슈 보다는 미키유천의 화장실 스토리가 각광 받는 세상,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보고 애도보다는 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즐기는 세상.

어서오세요. 우린 이미 이디오크러시에 살고 있는 것 같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09:5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