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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썼던 사람인데 오랜만에 예전에 스터디하다가 썼던 작문 또 올려보아요 ㅎㅎ 틈틈이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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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어릴 적, 벌레의 번데기를 구멍을 뚫어 투명한 셀로판지로 덮은 성냥갑에 넣는 친구들을 보았다. 껍질을 벗고 나온 성충은 빛을 향해 날아가려고 몸을 떨었다. 그러나 아직 펴지지 않은 날개들만 성냥갑 벽들을 쳤을 뿐, 출구는 없었다. 벌레는 빛을 갈망했지만, 그를 향한 길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벽을 치다가 그것의 몸에서 떨어진 가루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힘이 떨어지자 그것은 그대로 죽어갔다. 몸을 바르르 떨면서. 친구들은 그걸 보며 키득댔다. 나는 벌레의 곧추세워진 더듬이가 굳어가는 걸 보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본 건 정확히 5년 전이었다. 아버지는 한국의 증권가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 어머니는 5년 전 나를 데리고 이곳 보스턴까지 오셨고 나는 이제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어머니는 내가 아버지를 만나는 걸 탐탁지 않아 하신다. 통화할 때마다, 아버지는 이번에는 반드시 나와 어머니를 보겠다고 하셨는데 꼭 무언가 일이 터져 좌절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머니는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은 교회에서 만난 다른 아저씨와 데이트를 하는 것을 즐기셨다.
  이번에는 건너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아. 수화기 속의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 이런 말씀드려서  정말 유감인데....... 이번에 제가 연구소에 들어가게 되어서 뵐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 네 엄마는? 엄마는 직장을 옮기셨는데 당분간 연수를 가시게 되셨어요. 그래....... 알았다. 아버지가 전화를 끊는다.
  난 아버지를 생각하면 언젠가 보았던 성냥갑 속의 벌레가 떠오른다. 그는 우리 모자에게 언제나 ‘충’직했다.

  얼마 전에 한국 방송을 틀어주는 채널에서, 누구나 알 만한 기업의 부사장이 자신의 아들을 명문 사립중학교에 특별 전형으로 입학시켰다가 여론에 뭇매를 맞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송구스럽다고 연신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꼴을 당할 바엔 나처럼 보스턴에서 자식을 학교에 보내면 될 일이었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텐데, 왜 굳이 국내 학교에 자식을 입학시켜 비난을 자초한 것일까? 아버지는 그런 점에서 정말 현명하신 분이었다. 당신을 생각한다. 5년 전에 보았던 이제는 흐릿한 인상 속에 존재하는 아버지를.
  다들 날개를 펴려고 한다. 모두가 날개를 시원하게 뻗고 날아갈 공간을 찾는다. 그러나 사실은 성냥갑 속에 갇힌 벌레일 뿐이었다. 세상을 주시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셀로판 너머로 보이는 닿지 못하는 그림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그림을 갈망하면서 오그라들어가는 벌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우리들의 반짝이는 희망의 가루들이 성냥갑 안에 떨어져 썩어가는 것이다.
  어머니는 안 들어오실 모양이다. 수많은 아버지들은 오늘도 가루를 떨어뜨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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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땅의 가여운 기러기 아버지들을 위해.
  첫 문단의 내용은 영문과 수업을 들으며 공부한 리처드 올딩턴의 시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8: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