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의 『Hug』 가사 정신분석

 이 글을 아까부터 심심해서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만은 아니지만 실제 착수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그보단 미숫가루를 타먹으려던 시도의 처참한 실패-_-이다. (처음엔 뜨거운 물로 가루를 풀어야 했던 걸까? 일설에는 설탕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어쨌든 그게 어떻게 이유가 될 수 있냐고 물을 법도 하지만 마치 커피 처음 타는 이등병과 같은 어리숙한 실수를 하고 만 내 입장에선 국면 전환이 강하게 요구되었음이 사실이다.

[MV] 동방신기 - HUG (2004)

하루만 니 방의 침대가 되고 싶어 Oh Baby
더 따스히 포근히 내 품에 감싸안고 재우고 싶어
아주 작은 뒤척임도 너의 조그만 속삭임에
난 꿈 속의 괴물도 이겨내버릴텐데

 ☞ 《변신》의 그레고리 잠자가 침대 위에서 잠자다 벌레가 되었다면 우리의 동방신기는 침대 자체가 되려 한다. 전자의 변신이 세계라는 타자와 어떤 호혜적인 관계도 불가능한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로의 전락을 의미하는 데 반해 동방신기의 변신은 타자와 나 사이의 대립을 부정하고 '니 방'에 성큼성큼 들어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앉겠다는 것이다. 아기가 엄마 품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안기듯이.

 침대는 보드랍고 폭신폭신하다는 점에서 아기의 질감을 의미한다. 오직 보드랍고 폭신폭신한 아기만이 엄마의 품에 제한없이 안길 수 있다. 화자는 이미 나이를 어느 정도 먹어 그런 행동을 하기엔 징그러운 구석이 있으므로 여기서 침대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딱딱하고 거친 현실의 신체는 부정된다.

 물론 꿈 속에 나타나는 '괴물'은 예상하다시피 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경쟁 관계에 놓였으며 나보다 더욱 강한 다른 수컷, 즉 아버지를 의미한다. 아빠와 싸워서 이기고 엄마를 독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없는 너의 하룬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난 너무나 궁금한데 (궁금해)
너의 작은 서랍 속에 일기장이 되고 싶어
알 수 없는 너의 그 비밀도 내 맘 속에 담아둘래 너 몰래

☞ 내가 없는 너의 하룬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다시 말해 나를 집에 두고 나간 엄마는 어떻게 시장을 보는 건지. 엄마가 역시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라는 사실에 대한 몰이해는 엄마한테 자신이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지 않은 채 끝까지 시장에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게 만든다.* 즉 오지랖이 과도하게 넓어지는 것인데 일기장이 되고 싶다는 구절 역시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이럴 때 엄마를 위한 팁 : 치과에 데려갈 것.)
(**의 경우에는 : 일기를 영어로 쓸 것.)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싶어 Oh Baby
니가 주는 맛있는 우유와 부드러운 니 품안에서
움직이는 장난에도 (장난에도)
너의 귀여운 입맞춤에 나도 몰래 질투를 느끼고 있었나봐

☞ 역시나 같은 내용. '너'와 '고양이'는 각각 엄마와 아기에 대응한다. 고양이를 질투한다는 대목은 형제자매간의 싸움에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내 마음이 이런 거야 너 밖엔 볼 수 없는 거지
누구를 봐도 어디 있어도 난 너만 바라보잖아 (보잖아)
단 하루만 아주 친한 너의 애인이 되고 싶어
너의 자랑도 때론 투정도 다 들을 수 있을텐데 널 위해

☞ '너 밖엔 볼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일까. 배가 고파도, 기저귀가 축축해져도, 엄마가 알아서 해주기를 마냥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다른 세계의 가능성들, 직접 밥을 챙겨먹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등의 선택지들은 모두 부정된다.

 헌데 이런 옹알이 같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이런 거야'라는 구절은 자못 그럴싸해 보인다. 이 두루물술한 표현의 이면에는 <아빠랑 싸워서 이기고 엄마를 독차지하겠다>라는, 상징계에서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위험한 의미가 담겨있지만 사랑이라는 적당한 프로파간다를 매개로 하여 그것은 그럭저럭 현실에 유통될 수 있다.

 '애인'이 되고 싶다는 건 무엇일까. 차마 진짜로 아빠랑 싸워 엄마를 빼앗진 못하겠고, 너와 내가 서로 엄마와 아빠를 대신하는 선에서 만족하자는 것이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In My Heart In My Soul
나에게 사랑이란 아직 어색하지만
이 세상 모든 걸 너에게 주고 싶어 꿈에서라도

☞ 세상 모든 걸 주고 싶다는 건 오히려 일종의 떠넘김이 아닐까? 엄마가 세계의 창구 역할을 하며 모든 책임을 도맡을 때, 즉 세계의 불편한 타자성이 강력한 엄마와의 동일성 속에 흡수/희석되던 그때에 우리 인생의 무게는 무척 가벼웠다.

 ……이건 뭐 아무 내용이 없다-_- 하지만 어쨌든 미숫가루 일은 이제 잊었으니까. 이게 다 우리 동방신기 덕분이다. 저 안티 아니에요 그냥 심심해서 그런 거에요 사랑해요 동방신기 ♡

《열린 참여 코너》

자, 다음 가사부터는 여러분들이 각자 직접 해석해 BoA요 *^^*
절~대로 제가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니에요 ♡

내 마음이 이런 거야 지켜볼 수만 있어도
너무 감사해 많이 행복해 (행복해)
나 조금은 부족해도 (부족해도)

☞ 힌트 : 뭐가 부족하다는 것일까? 누구에 비해?

언제까지 너의 곁에 (니곁에) 연인으로 있고 싶어
너를 내 품에 안은 채 굳어버렸으면 싶어 영원히

☞ 힌트 : 뭐가 굳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걸까…… 음 청소년 여러분 돈이 굳는다는 뜻이랍니다 *^^*

080726 미운일곱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