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다방면에서 접한 <해운대>에 대한 정보는 온통 안좋은 것들이었다. 외화를 낭비한다느니, 안되는 걸 억지로 하고 있다느니, 색즉시공 감독이 파도 영화 찍는다고 아직 영화의 한 장면도 보지 못한 사람이 심지어 '파도가 야하게 치냐'는 유치하기 짝이없는 욕까지... 좀 화가나면서도 의심이 생겼다 "진짜 구린가? " 그리고 기대감이 점점 줄어갈 때 쯔음....

드디어 개봉박두!!!! 시사회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고, 개봉 날 나는 바로 영화관에서 1년을 기다린 해운대의 실체를 보았다. 보고는 되게 마음이 짠했다. 못 만들어서? 뭐 이런걸 만들었냐 싶어서? 아니다. 이렇게 꽉찬 영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저평가 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서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시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쓰나미가 나타나기 전후로 나눠보자면, 쓰나미가 오기 전에는 미칠듯이 웃겼다.  설경구의 '뱅살타' , '샴푸겔포스' , 이민기 '입술너덜' 등등... 심지어 김인권씨는 존재만으로 개그소재다. 나중엔 얼굴만 봐도 웃긴.ㅋㅋㅋㅋㅋ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한번씩 긴장감을 주며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한다. '아 이렇게 웃긴 와중에, 아무것도 모르는 와중에, 쓰나미는 오고 있구나' 라며...

쓰나미가 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엄청 심란하다. 해마다 내가 놀러가는 장소에 저런 쓰나미가 오다니, 어마어마한 높이의 쓰나미가 피서객들을 덮칠 땐 눈을 질끈감았다. 거기 쓰러지는 사람들이 나인 것 같고, 괜히 물먹고 있는느낌;;; 씨쥐도 볼만해서 더 끔찍했다. 쓰나미가 와서 부산 바닥이 엉망이 되는 장면은 그야말로 섬뜩했다. 서울사는 나도 이러니 부산사는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그러면서 위급한 상황에서 솔직해지는 사람들은 정말 안타까웠고 공감갔다. 평소에는 그렇게들 감정 숨기고, 이것저것 재며 따지고, 그러던 사람들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는 다들 솔직해지는 모습에서, '왜 이제서야!!!' 라는 안타까움에 글썽거렸던 것 같다. 어떤 네티즌들은 유치한 장면들과 대사로 억지감성을 쥐어짠다고 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이대로 쓰나미에 파묻힌다면, 똑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난 그래서 그들이 서로 유치한 언어로라도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안쓰럽고 절실해 보이고 슬펐다.

결국 운명에 따라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게 된다. 폐허가 된 해운대를 함께 극복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여러 사람이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령,성별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은 듯 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1년을 기다리길 잘했다' 는 생각을 했고, 조금이나마 이 영화를 의심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또 정말 오랜만에 웃음과 감동, 출중한 배우들의 연기력, 긴장감, 많은 볼거리 등등이 모두 담긴 꽉 찬 한국영화를 봤다는 기분이 들었고, 뿌듯했다.

영화개봉 1주일도 채 안되서 벌써 200만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봤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해운대가 개봉하기 전, 해운대를 무작정 무시했던 네티즌들과 언론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