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 [(오래된 포대)/음악] - WJ SJ 와 음악 인터뷰 (1편)
2009/12/31 - [(오래된 포대)/음악] - WJ SJ 와 음악 인터뷰 (2편)
2010/01/16 - [(오래된 포대)/음악] - WJ SJ 와 음악 인터뷰 (3편)

음악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 대하여

친구는 궁금했던 것이다. 너무 많은 돈을 나도 모르게 기획사에 가져다 바치고 있었던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서는 억울했던 것일까? 그는 어떻게 해야 음악의 진수를 접할 수 있을지 묻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절박한 그에게는 눈 앞의 상큼한 샐러드도 그저 풀밭의 잔디보다 진부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진정한 음악은 들을 수 없다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빙고!"
절박한 친구의 물음과는 정반대로 S의 대답은 가볍고 시원했다.
"최소한 실황이라면 말이지"

"차라리 DVD로 예전 빈필 공연을 보는게 나아" W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덧붙였다.

"예술의 전당에서 20만원 내고 공연을 볼 생각이라면, 그 돈으로 조금만 더 보태서 일본에 가는게 바른 길이지. 대부분 오케스트라들은 일본이나 중국을 갈 때 보너스 식으로 우리나라도 같이 들어오거든."

하긴 일본 가는데 배로 다녀오면 5만원 밖에 안 들테니, 오히려 일본에 가서 듣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고 친구는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이나 한국이나 어차피 둘 다 같은 급의 연주자들이 오는거 아닌가요?"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그리고는 샐러드를 한 입 넣으려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치. 하지만 일본에서 하는 연주랑 한국에서 하는 연주는 다르지" J는 친구에게 고개짓으로 샐러드를 권하며 말을 이었다. "장인정신? 프로에게는 장인정신보다 중요한 것이 자존심이거든"

거의 입 안으로 샐러드를 넣으려던 친구는 다시 포크를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장인정신보다 중요한게 자존심이라고?'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설명 좀 해주세요." 다시 잔디보다 눈길 안가는 처지가 되어버린 샐러드는 이제 식을만큼 식어서 안색이 창백해지기까지 해보인다.

"대접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서 그거에 걸맞는 연주를 해준다는 거지" 마치 자기 이야기를 하듯 W가 친구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잘 봐. 프로는 자기를 프로로 봐주는 사람에게만 프로페셔널한 연주를 들려주지. 그게 자존심이고. 음악의 세계에서 자존심이란 상대를 인정함을 통해 나 자신을 인정받는 것이지"

기우뚱 갸우뚱거리는 친구를 보며 S는 친절히 설명을 덧붙인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어떤 지방에서 우리가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었어. 그런데 야외 무대까지는 좋다 이거야. 그 날 하필이면 비가 왔어요. 현악기는 습도에 민감하다는 건 기본 상식이지. 그러면 공연을 준비하는 측에서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당연한걸까?"

친구는 당연하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습도를 제거해야겠죠"

"빙고!" 아까 빙고보다는 더 신나는 톤으로 S가 말을 이었다. "너가 봐도 당연하지? 그런데 우리나라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그런 기본 상식조차 없어요. 그냥 야외 무대에 아무 생각없이 우리를 떡하니 데려다 주더군. 바이올린이 울더라 울어."

"그 정도는 약과야" W가 더욱 날카로워진 말투로 S의 말을 가로챘다. "우리나라 공연장들은 연주자 대기실에 기본적인 음식도 없을 뿐더러, 겨울에는 히터가 없는 곳마저 있더라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대우야. 몰상식이라고."

친구는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가는 듯 여유로이 샐러드를 집어 넣으며 정리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아직 연주자들을 대하는 기본 태도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형편없는 대접을 받은 연주자들은 기분이 상해서 제대로 연주를 해주지 않는 것이고요?"

"그치" S는 훌륭한 학생을 두었다는 듯 만족해하며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걸 빼 먹었는데, 기분이 상해서라기 보다는 딱 그 정도면 되기 때문이야. 프로는 상대의 수준을 단번에 알아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딱 보면, '아 이 사람들의 음악 수준이 어느 정도구나' 하는 계산이 나오지. 그렇기 때문에 굳이 자기가 최선을 다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은 뻔한거지."

(5편에서는 한,중,일 클래식 계의 음악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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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출처는 제 블로그 http://ighim.tistory.com/189 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ps. 4편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기다렸던 분이 계셨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