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벽(雪壁)

                                              자작

바스러질듯 축축하고 반쯤 뭉쳐 검은 때가 낀 눈으로
높다란 벽을 만들어
조롱하며 비아냥거리며 이죽이죽 하고 있다.

맨손으로 중력과 싸우며
한만디 한마디 올라간다.

차라리 돌이라면 잡을 수 있을까
차리리 모래라면 수직은 아닐것을

말없이 깊이깊이 파며 팔꿈치까지 쑤셔
무엇인가 잡힐듯 말듯한 감촉이 손끝에 맴돌아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 본다.

점점 멀어지는 지면은
얼음보다 차가운 냉기를 핏속에 뿌리며
힘과 사고를 마비시켜 부서뜨린다.

수직의 설벽 끝에서
나를 비웃듯 안락해 보이는 수평지대로
모든 힘을 써본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보지만
중력또한 마지막 자존심을 꺾지 않는다

수평의 세계에 손을 뻗어 외쳐 보지만
작은섬 좁은땅에 간신히 서있는
사람들은 바짓자락 조차 잡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팔꿈치까지 들어간 구멍은
점점 바스러지고 흘러내려
마지막 안간힘을 써 보지만
절벽은 나를 뿌리치려할 뿐이다.

꿈에서 본 장면을 시로 적어 보았습니다.  자다가 깨보니 어깨가 뻐근할 정도로
힘을 주면서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