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2013년의 겨울은 생각보다 더 추웠다. 의복은 무겁고 두꺼운 것에 비해 추위를 잘 막지 못 했다. 하지만 일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우선 번화가의 카페에 들려 쓰레기통마다 시간중력계를 설치했다. 중국-러시아 연맹 놈들이 만들어서 그런지 작고 가벼운데 성능은 꽤 좋았다. 다만 조작법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을 뿐.

        시간중력계는 좌표를 설정하고 쓰레기 투입구 좌우로 설치하기만 하면 적당한 크기의 타임홀(Time hole)이 열리기 때문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은 쉬웠다. 21세기는 쓰레기가 무한정 쏟아지는 시기였으니까. 번화가 카페마다 설치하는데도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짧은 거리에 카페만 20개가 넘다니. 상상할 수 없다. 고작 7-8층 건물 밖에 못 올려놓고, 한 층 이상은 카페에 할애한다. 내 조상들은 무슨 생각인거지?

        내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과거에는 쓰레기로 취급되는 귀중한 자원을 모아 내가 사는 현재로 보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멋진 일이다. 수백 년 전에는 쓰레기로 취급되는 것을 수집하여 내가 온 현재의 시간으로 보낸다. 수백 년 뒤에는 이 모든 것이 귀중한 자원이다.

        내가 온 현재는 모든 자원의 재활용이 의무화 되어있다. 자원의 한계는 이미 예전에 드러났고, 재활용만이 인류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덕분에 재활용 마크는 예전에 사라졌다. 당연하지. 모든 물품이 재활용이니까.

        그런데 왜 굳이 과거까지 와서 쓰레기를 수집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재활용으로 ‘사치품’의 개념이 생겼다. 최대한 재활용이 덜 된 제품일수록 값어치가 높다.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나무젓가락 (굉장한 사치품이다. 나무로 만든 일회용 젓가락이라니.)을 한 번 사용 하고 버리는데 든 비용이 30만 크로나이다. 이러니 돈벌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로 사가면 되지 않느냐고? 내가 바본가? 그것도 모르는? 모든 공산품은 생산이 완료됨과 동시에 시간-국제 감찰단에 의해 감시된다. 그리고 국제법이 지정한 바에 의해서 과거로부터 자원을 가져오는 모든 행위는 불법이다. 그것도 최소 징역 30년에 달하는 무거운 형벌을 받는다. 최소 징역도 가능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과거로부터 가져온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서이다. 다른 두 시간대에서 질량이 크게 달라지면, ‘시간 축 내의 질량 보존 법칙’이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형까지 가능한 국제법이라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모든 시간 여행은 감시되지만 ‘타임홀’은 일정한 확률로 자연 발생한다. 특정 시간대에서 다른 시간대로 자연적으로 이동하는 질량이 존재하므로, 이를 모두 감시할 수는 없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서 아주 적은 시간 동안만 자원을 수집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 인간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생체 정보’가 무궁무진하게 묻어있기 때문에 범죄에 이용되기 좋다. 복제인간을 만들어 이용하면 어떻게 추적하려고? 수백 년 전의 인간의 DNA를 가진 복제인간인데? 그리고 과거 인간의 DNA는 생체 마약, 의료 실험 등에 쓰여 여러모로 짭짤한 돈벌이다.

         카페에 설치된 시간중력계도 30분 후면, 나와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도록 명령받은 동료가 수거한다. 나는 주거 단지 (이를 아파트라고 부른다고 한다.)를 끝마치고 상업단지 (시장이란 이름을 가졌다.)로 이동했다.

        목숨을 걸고 하는 밀수이므로 수입은 상당하다. 그래서 국제법에 의해 죽은 밀수업자 수도 무시 못 한다. 작년에만 172명이다. 그 중 31명은 즉결 사형 당했다. 공기 중의 원자 단위로 완전 분해 당했다. 즉결 사형 이유는? 납치 및 인신매매.

        과거의 인간을 납치하는 행위는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위대한 과학자나 예술가의 선조를 납치하면? 시간 여행 중, 사람을 죽였다고 진술한 ‘그레고리 사건’은 현 인류에게 가장 유명한 사건이다. 그가 진술한 바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그레고리가 살던 미래는 우리에겐 유토피아다. 자연을 완벽하게 복원 및 유지하면서 인류도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한다. 하지만 그가 과거 여행 도중 교통사고로 한 여자를 죽였다. 너무 무서워 원래 시간대로 돌아왔더니 세상은 재활용에 의존해 사는 황폐한 공간이 되어있었다. 아마 위대한 과학자의 선조를 죽인 것 같다. 그레고리는 인류의 분노를 사서, 강제로 생명이 유지 당한 채 117년 째 살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독방에서 온몸이 결박당한 상태로. 그럴 만하지. 젠장. 나 같으면 매일 고문을 할 텐데.

        어쨌든 오늘 내 업무는 다 마쳤다. 총 230개의 시간중력계를 설치했다. 앞으로 30-40분만 더 있으면 원래 세계로 밀입시(密入時)하는 일만 남았다. 우리 패밀리 규모가 워낙 커서 밀입시는 문제없다. 나는 바닥에 앉아 쉬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 순간 뭔가 둔탁한 것이 턱을 때렸다.

        [억!!]

        다음 번 외침은 기괴한 소리가 되었다. 턱을 정통으로 때린 주먹 때문이다. 나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동시에 두 가지 기계음을 들었다. 하나는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변조 된 동료의 목소리였다.

        [튀어. 139번, 140번 시간중력계에서 생체 신호 감지되었어. 어떤 미친 자식이 재활용 상자에…….]

        그리고 강렬한 파열음과 함께 소리는 끊겼다. 다른 하나의 기계음은 눈앞에 있는 국제 감시관의 것이었다.

        [국제법 11조 7항. 시간여행시 인류 유괴 및 인신매매 관련 사항을 위반할 경우 즉결 처분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피를 �� 뱉고서 주위를 보니 여섯 명의 국제 감시관이 있었다. 젠장! 여섯 명이나?

        [자……잠깐, 유괴라니! 난 쓰레기통만…….]

        다시 한 번 강렬한 통증이 배에서 느껴졌다. 이 새끼들이 말도 안 듣고!

        [국제 시간 기준, 아시아계, 대한민국 2013년 1월 7일 13시 27분 8초, 수명 17시간 31분 된 아기의 유괴혐의를 인정합니까?]

        하루도 안 된 아기? 설마.

        [시발, 잠깐! 설치는 내가 하긴 했는데, 유괴가 아니라, 그 아기는…… 부모가……!]

        그 순간 ‘설치는 내가 했는데.’ 라고 말한 내 육성이 반복되어 들렸다. 그리고 섬뜩한 기계음이 말했다.

        [혐의 인정. 국제법에 의해 인류 유괴 및 인신매매 혐의로 즉결 사형, 집행합니다.]

        여섯 명의 국제 감시관은 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난 제대로 된 대답도 하기 전에 온몸이 찢기는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끝.

        끝이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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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야기를 끝내지!! 젠장!!

하다가 저렇게 끝내버렸네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8 17: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