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는가?

(1)

1, 1/2, 1/4, 1/8 ....
무한히 진행되는 수열이 있다.

이들의 합은 특정한 숫자에 수렴하는가 아니면 무한한가?

특정 숫자로 수렴한다면 인간의 수명은 유한하고
무한히 커져간다면 삶은 영원하다.


(2)

슈레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다중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사고실험이다.
상자안에 고양이와 '방사성 동위원소 원자' 하나, 독가스가 든 유리병, 그리고 기계장치가 들어있다.

방사성 동위원소 원자가 붕괴하면 기계장치가 이를 감지하여 독가스가 든 유리병을 깨트리고
고양이는 죽게된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를 가지고 있다. 특정 시기가 되면 동위원소 '무리'의 절반이 붕괴되어있다는 의미다. 이는 원자들이 무수히 많을때 절반이 사라지는 시기를 실험적으로 측정하여 얻을 수 있는데, 원자 하나하나의 붕괴는 완전히 확률적이다. 즉 어떤 원자가 언제 붕괴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튼 상자에 고양이와 함께 들어있는 원자의 반감기를 1시간이라고 하고 실험을 시작하자.

한시간이 지났다.
상자안의 원자가 붕괴되었을 확률은 1/2 이고, 붕괴되지 않았을 확률 또한 1/2이다.
즉 고양이가 살아있을 확률도 죽어있을 확률도 각각 절반씩이다.

그런데 사실 고양이가 죽어있든 살아있든 중요하지 않지만 어쨋든 지금 고양이는 절반만 살아있는 상태다.
이때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하기위해 상자를 개봉한다.

고양이는 죽어 있었다.


(3)

고양이는 죽어 있었으나 사실 살아있어도 안될 건 없다.
둘다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해봤을때 과학이란건 조건이 똑같다면 항상 같은 결과만이 나와야할것 같지만 원자의 붕괴는 완전히 확률적인 것이기 때문에(나는 사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내가 지금 관찰한 우주에서는 고양이가 죽었다. 하지만 고양이가 살아있어선 안될 이유는 전혀 없다. 분명히 고양이가 살아있는 우주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주가 둘로 나뉜다. 1. 고양이가 살아있는 우주  2. 고양이가 죽어있는 우주

실험에 의해 우주가 둘로 분열 했다.


(4)

고양이 대신에 인간을 넣어보자.
아니 '나' 자신을 넣어보자.

내가 상자안에 들어있다. 나는 한시간 뒤에 죽어있거나 살아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관찰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밖에서 관찰하는 연구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의 입장에서는 관찰자는 오직 나 자신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조건 살아있을 수 밖에 없다.
죽어버린 나는 죽어있는 나를 관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우주는 둘로 나뉘지만, 나는 내가 살아있는 우주에만 존재한다.


(5)

그렇다면 나는 영원히 존재하는 것 아닌가.
세상의 모든 사람은 죽지만 나만은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그런 우주만이 내게 있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앞서 말한 수열의 문제를 밝혀도 되겠지만, 우선 원자의 붕괴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보자.
당신이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원자가 붕괴할 가능성은 1시간당 1/2이다.

머릿속으로 정사각형을 그려보자.
한시간이 지났으니 사각형을 반으로 가르도록 하자.
절반의 면적은 원자가 붕괴한 우주이고, 절반은 원자가 아직 살아있는 우주이다.
원자가 붕괴한 우주는 검게 칠하자. 죽음을 표현하는데는 검은색이 제격이다.

한시간이 또 지났다.
원자가 살아있던 우주를 또다시 반으로 나누고 한쪽을 검게 칠하자.

또 한시간, 또 한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원자가 살아있는 우주의 면적은 점점 작아진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진다.

하지만 우리가 사고하고있는 이 사각형의 '우주'는 개념적인 것이므로 면적은 무한하다.

이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관찰해보자.
시간은 한시간씩 흘러갔다.
1, 1, 1, 1...

사람 또한 이 원자와 같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6)

이제 원자대신 한 사람을 생각해보자.
원자와 같이 한시간이 지나면 죽을 확률이 1/2 이다.

한시간이 지났고 정사각형의 반이 검은색으로 칠해졌다.

그런데 다음단계 부터는 조금 달라진다.
사람은 하나의 원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은 수없이 많은 원자들로 이루어져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때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들과 그들이 이루는 세포들은 변한다.
반감기가 한시간이라면 한시간이 지나면 원자들(혹은 세포들)의 절반이 망가져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망가져있지 않을 우주도 존재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온전한 우주는 아주 작지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당신의 몸은 이미 망가지지 않았나? 지금까지 당신은 그 우주에 속해 있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노화' 이다!

다시 실험으로 돌아가보자.

원자 실험에서 한시간이 지났고 원자가 살아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원자를 관찰해보면 실험을 시작할때의 원자와 완전히 똑같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존재하고 있는 원자의 상태는 초기와 똑같다.
따라서 여전히 반감기는 1시간이다.

그런데 사람은 다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는 늙는다.
앞서 말했듯 일부가 훼손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제 반감기는 한시간이 아니라 더 짧아진다.

반감기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정사각형을 다시 칠해보자.

최초 한시간 후 정사각형의 반은 검게 칠해졌다.
이제 반시간 후 남은 우주의 반이 검게 칠해졌다.
반의 반시간이 더 지나자 내가 살아있던 우주의 반이 또 사라졌다.

흰 부분은 점점 줄어져가고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나'의 존재가 살아있는 우주는 점점 작아져간다.

여기서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관찰해보자.
한시간, 반시간, 반의 반시간, 반의 반의 반시간..
1, 1/2, 1/4, 1/8....


(7)

원자를 이용한 실험에서 시간이 흘러간 모습은 이러했다.
1, 1, 1, 1....

그러나 사람의 경우는 달랐다.
1, 1/2, 1/4, 1/8....

이러한 수열이 무한히 반복된다고 했을때, 원자의 경우는 그 합이 무한하다.
원자가 영원히 붕괴되지 않는 우주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는 '2'로 수렴한다.

매시간마다 기대수명이 절반이나 떨어지는 것이 너무 가혹해 보일수도 있다.
그럼 수치를 바꿔보자.
아주 쬐끔, 0.00000000000000001% 만 짧아지게 하면 달라질거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시간은 수렴한다.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는 것이다.


(8)

시간이 줄어들어간다. (근데 지금 너무 피곤하다. 새벽 4시 반이다. 내일 아침 6시면 씻고 공부하러 가야한다ㅠ 몸이 떨려오고 뒷목이 당겨온다. 속이 울렁거린다. 이러다 내가 살아있는 우주의 면적이 반으로 줄어들겠다. 조금 쉬고 다시 이어가겠다. 참고로 뒷장엔 토끼와 거북이가 등장할 예정이다.)

(세시간 잤다.. 오늘 수업은 건너띄고 글을 이어가겠다.)


(9)

사람의 경우 반감기는 점점 줄어들어간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은 짧아져가지만 행위는 무한히 이어지므로 그 속에서 우리는 영영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어쩌면 시간이 점점 느리게 흘러가며 결국 2 라는 죽음의 시간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앞서 예고했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수학책에서 봤을 그 이야기이다.

토끼는 잠시 잠든 사이에 거북이에게 뒤쳐졌고, 뒤늦게 깨어난 토끼는 거북이를 전속력으로 쫓는다.
토끼는 거북이보다 1km 뒤쳐져있다.
토끼의 시속은 1km/시간 이고 토끼는 거북이보다 2배 빠르다.

추격이 시작되었고 토끼가 1km를 달렸다. 거북이가 방금전에 있던 위치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거북이는 그곳에 없다. 거북이는 그 사이에 1/2km를 달려나갔다.

토끼가 1/2km 를 달려 거북이가 이전에 있던 위치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북이는 그곳에 없다. 그 사이 1/4 km앞서있다.

이제 토끼는 1/4km 를 달리고 그새 거북이는 1/8km 움직였다.
토끼는 1, 1/2, 1/4, 1/8km 를 달리고 총 경주 시간은 1, 1/2, 1/4, 1/8시간씩 더해져간다.

이래선 토끼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러한 방식의 접근으로는 아무리 시행을 반복해도 토끼와 거북이가 만나는 순간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토끼가 거북이를 따라잡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순간을 넘어서면 토끼가 앞서게 된다.
영영 오지않을 것 같던 역전의 시간이 도래하고야 만다.
시간은 줄곧 흘러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거북이가 앞서있는 시간은 두시 이전까지다.
토끼에게 쫒기어 전력질주하는 거북이의 거친 숨소리와,
거북이가 끝끝내 이기길 바라는 우리의 간절함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무심히' 흘러 두시에 도달한다.


(10)

우리는 우주에 갇혀있다.

죽음의 직전에서 점점 줄어들어오는 우주를 억지로 밀어내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과거를 회상하는 그 순간에도 시간은 흐른다.

이후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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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물리학과 아무런 관계가 없고 지식도 없는거나 다름없습니다. 잘 모르지만 생각나서 밤새 적어봤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0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