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깜깜한 밤. 더운 공기와 이유 모를 중압감에 잠을 설쳤다. 무언가 나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아니, 아니었다. 나를 답답하게 하는 것은 몸 위가 아닌 몸 내부에 있었다. 검은 기름처럼 반쯤 엉기어 내 목을 죄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뜻 모를 불면의 이유를 찾고자 눈을 떴다. 그러나 낯선 방의 모습 뿐. 그마저도 어둠에 삼켜져 있었다. 새카만 어둠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의자는 침대 맞은편 책상에서 반쯤 나와 있었다. 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그대로 침대에 누운 까닭에 의자는 침대를 향하고 있었다. 그건 의자에 있었다. 보이진 않았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두렵진 않았다. 두렵다기보다 약간의 반가움이 느껴졌다. 모를 일이었다. 두려움 대신 반가움이라니. 잠이 들기 전까지 읽은 책의 영향인가. 하지만 이내 생각을 거두었다. 의자의 그것은 소설 속 인물이 아니었다. 저자도 아니었다. 다만 나를 아는 누군가인 듯 했다. 옥죄는 답답함으로 일어나 앉았다. 잠들기 전까지 내가 앉아 있었던 바로 그 의자. 그녀가 보였다.

그래, 그녀였다. 아무도 없고 적막마저 삼킨 어둠 속에서 나는 확신했다. 그녀는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옅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침대에 일어나 앉은 그대로,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한 걸음이라도 다가간다면, 손이라도 뻗는다면, 내내 담아왔던 그대의 이름을 부른다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질 것 같았다. 다만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슬픔의 그림자는 언제나처럼 어둠 속에서도 내게 꼭 붙어있었다. 차오르는 눈물을 참아보려 했으나 이내 시야를 가렸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미소를 다시 보고 싶었다. 애타는 심정으로 눈가를 훔쳤을 때, 이미 나는 혼자였다. 낯선 공간……. 텅 빈 방…….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 나는 혼자였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날 잠 못 들게 하는 무겁고 끈적끈적한 그 것의 이름은 그리움이었다. 그리움이었다. 나는 그리움을 가슴에 모아 안은 채, 숨죽여 울었다.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그렇게, 또, 숨죽여 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