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 역시 피아노 곡인데 다음과 같은 악보를 840번 반복한다.
분량이 길지 않아 피아노 초보라도 하루만 연습하면 암보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템포도 빠른 편이 아니라 특별한 기교도 필요가 없다.
이 모티프를 망설이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아주 천천히' 840번 반복하여 연주한다.
완주에는 약 15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뭐, 이 정도라면 골드베르크 백작도 잠들지 않겠는가?

"지루함이란 신비하면서도 심오한 것이다" - 에릭 사티

이 곡은 앞서 <4분 33초>를 작곡했던 존 케이지가 미술관 행사나 해프닝으로 연주한 적이 있고, 그 중 몇번은 나체로 연주했다.
이 곡을 1967년 10월 런던에서 리처드 투프라는 피아니스트가 전곡을 연주하였고,
네덜란드의 행동주의자 레인버르트 더 레이우가 CD 1장에 들어갈 분량으로 연주하여 음반을 낸 바가 있다. (1977년 5월 하를렘에서 녹음, 필립스 레이블로 시중에 나와있다.) 이 음반을 15번 틀면 840번의 반복이 끝난다고 한다. 즉, 음반 내에서는 56마디를 연주한 것이다.
이 지루하디 지루한 반복곡을 계속해서 들으면 최면 효과까지도 있다고 하니 심심하신 분들은 아이도저 같은 거 하지 말고 이거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다. 노먼 레브레히트는 "연주의 질과 상관없이 이는 클래식 음반 역사상 가장 멍청한 짓이며, 단언하건대 가장 비음악적인 음반이다."라고 평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3.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기존 클래식 음악이 가지고 있는 일정한 규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했다.
이 외에도 클래식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오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왔다. 쇤베르크 시대의 음렬기법이나 그 이후의 총렬음악 같은 시도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고, 모튼 펠드먼의 현악 4중주 2번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저음(작곡가는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음)이나 필립 글래스의 비상식적으로 반복되는 음악 등의 시도들은 '딱딱하고, 어려우며, 변화가 없는 것'이라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해 준다.
모든 새로운 시도는, 그 시도가 일어나는 세계 자체를 확장시킨다.


-계속


이 자료는 고려대학교 고전음악감상실에서 제작하여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