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과 가벼운 음색으로 대변되는 프랑스악파의 피아니스트는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선호되는 피아니스트는 독일적인 호방함과 웅장함을 키워드로 하는데, 프랑스 악파는 이와 '정반대'의 흐름을 나타냈기에 독일악파에 비해 그 호소력이 떨어진다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아노 음향을 하나의 '소리'로 전환시킨 인상주의 음악의 부흥과 문화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미니멀리즘의 흐름은 고상하고 간결한 맛의 프랑스 악파의 피아니스트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이 중심에 선 Robert Casadesus(로베르 카자드쉬)의 피아니즘도 21세기에 들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듯 하다.





  현재는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100 Great Pianists of 20th Century' 의 16번재 음반으로, 대표적인 카자드쉬의 레퍼토리인 라벨과 포레, 드뷔시 뿐 아니라 베토벤, 바흐, 라모, 스카를라티에 이르는 다양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프랑스 악파의 계보를 잇긴 하지만 바로크, 고전파 음악에도 꽤 어울리는 듯 하다. 음색이 매우 투명하고 아름다우며, 다양한 색채와 유쾌함을 갖고 있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이 응집된 발랄한 아름다움이 결코 튀거나 과(過)하지 않다는 것이다. 듣는 이에게도 지나친 감상적인 면을 부각시키지 않으며, 악보에서 충실히 표현되는 미의 순수성을 결코 파괴하지 않는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한 층 유연해진 디누 리파티(Dinu Lipatti)의 느낌이랄까.


[ CD 1 ]

Jean-Philippe Rameau
  - Gavotte
  - La rappel des oiseaux
  - Les sauvages
  - Les niais de Sologne

Johann Sebastain Bach
  - French Suite No.6 in E, BWV 877

Domenico Scarlatti
  - Sonata K.380, 533, 23, 14, 27, 430

Ludwig van Beethoven
  - Piano Sonata No.2 in A Op.2-2


[ CD 2 ]

Claude Debussy
  - En blanc et noir (for 2 pianos)   with *Gaby Casadesus

Gabriel Faure
  - Dolly Suites op.56 (for 4 hands)  with Gaby Casadesus
  - Prelude Op.103 No.1, 3, 5
  - Nocturne No.7 Op.74
  - Barcarolle No.5 Op.66
  - Impromptu No.5 Op.102



  * 가비 카자드쉬(Gaby Casadesus, 1901-1999)는 로베르의 부인이며 본명은 가브리엘 로트 (Gabriel L'Hôte) 이다. 가비와 로베르는 또다른 프랑스 악파의 거장인 루이 디에메(Louis Diémer)의 제자였으며(알프레드 코르도(Alfred Cortot)의 스승이기도 함), 이들은 1921년 결혼하였다. 가브리엘 로트는 이후 이름을 '가비'로 개명했으며, 로베르가 사망하기 까지 50여년 동안 로베르와 앙상블을 이루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했다.